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비건레스토랑 조이

채식이 필요할 때




어릴때야 뭐든 괜찮고 상관없었지만,

나이 듦과 동시에 면역력이 낮아지고 아픈 가족이 생기면서 식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어린시절부터 내가 성장할때까지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가족끼리 동그랗게 모여서 툭하면 고기를 구워먹는것이 우리집 문화이자 화목을 다지는 시간이고 추억이었는데, 주최자이자 기둥이었던 아버지가 면역력이 낮아지고 고기만 드시면 온몸에 급성으로 번지는 알러지때문에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에 몇번다녀오고, 수술로 인해 단백질을 잘 소화할수 없게된 동생일로 인해 이제 더이상 가족끼리 모여서 고기를 굽는 시간은 사라졌다


나는 여전히 그들에 비해 안정적인 몸을 가지고있지만, 같이먹는 즐거움을 너무 일찍 깨우쳤기때문인지 전만큼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질않고, 가족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을만한 식당을 찾는것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로, 

툭하면 찾는 비건레스토랑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여행이 많이 힘들었다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을 먹을때마다 

말로 토로하지 않아도 미간과 불편한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연로한 아버지의 얼굴과 체력력을 매순간 확인할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면서 

매끼 식사에 대한 절박한 마음과 부담을 지울수가 없었다






비록 아버지는 버티지못하고 먼저 귀국하셨지만, 나는 사전에 보아놓았던 레스토랑에 일정대로 도착했다


예쁘고 잘 정돈된 레스토랑에 온것만으로도 벅차하는 동생을 보니

그동안 좋다고 입소문난 곳들을 그렇게 방문했어도, 사실은 얼마나 조잡하고 힘들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수밖에 없었다


늦은시간이라 가게가 텅 빈것인지, 채식메뉴만 판매하는 레스토랑이기때문에 가게가 텅 빈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게가 한적한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Mango tart with candied hibiscus flowwer 75,000


오랫만에 기름지지않고, 설탕두르지않은 음식들을 먹게되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온갖 향신료와 조미료에 절여져있던 혀는 적응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동안 뭘 먹고다닌것인가






Gnocchi with mushroom and tomato 140,000


뇨끼가 일종의 수제비와 떡볶이떡 그 사이 어디즈음이라는것을 매번 잊어버려서

이탈리아에서도 주문하고 후회하고, 체코에서도 주문하고 후회하고, 스위스에서도 주문하고 후회해놓고

나는 베트남에서 또다시 주문하고 말았다


[뇨끼? 아.. 익숙해 뭔가 많이 먹었었다. 이걸로 해야겠다] 하는 황당한 선택으로

떡볶이도 수제비도 칼국수도 면도 좋아하지않는 나는 매번 뇨끼를 주문했다





Baked red rice with lotus seed and pumpkin 150,000


캄보디아에서 호기심에 먹었던 건강한 연꽃씨가 가득들어있었던 샐러드비빔밥까지,

어쩌다보니 오랫만에 비건레스토랑에 와서도 익숙하고 친숙한 메뉴들로만 배를 가득 채우고 나왔다


오랫만에 시골을 벗어난것같은 식사였다


어릴땐 관심없었던 채식레스토랑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삶에 이렇게 중요해질지 상상도 하지못했다

아마도 다음번 가족여행지를 잡게되면 휴양이냐 관광이냐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생존을 위해 [비건레스토랑]이 얼마나 되는 지역인가가 크게 한몫할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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