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LOB CUARTEL


세부의 오슬롭 필리핀 지방자치제 당국에서 여행가에게 추천하는 무려 6개의 문화유산이 있는 곳 Poblacion.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스페인 식민지시대에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럽 교회의 디자인 양식을 갖추고있는 교회들이 대다수로, 필리핀의 민가들과 어울리는 소박한 교회를 생각했던 사람에게는 충격적인 외형일 것이다


오슬롭 카르텔(Cuartel)역시 스페인 점령 시절에 지어져서 비슷한 건축양식으로 바다 앞에 낡은 세월을 그대로 보여준듯 무심하게 서있는데 한번 쑥 훓어보고 지나가려던 내게 필리피노 친구가 카르텔의 역사를 말해준다. 아치형 통로가 많아 예쁜 느낌이었는데 해적들에게 오래 제공되어졌다니 아치형의 하얀 예쁜 건물이 해적 주둔지라니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 




전쟁의 상처로 훼손된 아름다운 카르텔


언제나 어느곳에 가더라도 여행하면서 듣는 익숙한 역사, 전쟁의 이야기와 흉터가 이곳에도 남아있다. 산호석으로 지어진 카르텔은 네모난 한 덩어리의 돌마다 각기 다 다른 산호의 외형을 가지고 있어서 예쁘다고 생각할 무렵, 외부를 돌고 안쪽으로 들어오는데 무너진곳도 많고 새롭게 메운자리도 많이 보인다


전쟁으로 일본이 부셔놓은것을 대리석으로 땜빵한것이라면서 멋적게 웃는 친구의 말을 듣고보니 벽 사이사이를 메운정도가 아닌, 1/3이상을 세로 세운건가 싶을만큼 파손되었을 위치가 많고, 여전히 한켠에는 메울 대리석을 쌓아놓았다. 복원 과정이라고 하기에는 산호석과 대리석의 차이가 뚜렷해서 조금 섭섭하다. 이전의 산호석을 구할수 없는것인가? 티나게 메꿔놓은 부분을 한번 보고나니 전체가 다시보인다


금색 안내문구가 부착된 알림에는 도지사,시장, 무슨 부사장총재, 여러대통령등 무려 18명 정도의 사람과 성직동안등에 복원되었다고 쓰여있는데 그만큼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카르텔 건물에 대한 역사가 아닌 이 건물을 복원시킨 사람들에 대한 리스트로 산호벽면에 걸려있어서 또한번 생각이 많아진다


 


산호석으로 지어진 예쁜 오슬롭교회


Our Lady of the Immaculate Conception Chrch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처럼 클래식 돔 스타일의 지붕을 가진 세부 오슬롭교회역시 스페인 시대에 건축되었고 산호석으로 건물이 이루어져있다. 64미터정도 되는 크기로 헉 소리나게 크지는 않지만 외관이 인상적이다


꽤나 예쁜 외관을 가지고있는 카르텔과 오슬롭교회를 보니, 한국에 이런 건축물이 있었다면 웨딩포토 스냅사진 촬영지로 유명세를 떨칠법한 풍경으로, 웨딩촬영을 위해 방문하는 예비부부들이 꽤나 있었을법 한 느낌이다. 만약 통채로 옮겨놓는다면 분명 하루에 두커플 이상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촬영을 하고있겠지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하는 풍경


카르텔과 오슬롭교회 앞쪽의 바다풍경은 참 예쁘다. 충분히 유명한 관광지가 되고도 남을만큼 멋진곳이지만 방문객이 많지않아 한적함을 넘어 호젓하리만치 조용하다. 가끔 필리피노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오슬롭교회앞에 우르르 내리긴 하지만 이내 교회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다시 나와도 금새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에게는 머물 이유가 없는 너무 익숙한 풍경쯤인가


인적없는 곳의 풍경은 항상 아름답고, 발길 덜 닿은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항상 친절하다


바다를 보고 앉아있고 싶은데, 벤치가 모두 바다를 등지고 있어 하얀 난간에 걸터앉았다. 둘이 손잡고 걷기에 딱 맞을것같은 폭에 난간위를 끝에서 끝까지 차분히 걷는다면 십여분 안밖으로의 길이정도로 길다. FR. Julian Bermejo 의 동상을 지나쳐 하늘색. 바다색. 산색. 구름색 거기서 거기인 비슷한 색들을 근접하게 덜어놓은 하얀색 팔레트 위에 티도 나지않을만큼 작은 기포처럼 앉아있는 내 지금 시간이 좋았다




7망루 발루아르티의 과거와 다른 현재의 시간


| BALUARTE


오른쪽 끝에 설치된 발루아르티는 오슬롭의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모로 해적 공격에 대한 방어 시스템으로 지어진 타워중 하나로 방파제의 역할이기도 하다. 7망루가 있다니 해변을 따라 걷다보면 남은 6개의 망루도 만날수 있을것같다. 


꼭대기에서 침입을 확인하면서 노심초사 보초를 섰을 용도의 건축물은, 햇빛을 피해 낮잠을 자는 남자의 그늘로 사용되고 있었다. 한적한 바다를 앞에두고 그늘만 있으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서 몰래 사진에 담으려고 했는데 셔터를 누르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나를 부른다. 다가가자 한명이 아닌 두명이 쉬고있었는데 제데로 사진을 찍어달라면서 포즈를 취했다


발루아르 옆쪽에 작은 가판대를 세워놓고 지나다니는 사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청년들 같은데 한적한곳이라서 사람이 많지도 않고 그들역시 딱히 장사에 열의가 없어보인다. [누워서 자다보면 뭔가 살사람이 깨우겠지]같은 느낌으로 누워서 쉬다가 지나가는 내가 반가웠는지 말을 건넨다




내게는 낮선 시각, 그들에게는 당연한 문화


필리핀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국가 종교가 카톨릭이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거의 모든 사람이 카톨릭을 믿는 기독교 국가다. 문화적으로 80%가 넘는 사람들이 한 종교를 믿고, 그들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신이 함께한다고 생각해서 친구를 사귄 이후에 대화가 길어지고 종교가 없는 나를 알게되면 그들은 꽤나 충격을 받는듯 하다.

 

허니문으로 여행온것인가를 묻고, 아니라고 하자 결혼여부에 이어 아이의 출산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필리피노들은 필리핀 카톨릭의 영향으로 아이를 무조건 낳아야 하는 문화다. 미혼인 여자가 임신을 하고 헤어져도, 원치않는 임신을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이를 여럿 낳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법적으로 이혼이 불가능하게 막아져있고 산아제한운동과 콘돔사용을 반대하면서 미혼모가 많아지고 재혼은 불가능해서 실상 많은 부부의 헤어짐에도 이혼율은 0%인것이다


반려자와 법적으로 정리할수 없는 문화에 새로사귄 사람을 걸프렌드나 보이프렌드로 지칭하면서 새로 가정을 꾸리는 나와 다른 문화차이를 듣자 이곳이 해외라는것을 다시한번 실감한다. 놀라운 대화속에서 티내지않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상황이 익숙해졌다 




관광과 산책과 낮잠까지 선물하는 헤리티지 공원


| Heritage Park


유명한 관광지인 세부를 여행지로 잡고도 딱히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했다면 남부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는것도 괜찮을것 같다. 계속 바다를 왼쪽풍경에 놓고 포장된 도로를 달리다보면 카르텔이나 오슬롭성당이 있는 오슬롭 다운파크, 헤리티지공원에 닿는다. 아름다운 스페인식 산호벽 건축물을 둘러싼 파란 바다를 앞에 두고 산책로로도 좋을 잔디와 수목이 잘 정돈된 마을을 걷는것은 필리핀을 벗어난 느낌이 든다


하얀 건축물들 사이드에 붉은 지붕에 다다르자 햇빛을 피할수 있게 평상처럼 지어놓은 일종의 쉼터가 나왔다. 힐끗 주변 분위기를 살펴보는데 많은 현지인들이 얕은 단이 있는 잔디쪽에 신발을 벗어두고 맨바닥에 누워 잠이들어있었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를 걷다 지친 나는 그들을 따라 잔디위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그들과 맞은편에 혼자 누워있다가 빛때문에 모두가 일렬로 한쪽에 가지런히 누워있다는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한국에서는 없는 풍경이라 조금 쑥스러웠지만 나도 피곤한 상태였고 그들옆쪽으로 자리를 옮겨 눕자마자 금새 잠이들었다







20151008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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