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거친 풍경에서 오는 만족감

한적한날의 안방비치





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일주일넘게 쏟아진 덕분에

이름난 관광지로 소문난 안방비치는 아주 깨끗하고 사람하나 없이 한적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파라솔이 아닌것만으로도,

비좁은 입구를 지나 온전히 바다를 전세낸것만으로도 

이미 완벽한 날이었다





보통 바다는 하늘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때문에, 날씨가 물색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높은 파도가 쉴새없이 몰아치는 텅빈 해변에 채도낮은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도착하자마자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미 젖어버린 모래는 보통의 인간이 기대하는 해변의 모래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충 물감을 나이프로 퍼서 찍어바른것 같은 거친 질감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정신사납게 엉키고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온 얼굴을 때리고 덮어도 마음속이 개운했다







눈도뜨기 힘들고, 파도도 높아서 바다에 들어가지도 못해 울상인 그녀는

내가 이곳에 만족해한다는 사실이 의아한지 몇번을 다시 물었다


채도도 마음에들고, 질감도 마음에 들어, 너무좋아


 



언젠가 인도네시아에서 작은 배를 타고가다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같은 버섯 비구름을 만난적이 있었는데

천둥과 번개가 치는 와중에 파도가 너무 높아서 배가 몇번이고 뒤집힐뻔했던적이 있었다


그날 죽었어도 이상할것 없을만큼 드센 비바람과 태풍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처음 느꼈던 두려움의 시간 이후로

정말 큰 파도와 바람을 만나고나니 내장속까지 쌓여있던 무수하게 많은 스트레스와 감정들이 다 씻겨나가는 쾌감과 개운함을 얻었다






한참의 거친바람을 맞고 서서 안방비치를 즐겼다

베트남에서 만났던 여러 바닷가의 풍경들이 딱히 인상에 남는것도 없고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안방비치는 롬복의 바다처럼 기억속에 저장되서 사라지지않을것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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