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베트남 풍경과 동떨어진 동화같은곳, 미선

예쁘다, 아 예쁘다

 

낡은 벽돌을 타고 올라가는 아주 작은 초록 이끼와 덩굴을 아주 어릴때부터 좋아했다담쟁이 덩굴 같은 인위적으로 미관을 위해 심어 놓은 조경용 셋팅 말고,이름도 모를 잡다한 풀들과 벽돌과 바위 사이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는 이끼는 내 눈에 아주 완벽한 풍경이었다
이렇게 자잘한 풀들과 낡은 벽돌을 초등학교때부터 그려대곤 했으니까이곳은 어릴 적부터 스케치북에 그렇게 담았던 그런 곳이다

 

 

내가 갈아입을 옷도 세 벌이 채 되지 않으면서,

아침에 동생에게 선물이라고 건넨 원피스에는 초록색 꽃과 덩굴이 자수로 놓인 섬세한 의상이었는데

어쩐지 이곳에 그 옷을 입고 동생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면 요정처럼 보이지 않을까 잠시 상상했었다

 

유적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사실 내가 왜 그런 옷까지 챙겨와 건넨 것인지 모르겠다  

 

 

 

 

 

미선 유적에서는 시바신을 모시고 조각에서 그 형태를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들은 이야기의 시바신의 모습을 확인하기에는 조각이 너무 낡아져버렸다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두개의 눈 말고도 이마 한가운데 세상의 끝을 보는 파괴의 눈이 하나 더 있다는 시바신의 이야기는 흥미로운데 매번 만나는 조각의 얼굴은 닳고 닳아서 건물 외벽에 있는 저 형체가 과연 그 신인지 알기가 어렵다

 

목에 독사를 두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시바신이 아닌 것 같다가도

허리에 두른 수행자 옷차림의 가죽을 보면 시바신 일지도 모르겠다 

 

 

 

 

 

창조의 신이면서 파괴의 신이고 최고의 신이고 자연의 원리이면서 천둥의 신이라니,

혼자 좋은 능력치는 다 가지고있는 셈이다

 

인도의 신화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기묘한 이야기가 많다지만, 

시바신은 그중에도 최고의 신이니 그리스신화로 치면 제우스급이다

 

그런 신의 약점(?)이자 가장 인간에게 피해가 될만한 스킬은

그의 두 눈을 가리면 세상이 새까맣게 변하고 어둠에 빠져서 모든 생명이 있는것이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마에 있는 항상 감겨있는 세번째 눈을 보게된 자는 바로 소멸된다니

 

제우스는 커녕 세상 어떤신이 가지고있는 능력보다도 크지않은가

 

 

 

 

 

 

이 신의 눈을 바라보아도 좋을일이 없기때문인가

 

다른 사원이었다면 분명 제단을 만들고 

금박의 그릇에 돈과 바꾸었을 향을 빼곡하게 꽂고 서로 이것저것을 빌기 바빴을텐데

사원 한 구석에 재단도 없이 겨우 몇 인간이 향을 꽂고 기도를 한 작은 흔적은 초라할 지경이다

 

관광지가 되면 금전이 오가면서 사람의 바램이 가득 가득 담은  

대량 생산된 물건들로 이곳저곳을 충분히 덮고 채우고 메웠어야 할 이 유명한 곳이  

자연 속에 덩그러니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것은 흥미롭다

 

 

 

 

 

언젠가 인도에 투자하는 많은 자산가들과 여러 국가에서 원조받는 돈의 힘으로 도로 하나를 놓고, 

다리하나를 이어 인도의 나라 성장 자체를 도돕고 싶어도 

 

신화와 충돌하게 되는 부분이 0.1%만 있어도 국가 자체에서 허가가 나지않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있는 신화가 개발과 현대화보다 크다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뒤로 인도신화 서너페이지를 읽다가 흐지부지 해버렸던 기억과 함께 

오늘의 여행을 내 마음대로 엮게 될 줄이야.   

 

 

 

 

 

 

 

시바신의 팔의 갯수에 대해서 설명하는 가이드의 말보다 

내 마음대로 이것저것을 생각하고 싶은 마음에

빨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눈에 소소한 많은 풍경을 담고싶어서 다리까지 달달달 떨었다

 

 

 

 

 

 

포나가르 사원에 이어 미선유적지는 참 매력적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두오모성당을 처음 마주했을때 건물 외벽의 세세한 조각과 디테일을 보면서 

경이로운 마음이 살짝 떠오를만큼 웅장하고 무게감있는데다가 꼼꼼하고 아름답다

 

 

 

 

 

개미만한 꽃이 가득 덮고있는 동화같은 풍경을 이렇게밖에 담지 못하다니.

 

사진을 공부하지 못했던 후회의 순간이 살면서 간간히 찾아오는데 오늘이 그런날인것 같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물때문에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면서도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사람을 살렸다 죽였다 아프게 했다가 춤추게 했다가

사람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다가 파괴했다가 창조하는

자비로우면서 분노로 가득한 이 속을 알수없는 복잡한 신의 터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매력적인 이 유적의 이름은 너무 무명이지 않은가

 

 

 

 

 

이렇게 멋진 건축물을 세울수 있었던 왕국이 멸망해 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존재했더라면

나는 베트남 여행 일정이 훨씬 더 길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비에 젖지않았더라면,

조금더 밝은 벽돌색의 풍경을 볼수있었을텐데

 

 

 

 

 

보수된지 얼마되지않은 

너무 차이나는 성의없는 공사장의 기본 벽돌로 메워 놓은 것이 아닌가 싶어서 잠시 멈칫했다가

최신 벽돌이 소실된 부분을 잘 메워 형태를 유지시킨것이 한편으로는

 

앙코르와트에 나뒹굴던 무너져 내린 건물파편과 기둥들이 

아무렇지않게 길거리에 나뒹굴던것에 비하면 

더 긴 세월을 이기고 보존할 수 있으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밤이 되면 그 작은 개미같은 벽돌 사이사이를 메우고 있는 풀들 속에서 

수천 요정이 튀어나올것 처럼 예쁘고 아름다워서 

이곳의 풀 포기만 화분에 옮겨 담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상하고, 독특하면서 훌륭하게 지어놓았지만 생명과 쓰임이 다한 유적을

아 예쁘다, 예쁘다 싶게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것은 

시바신이 아니고, 이상하게도 그 작은 풀들인것만 같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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