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밤의 호이안

아, 고대하고 고대하던




호이안을 여행하기전부터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되었던 밤의 등불이 켜진 올드타운 풍경과 강길.

이미 너무 유명해져버린 풍경때문에, 다녀오지않은 내 머릿속에도 "호이안=밤풍경"을 지목하고 있었다


몇날 몇일 비가내린덕분에, 

폭우를 뚫고 호이안 도시를 돌아다니는 일이 쉽지가 않아서,

강물이 범람해버려서 인도와 수로가 분간되지 않는 올드타운을 밤길에 걸어다니는것이 위험할것 같아서


어쩌면 가볍게 하루에 쓱 하고 둘러볼수있었을지도 모를 호이안을 

야금야금 귤껍질 벗겨내듯 조금조금 보는것은 참 감질맛나는 일이지만 그만큼 밤의 호이안을 기대하게되었다





밤에 더 활기를 띄게되는 여행지가 어딜가나 꼭 있지

해가 저물녁에 장사를 시작하는 흰머리가 지긋한 어르신의 쌀국수는 분명 맛있을 것 같다


골목길에 길게 펼쳐진 노상테이블의 갯수만 보더라도 다른 길거리음식점보다 장사가 훨씬 잘되는 집일것이다


비가 내리고 난 뒤의 도시는 온갖 매연과 잡다한 냄새를 씻어내렸고

골목을 가득 채운 쌀국수의 고기육수냄새는 너무 진해서 이미 저녁을 먹었음에도 위를 자극했다

빈속이었으면 분명히 정신못차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 한그릇을 깨끗이 비웠겠지만


다행이 밤길에 반짝거리는것이 많은 올드타운은 정신팔릴곳도 많고 마음을 사로잡을것들도 많았다




마른 수로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고여있던 물길은 

폭우로 범람해버린 덕분에 다리를 넘길만큼 넉넉해져버렸고 

느린 유속은 온갖 불빛을 다 담아 반사시켰다 


풍성해져버린 물때문에 올드타운 어느곳도 발이 젖지않는 지대가 없었지만

밤의 호이안은 충분히 운치있었다





수상시장이라든가, 큰 강변을 끼고있는 도시들은 언제나 매력이 넘치지만

호이안은 빛의도시이기때문일까


총 천연색으로 어두울틈 없는 강물을 빛내고 있는 물의 움직임은 한참이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배를 빌려 소원등을 켜고 물위로 흘려보내려던 계획은

아버지의 빠른 귀국으로 불필요해졌지만, 

그가 있었다면 그의 내면에도 여러겹의 마음과 추억이 되었을것이다


 




반짝이는 도시는 참 아름답지만

비가오는 내내 호이안의 올드타운은 촥 가라앉아있었다


빗소리에 잠겨버리기때문에, 

시끄럽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호객행위를 하는사람도 없고

길가에 나와서 이것저것을 팔아대는 이동상인이 부쩍 보이질 않아서


길은 넓고 한적해지고 도시는 반짝거렸지만 정적이었다






등을 하나 사서 시골집 작은방에 달아놓을까,


원래대로라면 구매 예정에 있었던 

소비용 목적으로 등을 사기위해 접어놓았던 돈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선듯 어느것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젖어버린 덕분에 색이 진해진 모든 건물들은 모두 새것같았다

페인트를 바른지 얼마안된 새 도시처럼

노란 특유의 올드타운도, 색색의 가게들도 모두 처음 가게를 연 것처럼 진하고 밝았다






동생은 코코넛그릇을 사고싶다고 여행전부터 중얼거렸는데,

이게 그렇게 바라던 코코넛 그릇이란다


저 알록달록한 그릇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동생은 결국 아무것도 고르지 못했다





내가 수많은 호이안의 조명을 한참 바라보면서 좋아하고도

선듯 하나를 골라 계산하지 못한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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