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호이안 새벽 어시장과 투본강

육로와 뱃길 지도만들기







베트남 날씨가 따뜻하다고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여름옷 두벌만 가져갔고, 그나마도 짧은 반바지였는데

베트남 겨울 최저기온이 15.3℃ 이니까, 사실은 여름옷이어도 전혀 이상할것이 없었는데

새벽 강바람만큼은 아니었다


투본강 선라이즈를 보려고 가벼운 옷차림에 카메라만 목에 걸고 출발한 나와 다르게

베트남 사람들은 한겨울 오리털패딩을 몸에 입고있다는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배에 올랐다




동생도 나처럼 반팔차림이었는데, 

새벽 해뜨기 전 강은 배가 달리기 시작함과 동시에 서서히 북극으로 향하는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것은, 우기라서 시도때도없이 내리는 비 때문에

긴 비닐옷을 카메라 줄에 묶어놨었기에 다행이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드론으로 풍경촬영하는게 취미라는 현지 포토그래퍼가 

주섬주섬 본인의 패딩을 벗더니 우리에게 건네는것을 사양했다






한참을 빠른방향으로 이동하던 배가 잠시 멈춰서고,

선장은 홍수때문에 위험해서 돌아가는편이 좋겠다고 말하더니 배의 방향을 틀었다


잠깐잠깐 세워서 본 풍경들로는 만족할 수 없었지만

여행은 언제나 내마음대로 되는것이 아니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신기하게도, 

국내에서는 길치에 방향치인 내가 해외만 나가면 숨어있던 잠재력이 최대치로 발휘되는것처럼

가보지 않았던 길과 이미 다녀왔던 길과 내가 지금 있는 곳의 길을 이어서 

머릿속에서 이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지도를 그려내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스스로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도로위에서 종종 경험해서, 인도나 차도에서만 가능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물길(뱃길)에서도 그게 가능하다는것을 깨닫고 다시한번 놀랐다


여행가기전에 구글지도를 자주 들여다보기 때문에, 그때 보아둔 지도와 현지에서 내 위치를 결합해서

머릿속에서 네비게이션이 필요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게 너무 즐거웠다


아마도 한국처럼 사각형으로 반복적인 틀안에서 도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생긴 지형 근처에서 번화하거나 자연의 개성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형식의 물길과 도로들을 

내가 무의식속에 저장해놓았다가 현지에서 그 근처의 접점에 닿으면 머릿속에서 지도를 완성시키는 식이었다





새벽의 투본강 일출을 기대했지만, 일출스팟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물을 던져 낚시를 하는 어부들의 풍경도 기대했지만 추운날씨에 어부들 또한 많지않았다


배를 정박하고 어시장을 통해 빠져나오면서 

생선시장풍경을 보여주는것이 이방인들 눈에 신기할것이라고 투어사쪽에서는 생각한것 같지만

사실 한국의 어시장 또한 베트남과 크게 다를것없다는것을 그들은 모를것이다


동아시아의 시장풍경은 사실 고만고만하고 더이상 새로울것이 없었다





베트남은 한국의 80년대 이전처럼 

보통 3대가 같이살고 시장에는 할머니가 주로 나와서 장사를 한다고 설명하는데

나는 [왜?] 라고 물었을때 그들이 내놓을 답까지 이미 알고있었다


나는 조용히 차로 향하면서 머릿속에서 지도를 만드는 일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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