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아이리조트 머드마사지와 온천풀

볼 것 없는 나트랑의 유일한 한가지





주인 없는 생일상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온천에 가본 적 없다는 아버지를 모시고 가고싶어서 일정에 넣었던 곳인데

그의 무단이탈로 나와 동생만 이곳을 즐기게 되어버렸다


크게 흠잡을 데 없는, 썩 괜찮은 시설들과 곳곳의 마음에 드는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이 여유를 같이 나누고 싶었던 내 마음이 자꾸 떠올라서 수시로 속상해졌지만 그럴 때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동생의 눈과 마주치면서 최대한 그녀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런거 좋아하지않아] 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오늘은 호불호를 내뱉을때가 아니지.


그녀는 이 진흙탕에 들어가자마자 천국을 맛본 것 같은 느슨한 얼굴이 되더니 반짝반짝한 눈으로 만족감에 대해 재잘거렸고, 나는 정해진 20분을 그녀 기분을 망치지 않은채 조용히 채워보려고 노력했다


머리카락이 머드사이사이에서 자꾸만 보여서 나는 결국 참지못하고 먼저 일어나서 한참을 씻었고,

그녀는 20분을 가득 채우고도 미련이 남은채 흡족해했다 





수영장은 이곳, 저곳에 수도없이 있었는데 나는 4층으로 폭포가 떨어지듯이 설계해놓은곳 중에서도 2,3층 이었나

잠시도 한곳에 머무르지않고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 왔다갔다하면서 한곳을 정하지 못하고 방황했다


내가 아마 단군이었다면 제때 터한번 잡지못해서 평생을 이주민으로 살았어야할지도 모르겠다


모든것이 마음에 든다면 원래 엉덩이를 붙이지 못하는법이라고 나는 깔깔거리면서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한곳에 오래 앉아있는 것조차 버겁고 억지로 내보려는 기분도 나질 않았다



 



이곳에 오면 삶은계란을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를 계속 마시자고 약속했는데

그가 없으니 계란을 앞에두고도 씁쓸한 마음만 계속 차오른다


[술은 안땡겨]

[나도.]


술에 치를 떨면 이렇게 되는 것인가

주 애주가는 몇 날 며칠을 술 한 모금을 입에 대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공허하고 씁쓸한 맨정신을 유지할 것 같다







우리는 이미 흐물거리고 85%정도가 덜익은 계란임을 알고있지만

그래도 바구니에 담겨있는 뜨거운 온천물 속의 계란을 보면서 형식적인 권유를 하고

내 마음속에 있는 [타마테바코온천의 검은달걀]을 공유했다


흰자도, 노른자도 익지않은채로 흐물흐물한 뜨거운 날달걀은 처음부터 먹지못했던거지만

베트남 온천달걀을 앞에두고 일본 온천달걀이 먹고싶다고 주절거리는 내 입은 얄미운 재수탱이같다 :D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을 들고 할짝거리면서 리조트를 돌아다니고

괜히 억지로라도 기분을 내보려고 맥주와 계란을 사지않은것, 칭찬해줘야한다.





오늘 본의 아니게 씁쓸하고 속상한 마음을 계속 드러내버렸다

아버지의 부재 하나로 사소한 하나하나 모두 다 신경 쓰고 계획했던 것들이 다 쓸모없어져버린 기분.


준비한 잔칫상은 나와 동생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모두가 행복하려고 했던 여행인데, 

정작 아버지 위주로 준비했고 그만 만족하면 우리는 만족할 것이 확실했다






지금쯤 당신은 무슨생각을 하고있을까

자식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중요했던 술이 그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고 있을 테니, 

나와 동생마음같이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것을 앞에두고도 즐기지 못하는 마음이 엿같다







Load More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