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안의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들까지 자유롭게 돌아볼수있는 ATV 대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어 한국에서 미리 예약했던 ATV 투어

언제나 유명관광지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결국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에 가게되고 궂이 전통음식이나 유명맛집을 염두해 두지 않더라도 결국은 그집에 앉아서 밥을 먹고 앉아있는 평범한 여행이 되버리는 하루가 많은 일반적인 하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상황에서의 이 선택은 꽤 괜찮았던것 같다


현지 로컬로 계시는 티니안 아저씨의 픽업으로 가게앞까지 데리고 와주신 덕분에 편리하게 이동했지만 사이판이나, 티니안이나 길게 건물들이 정말 드문드문 있기 때문에 사실 픽업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가게를 찾기가 어려운일은 아닐것같다는 겁도없는 시건방진 생각이 살짝 올라온다

티니안에서 차를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스위스 여행때보다 더 심각하게 이동경로중에는 정말 길에 집한채, 가게하나 보기 힘들정도로 건물들이 없고 그저 하늘과 산 아니면 그저 하늘과 야자나무와 길, 그도 아니면 그저 하늘과 바다와 1차선 혹은 2차선 도로 뿐이다


이렇게 자연뿐인 곳에서까지 궂이 그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명소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방향 정하지 않고 어디로 향하든 좋을 풍경뿐이라면 어디로 가든 상관없겠다 싶은 감성적인 결론으로 만든 계획이 티니안 ATV 드라이브였고 그래서 결국 여행수단이 될 나의 ATV는 운전면허도, 자전거도 못타면서 비포장도로를 달리겠노라고 마음먹은 여자의 두 발이 되었다




티니안 로컬아저씨의 운전강의


| 예상치 못했던 귀여운 디자인의 안전헬멧


'운전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30초정도의 강의와 5분정도의 연습운전이면 정말 완벽하게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라는 티니안 로컬 아저씨의 말은 참이기도 하고 거짓이기도 한것이, 우선 장비대여전부터 탑승하기 전 주의사항과 안전불감증에 익숙해져 있던 몇몇 여행객들의 여담등를 듣는데도 시간은 5분은 가볍게 넘겨버리고, 막상 탑승한 후에 조작할것은 딱 세가지 엑셀과 브레이크 시동걸기 뿐이지만 가게근방의 야자수 나무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지그재그로 다닐수 있을정도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급경사등을 시동꺼트리지않고 원하는 속도를 유지한채 운전할 수 있기까지 15분정도 계속 훈련을 받는다.


사전에 말한 시간보다는 훨씬 오래걸리는것이지만 안전을 위한 사전준비이기도 하고 짧게 몇분 타고 말것이 아닌, 몇시간씩 여행할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닐뿐더러 조작법이 쉽기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는 사람마음때문에 쉬운 훈련을 사실 초반 배우는 15분 사이에 최고의 난이도를 다 배웠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그재그 야자수사이를 묘기하듯 운전할일도 없고 여행하면서 극심한 오르막이나 내리막길을 만난것은 로컬아저씨 가게앞 뿐이었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일도 앞에운전하던 아저씨가 급정거를 했을때 뿐이었으니까.


사실 ATV 시동을 걸때만 해도 남들 다 가지고있는 운전 면허증하나 없고, 자전거조차 타지못하는 나인지라 '움직이는 탈것을 무사히 운전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마음속에 살짝 숨겨놓고 티안내고있는 상태였지만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두려움보다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릴 것 같은 시원함이 마음속을 다 차지하는데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 속도내기 좋은 날씨


좋은 햇살에, 파란 하늘, 탁트인 바다와 숲속길을 번갈아가면서 굽이진 언덕과 비포장도로, 좁은 나무사이의 풀길 가득한 산속을 운전하면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에 휩싸인다. 




호텔앞 비치들처럼 유명하지 않아서 이름도 없는것같은, 그냥 티니안의 바다


| 현지인이 해산물을 수집하던 바다


버섯같기도 하고, 거북이같기도 한 돌덩이 위에 자란 신기한 나무들이 돌덩이 위에서 자라는게 신기하다. 저 돌위에 흙이 과연있을까. 한시도 멈추지않고 바람이 불어대는 티니안에서 저정도로 좁은 돌덩이 위에있는 흙이라면 바람결에 다 날아가서 흩어져버릴텐데 흙도없이 바위사이에 뿌리내리고 제법 키크게 자란 나무들이 바위를 덮고있다. 저 빼곡한 숲속을 처음배운 운전솜씨로 뚫고 달려와 바다를 바라보는데 정말 커다란 거북이들이 있는 동화속 풍경같다


갑자기 구름이 드리우고 바람이 심해져서 운전하기엔 더없이 시원한 날씨로 변해주었지만 사진은 너무너무 아쉽게 남은것은 하늘잘못이 90%, 아저씨의 배려가 10%다. 어느곳을 여행해도 바다는 하늘의 영향을 받아서 하늘색에 따라 바다색이 변하기 때문에 내 눈에서 아무리 아름다운곳을 본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얄궂은데 좋은 바다색을 담아낼수는 없고, 내 DSLR이 무거울까봐 직접들어주시겠다는 친절한 아저씨가 "카메라좀 줘봐요. 하면 원하는곳에 서봐 내가 찍어줄게 하고서" 본인목에 카메라를 걸고 내 카메라를 내주지를 않으니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수가 없다. 한두번 요청해서 찍다가 괜찮다고 해도 매번 다시 들어주시겠다고 가져가시니 죄송하기도 하고 내 카메라인데 달라는 말을 하기가 애매해진다 


어떻게 저런 풍경이 있을까 싶을정도로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들을 만나지만, 상황상 내 눈에만 풍경을 담아두는 것으로 오늘 일정이 이어진다





성인남자주먹 3개를 더해놓은 사이즈 정도의 조개들


정말 거대했던 조개껍질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더 어마어마하게 큰 아저씨의 손으로 인해 하나도 거대해보이지 않는 일반 피조개 사이즈가 되어버린 억울한 거대조개껍데기. 성인남자 두주먹을 합친정도의 알맹이가 나올법한 사이즈의 조개껍질들이 서너개 널부러져있는것을 주워드는데 너무크면 조금 무서워서 먹을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언듯 들정도로 잔인하게 크다. 준다는 사람도 없는데, 먹을생각이라니.


저 바다속으로 들어가면 굴이나 각종 해산물을들 따올수 있고, 바로앞에 주차된 차 한대를 보아 지금도 물속에서 수집하고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합류해보고싶었지만 얕아보이는 물이지만 맑기때문에 바닥이 잘 보일뿐 깊이도 상당하고 입수경험이 없기때문에 위험해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쿠버다이빙을 배워놔야겠다고 다짐했다




언제 만날지 모르는 사이판의 스콜 


| 야자수 나무에 열린 열매들


하늘이 계속 흐려지는가 싶더니 바람도 거세지고 결국 스콜까지 갑자기 퍼붓기 시작한다. 여행지에서의 흐린날씨는 조금 섭섭하지만 비는 언제나 반가울것이 새벽부터 내리는 비건 갑자기 퍼붓는 예상치 못한 비가 되었건 그날 하루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기억할 만한 추억거리가 늘어나기도 하고 전혀 계획에 없던 정말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갖게되기도 한다.


잠깐 내리는 비라지만 빗방울이 제법굵어 마냥 나무 아래에서 비를 비하는데 원래 건기에는 남국 특유의 스콜이 종종 내린다지만 한번 시원하게 쏟아 붓고 나면 이내 쾌청하게 하늘이 드러나야 하는데 한 5분에서 길어봐야 10분정도 쏟아지겠지 했건 스콜은 멈출생각이 없는듯 했고 결국 높은 나무가 많아 잎 사이로 비가 덜 들이칠 숲에 ATV를 세우고 피한다고 피해보았지만 이미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 기분좋은 나와는 반대로 드라이브 일정에 내린 비가 미안해하시며 카메라에 물이들어갈까 노심초사하는 아저씨를 괜찮다고 다독거렸다  

 

스콜이 지나간 후, 다시 ATV를 타고 시동을 걸려던 차에 아저씨가 갑자기 열매를 따주시겠다고 막대기를 꺼내는데 텐트 지지 철물처럼 몇번 접히는 정도인줄 알았던 막대를 꺼내서 펴는데 끝도없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사람키를 훌쩍 뛰어넘게 길어진 막대기는 3미터 가까이 되보였고 


" 와. 내가 드디어 나무에 달린 야자수를 직접 따먹어보는구나 가장 신선한 코코넛을 먹어보는건가봐 " 싶었다




사이판의 귤 탠저린


마냥 행복해져서 반짝반짝 기분좋은 상태로 기다리는데 아저씨는 야자수가 아닌 옆 나무에 올라가 긴 막대기 끝에 달린 갈고리로 동그란 열매를 낚아채자 뭔가가 투둑투둑 툭툭 떨어진다. 






숲속 한가운데 기본 흙에 햇빛만 받고 자란 무공해 티니안 과일


아래에서 보면 동그란게 어디즈음 달려있는지 쉽게 보이지만 막상 나무위에 올라서고나면 수많은 잎들에 가려서 위치를 확인해놓고 올라와도 잘 보이지가 않아서 전혀 다른 표적을 다시 잡아놓고 다른가지로 바꿔 이동하곤 한다. 많은양이 열리지 않은건지, 따고 저정도만 남은것인지 알수는 없지만 나무에 열매가 많지는 않다. 





| 사이판의 귤로 불리는 탠저린


하나 먹어보니 우리나라 귤보다는 조금 더 새콤한 맛. 귤보다는 시고, 레몬보다는 단 정도. 상큼,새콤한걸 좋아해서 먹을만한 맛이었다

높은곳까지 올라가서 궂이 따주신 아저씨의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맛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먹어보라고 하면 좋을것같은 새로운 과일 체험이었다 라고 했더니 출국심사때 과일은 얼마든지 가지고 나가도 된다면서 많이 따줄테니 가지고 가라고  나무에 다시 올라가시면서 몇개남지않은 탠저린을 찾아가면서 따주셨다


호의에 대한 감사인사가 아저씨를 다시 나무에 올라가게 하는 수고를 만들어버렸나 싶어 잠시 멋적었는데, 어쩌다 여행객에게 따주면 대충 한개 까먹고 마는데 주는족족 잘 받아먹기도 하고 그 와중에 아저씨거를 챙겨놓아서 본인은 됐으니 집에 가져가라고 보이는대로 챙겨주시겠다 하셨다. 


가방을 가지고오길 잘했군. 운전하는데 방해될까봐 오늘 고민이 많았는데 가방가득 사이판의 초록색 귤 텐저린과 아저씨의 마음을 담아왔다







아저씨가 아바타 숲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영화 아바타를 촬영해서인지 룩이 흡사하기때문에 그렇게 불리는지 확실하지 않은 정말 영화 속 같은 이끼가 늘어져있는 신비로워 보이는 아바타숲도 달리고 [카메라가 아저씨수중에 있어 내 인물사진 외에 풍경사진은 남질 않았다] 해변길을 따라 햇빛이 비춰서 반짝거리는 바다길을 따라 달리고 ATV 티니안 여행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국내 ATV 체험을 몇번해볼까 하다 망설였던게, 말끔하게 포장되어있는 정해진 루트의 회색길을 시간 정해놓고 일정 속도로 달리는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였는데 티니안에서 숲속이며, 풀밭이며, 산속이며, 바닷길이며 몇시간을 여행하면서 다니고, 비포장도로에서 조금만 길이 멀쩡하면 최고속도까지 달리면서 나도모르게 소리지르게 되는 시원함이 너무 좋았다


목적지도 없는곳을 달리고 싶었던 마음이 잘 채워졌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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