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도착하면 항상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너무 차분해서 여행중이라는게 실감이 나지않을만큼 차분할때도 있고, 매끄러운 바닥을 보면 항상 보드를 타면 부드럽게 미끄러져서 시간을 조금 더 지루하지않게 보낼수 있을텐데, 초등학생처럼 매번 마음속에서만 생각하지 실제로는 할수 없는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허기짐과 여행경비 사이에서의 머릿속 숫자계산을 바쁘게 하면서 저렴하게 한끼 때워볼 요령으로 먹을것을 찾기도 한다


보통은 면세점에도 눈길을 주지않고, 전기 콘센트가 있는곳에서 최대한 핸드폰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충전하고 지도나 미리 이미지 파일로 담아온 세부컷들을 짧게 확인하고 바로 움직이는 편인데, 종종 처음여행했던때로 마음이 돌아가서 어느날 갑자기 괜스레 겁을먹기도 하고 마음속에 조바심에 두근거리는 날도 있다




여행에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날의 길찾기


| 여유로운날은 공항에서 카메라를 꺼내지않고, 조바심나는날에는 이정표만 확인하듯 열심히 찍어댄다


이날은 이런저런 헛생각을 하기보다는 길찾기에 조급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꼭꼭 눌러 숨기고 굳게 입을 다문채 계속 팻말을 확인하면서 바쁘게 이동했던 날이었다. 취리히 공항과 취리히 중앙역이 나란히 붙어있는데, 사람은 많고 번잡한데 모두가 바쁘고 빠른걸음이라서 괜히 나마저 분주한 무리의 발걸음을 따라 걷게되었다






| [그래 맞게가고있어]를 다시한번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찰칵


나는 아주 아주 가끔 불필요한, 바보같은 짓을 항상 하는데 그것이 바로 [안내판 믿지않기]와 [사람 두려워하기]다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생긴 습관도 아닌데, 국내건 해외건 BUS STOP 이라고 써져있는곳에 서있어도 정작 버스가 도착하기전까지는 안내판을 믿지못하고 걱정스러워하고, 막상 버스가 와서 탑승을 해도 내리기 전까지 이 버스가 맞는지 조마조마해한다. 걷고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 길이 맞는지, 안내판이 맞는것인지, 언제 제작된건지 혹시 그사이에 길이 바뀌거나 오래된 표지판이라서 잘못 표기된것은 아닌지 매번 못미더워하면서 차분해도 될 상황을 벅차게 버텨나갈때가 종종 있다. 


가끔 한번씩 그런 겁을 주워먹는데 그런날은 스스로 불필요하게 만들어낸 스트레스에 온몸의 피로가 딱딱한 근육과 함께 경직되서 호텔에 정상 체크인을 하고 침대위에 드러누워서야 안도감을 느낀다. 그냥 왠지 여행에 적합하지 않은 날같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고 한번씩 갑작스럽게 겁먹는 상황은 나이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것을 보면, 여행은 좋아도 여행가 체질은 아닌가보다 싶다




스트레인져의 친절과 불편함의 어중간한 사이


| 유동인구 많은 취리히 공항역의 빠른 발걸음


안내판을 확인하면서 이동하던 도중 한 남자가 내가 가려고하는곳과, 열차티켓끊는것 등을 맞게 했는지 체크해주고 열차 타는곳까지 안내해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벤치에 앉아서 대기하고있었는데 이사람, 갈 마음이 없는지 계속 말을 건넸다. 단순히 동양인에 대한 호기심인가 생각하면서 조심스러워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자기 소개를 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쉴새없이 말을 건넸다


고마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대화가 끝이나질 않자 살짝 피곤해졌다가, 쉽게 갈마음이 없이 계속 호감을 표시하는 그에게 살짝 [도와줘서 고마워. 이제 가도 돼.]라고 이야기했지만 뭔가 자리를 뜨고싶지 않아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려는 행동이 불편하기 시작했다. 입꼬리를 올리고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가 일부러 인사를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커피를 사려는척 했지만 그것마저 도와주겠다고 따라온 그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호의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앉아있는 내가 싫을때도 많지만, 여자로서, 타국에서, 낮선사람과 인연을 이어가는것은 적어도 내게 쉽지않은 일이다. 앉아서 편하게 지하철을 기다리면 되는데 불편한 사람을 피해서 다시 공항위로 올라오다니. 잠깐이나마 스친사람의 인연도 소중하다며 즐거워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 지인이 떠올랐다.  


괜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서 여기저기 빙 둘러보고 용건이 있는척 했지만, 쉽게 옆자리를 떠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떨어트려야하나 고민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내가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 떠날생각이 없다는것을 알게되자 나는 뭔가 시무륵하고 포기해진 마음으로 다시 열차를 기다리면서 벤치에 주저앉았다. 스위스 열차는 정말 늦게오고, 오래 기다려야한다




외국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 외국인


| 열차에서 내려 이동하는 사람들


K-POP이며, 본인의 관심사에 대해 맞장구쳐주는 이도없는데 혼자 계속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나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망연자실 앉아서 열차만을 기다렸다. 그의 영어가 조금 더 유창했다면, 그의 말투가 조금더 덜 어눌했다면 내가 경계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만나서부터 40분 가까이 쉴새없이 내 반응 신경쓰지않고 떠들어대고있는 그의 옆에 선택의 여지없이 한동안 앉아있다보니 확신이 생겼다. [그냥 한국친구를 갖고싶어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여행중엔 항상 눈빛과, 이목구비의 분위기, 말투와 제스춰만으로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빠르게 파악해야한다. 보여지는 외모와 행동만이 내게 주어지는 유일한 힌트이자, 끝이다. 여자에 대한 치근거림인지, 단순한 호의인지, 친구를 사귀고싶어하는것인지 짧은시간안에 알아내는것은 전적으로 내몫이다. 구걸이 가장 깔끔하고 고민할 필요없는 좋은 편한 상황이지만, 여행지에서 돌아올때까지 스위스에서의 구걸은 없었다





| 사라질때쯤에서야 귀엽다는 느낌이 생겼던 코버


최근 자주 느낀점은 그들은[페이스북등에 외국인 친구를 갖고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눈에 내가 외국인 친구이고, 동양문화권에 사는 자신과 다른 세상의 사람을 SNS의 관계망에 놓는 정도의 인연을 원했다. 철저하게 아는사람 위주로 페이스북을 하던 상황이라 초반에는 아이디를 공유하지 않았지만 주로 나와 비슷한 2~30대의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고 [나의 문화권과 그 안에 포함되어있는 나]를 궁금해 하며 전화번호 교환이 아닌 페이스북 친구맺기를 원했다


헤어짐을 앞두고는 항상 SNS 계정여부를 묻고 본인의 메일을 적어주거나 나를 검색하기위해 아이디를 물었다

뉴스피드에 올라올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사진이 궁금하고, 그 아래 멘션을 보고싶어한다. 가끔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SNS메신저로 안부를 묻고 "적당히 아는사이"를 유지하는 예전의 펜팔친구같은 느낌인것일까. 예전에 비해 여행을 떠나는 젊은층이 늘어났다고 해도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정말 만나보기 힘들만큼 많지않고 그래서 그들눈에 낮선 내게 친절을 베풀고 본인의 관심사와 한국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지치지않는것이였다




느듯한 시간이 필요할 때


드디어 열차에 탑승하고, 말많은 친구와 작별하면서 열차밖으로 사라지는 풍경들에 마음이 편해졌다. 

빠른발걸음으로 정신없이 이동하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지면 뭔가 마음이 급해진다. 예전 언젠가 아침 출근길에서 모두가 한방향으로 무표정하게 빠르게 걷는 무리속에 있을때처럼, 혼자 낮선위치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발걸음 소리에 이날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두려운 마음에 내 길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이정표를 보고 다시보면서 겁에 질려있었다


바쁜 발걸음속에서 떠나있고싶어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가방을 챙겨 여행으로 도피하듯 떠나온 곳에서 다시 번잡하고 바쁜 공간에서 뭔가 덜컥 겁이났다. 빠르게 스치듯 지나가는 인파속에 혼자 서있는 그림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뭔지모를 마음에 벅차 괜히 힘이 들었다. 나도 이곳을 빨리 빠져나가서 어딘가 목적지로 도착해야할것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다들 왜저렇게 빨리 걷는것일까. 이 이정표는 믿어도 되는것일까. 겁먹고 빠르게 경계하는 나를 발견하고 혼자 반가운마음에 멋적게 다가와서 말을걸었던 그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있었을까. 바짝 긴장해있던 나와 다르게 즐겁고 할말많았던 코버를 생각하면서 사람으로 꽉찬 열차속 유리창만 응시하고 있는데 다시 시선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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