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시끄럽고 조용한, 따듯하고 추운 우기의 필리핀  

보라카이의 날씨기복, 보홀의 날씨기복 

 

 

 

 

 

[거기 날씨는 어때요?]

[음.. 바람이 막 불었다가, 잔잔하고 고요하고 미친 듯이 뜨거웠다가, 비가 소나기처럼 계속 퍼붓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에요]

[그럼 긴팔을 가져가야 할까요?]

[솔직히,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뭐라고 말하기 애매해요. 추웠다 뜨거웠다가 선크림이 필요했다가 비에 다 흘러내려버리기도 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어요]

 

사실, 그랬다

어쩌다 보니 자꾸 알면서도 우기에 필리핀을 가게 된다

여름이 지날 때 즈음이면 지칠 대로 지쳐있다가 말도 안 되는 값의 항공권을 보면 순간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워져 버리는 게 몇 년째 반복되었다

 

 

공항에서 내리고, 말도 안 될 것처럼 따듯하고 평온했던 날씨는 계속 이어졌다

간간이 내리는 스콜은 4계절 어느 때나 동일한 것이고, 간간히 부는 바람은 가끔 긴장되긴 했지만

이번 여행은 우기에 왔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했다

 

우리는 해변에서의 요가를 예약하고, 알로나 비치를 좌우로 배회했다

헤나가 하고 싶었던 그녀는 온몸에 타투가 가득한 반쯤 드러누워있는 필리핀의 세 남자가 시각적으로 거북했는지 슬그머니 마음을 바꿨다

 

[헤나, 안 해도 되나요?]

본인이 하고 싶었던걸 왜 나한테 묻냐고 하고 싶지 않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타투샵 안쪽에 있었던 남자들이 너무 불량해 보여서 거부감이 느껴졌겠다고 깔깔거렸다

 

 

 

 

그녀가 처음 만나는 야자수 아래의 해변일 것이다

나는 고운 모래와 잘 어울리는 풍경을 찾아 바다 앞에 그녀를 앉혀두고는 그녀의 마음에 오래 남을 사진을 정성껏 찍어주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아마, 오래도록 갖고있게 될 사진임이 분명했다

 

우리는 바람이 불어서 해변앞의 요가가 취소된 줄도 모르고 한없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만 조용했더라도 이곳에서 망고주스 한잔정도는 사 먹었을 텐데,

고막이 터질 것 같았던 음악 덕분에 주스값을 아꼈다

 

기타를 치면서 어린 여동생의 손을 잡고 해변에서 용돈을 벌던 아이들을 구경했다

여기서는 모래성을 지어서 아이들이 돈을 벌지 않고 노래를 해서 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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