[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포나가르, 사라진 나라의 유산

멸망한 참 왕조의 마지막 흔적과 인간들




대칭으로 제법 웅장하게 지어진 붉은벽돌의 사원을 한눈에 보는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멸망해버린 참파왕족이 공들여 만들어놓은 포나가르사원을 베트남이 소유한 뒤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처음 마주보게되는 포나가르첨탑은 분노와 불쾌함을 유발시킨다


8세기에 건축된 참파왕국의 유적이라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첨성대와 동기인 셈이고,

발해가 생긴 시점의 유적임에도 기본적인 펜스하나 쳐지지않은채 입장을 시킨뒤, 


현지인이 붉은기둥을 껴안고 사진을 찍고, 외국인이 군데군데 튀어나온 벽돌들을 기댄체 셀카를 찍기 바쁜 풍경들 

물반고기반만 되어도 좋을 이곳은, 셀피찍기에 가득한 사람으로 가득차

단 한순간도 포나가르의 전체모습을 기대할수 없다는것이 진실에 가깝다






나는 사실 그들이 손으로 기대고 있는 이 유적이 

그들의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속의 다이아보다 가치있고 소중하게 대해야하는 유산이라는것을 알려주고 싶지만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단 한순간도 사람들이 유적지 위로 올라가고 탑 사이를 빼꼼히 고개를 내밀면서 사진을 찍지않는 순간은 오지않았지만

혹시라도 그런 순간을 볼수있기를 바라면서 차분히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이곳은 유명한 셀피명소정도인것 같다


앙코르문화권도 아닌, 불교나 흰두교 문화의 건축물과도 확연히 다른 이 유적지에, 나는 시각적인 호기심이 있었을 뿐이다


건물하나 올려보겠다고 포크레인으로 땅을파다가 오래된 밥그릇하나만 튀어나와도 공사가 중단되고 유적발굴을 시도하고 확인하는것은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일텐데, 비록 나는 유적이나 건축물에 대한 대단한 지식이 없음에도 밧줄로 엮인 기본적인 펜스하나 없이 인간들의 셀피 장난감정도로 여겨지는 상황이 낮설고도 낮설 뿐이다



 



베트남에 패배한 참파왕국은 사라졌지만, 남아있는 소수민족은 전통무용을 하거나 구걸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그들은, 자신의 춤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을 통해 생계를 잇는것에 익숙해진것 같지만


그들의 공연중에 무대(라고하기엔 보잘것없는 붉은색 바닥에 깔려있는 얇은 천조각하나)에 난입해서 그들이 춤추는 와중에도 춤추는 그들을 배경으로 본인의 셀피를 찍기에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입을 다물수가없었다


이쯤되면 7세기 8세기의 건축물이나 사라진 나라에 대한 호기심보다 [셀피]가 갖는 의미가 도데체 어느정도인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다. 어떤 공연장에서도 공연중에 관객이 난입해서 배우를 배경으로 셀피를 찍는일은 상상조차 못하지않나 싶지만 포나가르사원에서는 가능하다 

 





나는 가끔 여행중에, 이미 흔적도 사라져버린 옛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인도신인 시바신과, 이곳의 시바신이 같은신인것인지, 왜 첨탑안에 남성의 성기모양을 모셔놓는것인지, 이곳을 왜 기도장소로 사용하는것인지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호기심이 넘쳐나지만 오늘은 그에못지 않은 불쾌함과 알수없는 언짢음또한 상당하다

 





숙소에 돌아와서, 오늘 촬영한 포나가르첨탑의 사진들을 모아놓고

첨탑을 기대서 쉬고있는 현지인들, 서로 사진찍어주기 바쁜 여행자들, 멋진옷을 차려입고 셀피찍기 바븐 사람들을 하나씩 지우는데 시간을 쏟았음에도 첨탑에 설치된 파라솔까지는 지우지못했다


어쩌면 포나가르첨탑의 현재 위치는 관광용 유원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채로 돈을벌기위한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고

세상 어느곳에 가도 그렇듯, 완전히 멸망한 참파의 소수민족은 가난한 돈벌이에 이용될 뿐 그 이상을 알고싶어하는것은 많은 욕심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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