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배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Que sera sera

구멍난곳을 파리로 메워보기







일정이 꽤 많이 틀어졌다

홍수와 태풍으로 예약했던것들이 취소되었다가 재개되기도 하고

이동 동선문제로 스케줄을 변경하기도 하면서 많은것들이 꼬였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사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던것 같다


확고하게 말할수 있었다

내인생, 최악의 여행이 되었다고ㅡ.


만신창이가 된 마음은 몇년이 걸려도 회복이 어려울것이다

아마 내가 나이들어 죽기전까지도 이 구멍은 남아서 간간히 기억에서 떠오를 때마다 후회와 한숨과 슬픔으로 언제든 나를 잠식해버릴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첫인상부터 어마어마 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잔뜩 그늘 진 얼굴로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자마자 엄청난 분노와 악의로 상대방을 잡아먹을 것처럼 구석으로 몰아 화를 내고 있는 나의 등을 다독거리면서 식당 앞 의자에 앉혀 놓은 숙소 주인은 바가지를 씌워보려다가 크게 당하고 어안이 벙벙한 택시기사를 훈계하면서 돌려보내고 저녁식사를 권했다


가정식이기때문에 메뉴가 많지는 않지만 [치킨]과 [생선]중에 고를수있다는 상냥한 말에

아직 가시지않은 분노를 꾹꾹 눌러담으면서 앞뒤 예의는 다 빼먹고 [생선]이라고 툭 던지는 내 무례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왜소증의 주인아저씨는 역시 왜소증을 앓고있는 딸과 같이 숙소를 운영하는것 같았다

[이해해. 택시가 나빴지. 그런일을 겪게해서 미안해. 내가 부끄러워. 사과할게]


사실 오래도록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한 계기를 통해서 터져버렸을 뿐인데,

아무런 연관도 없는이의 사과를 받고있자니 내가 몹쓸인간처럼 느껴져서 

아저씨의 위로와 다정한 눈길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버렸다






[한국인은 이런 소스를 먹잖아?]

아저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나에게 두껍게 썬 마늘을 넣은 간장을 넣은것을 높이 올려 보여주더니 팬에 두르기 시작했고, 나는 내 체면을 지키고 가만히 있고 싶었지만 기분을 풀어주려는 상냥한 마음씨를 이기지 못하고 슬그머니 아저씨 앞에 앉아서 요리하는것을 사진으로 몇장 찍는척 하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나는 한국에 다녀온적이 있어. 동대문플라자와 여러곳에 다녀왔지. 한국은 정말 놀라운 나라야]

나는 빠르게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오고싶었지만 변변한 대답을 찾지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렸다


[이걸 보여주면 좋아할거야. 짜잔!]

그는 한국에서 산 쇠젓가락을 내밀면서 [아주무겁기때문에 손님들에게 몇번 줬다가 조심히 보관하고있다]고 말했다

쇠젓가락에 웃음이 터져버린 나는 

[이걸 얼마에 산거야?] 하고 웃고말았다







다음날 아침에도 식탁에는 동대문시장에 가서 산 쇠젓가락과 아침밥이 놓여있었다

맛은없지만 그의말처럼 [가정식]으로 충실한 아침이 차려져있었고, 나는 그의 호의를 받으면서 또다시 엉망이 될수있는 스케줄을 부탁한적 없음에도 그의 세심한 배려와 몇번의 대화만으로 망치지않을수 있었다


좋은사람을 만난 감사한 행운속에서 머물면서 나는 내내 벙어리처럼 지냈다


아마도, 몇일 더 그곳에 머물렀더라면

나는 그에게 종알종알 터놓았을지도 모르겠다


정성껏 차린 음식사이로 죽은 파리가 빼곰하고 얼굴을 내밀었을때에도, 

나는 경악하는 대신 가벼운 웃음이 터져버릴만큼 좋아졌다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이곳에 머무는동안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이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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