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판티엣 무이네

모든것이 마음에 들어




알콜의존증이 심각한 아버지와 새벽부터 술을 사드리네 못사주네로 언성이 오갔으니 

오늘 하루는 말아먹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늦은 저녁 이동하기 전에 맥주를 드시고, 새벽 4시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40도가 넘는 술을 컵에 가득 따라 드시더니 잠깐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하시기에 [역시 이동네에서도 약국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도를 보고있었다


날이 밝는대로 약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6시가 되기 조금전에 자판기에 술이없어서 가게주인에게 술을 사려는걸 말리다가 사람들앞에서 큰소리로 역정을 내는 아버지를 가만히 보고있자니 갑자기 걷잡을수 없는 화가 쏟아져버렸다


난생 처음있는 일이었다 





나는 살면서 그에게 화를내거나 반박하거나 대든적이 없었다

언제나 수직적인 분위기의 집에서 아버지의 모든 말이 곧 법이었던 어린시절부터의 영향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나이를 먹고 사리분별을 하기 시작하면서도 그의 잘못된 판단력이나 문제가 될만한 사리분별앞에서도 그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알콜의존증이 심각한것을 알고 난 뒤에도, 아버지가 기댈곳이 술 뿐이었고 내가 술을 대신할만큼 그의 삶의 무게를 지탱해줄만한, 내 역량으로 되는일이 아니라는것을 발견과 동시에 깨달았을 뿐이었다


언젠가 알콜중독으로 본인 손으로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할머니를 종종 떠올리면서 본인 삶의 엔딩이 자식들의 손에 입원된 모양새로 그렇게 끝나지않을까를 곧잘 두려워했던것 같다


술중독으로 피폐해져가는 어머니를 보면서 괴로워했던 젊은날의 아버지는 사라지고, 그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으로 두려운  엔딩앞에서도 수시로 술에 기대는 힘없고 늙은 나약한 인간이 남았을 뿐이다





그는 내 의중을 모르겠지만, 다행이도 나는 그를 요양병원에 모실 마음이 없었다

그가 장애를 얻으면서 그가 얻게된 요양보호사가 그나마 자주 내 아버지를 확인할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그의 남은 인생을 최대한 그가 원하는대로 살다 가게끔 하는것 정도가 내 역할이자 도리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 뿐이다


술이 필요할땐 술을 드시고, 가기전에 좋은것 조금더 보고 느끼고 맛있는것 조금더 드시다 가면 되는것이지


원치도 않는 병원에 입원시키면서 그에게서 술을 떼어낸들 그의 인생이 행복해지거나 희망으로 바뀌지는 않을것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고있기때문인가, 나는 좋은 안주를 사드리는것으로, 건강한 음식을 챙겨드리는것 외에 내 할 도리가 없었으니 당신이 술을 필요로 할때 '마시지마라'할 권리가 나에게는 없지않은가






다만 그가 술을 마시고 아프고, 나는 약국을 찾아서 약을 사오면 약에 술을 마시는일을 반복하면서 그가 나에게 되돌릴수 없을만큼의 상처를 줌과 동시에 보여주지 말아야할 부모의 본보기를 조부모때부터 물려 보여주고있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당신도 정상적인 판단을 했던 날들이 있었지. 

좋은것들을 보면 자식에게 보여주고싶어했던 날들이 있었고, 맛있는걸 입에 넣어주고싶어 했던 날들이 있었을테니

노쇠하고 허약해진 몸으로라도 조금이나마 후회를 덜기 위해서라도, 동생과 함께 가족여행을 잡았던것이다


쌀밥을 삼시세끼 찾을수 있는 나라로, 고르고 골라 왔더니 삼시세끼 술을 찾으실줄 알았더라면 굳이 베트남이 아니어도 됐겠다






처음으로 그를 향해 악을 지르고 같이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더없이 완벽하다


따뜻한 햇살아래 무엇하나 거슬릴것 없이 드넓은 풍경을 보면서, 언젠가 그가 없고 내가 더 늙었을때 

여러겹의 마음으로 이곳을 한번쯤 더 찾아오지않을까 하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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