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른 / 스위스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마르크트거리의 일일시장

베른 거리에서 열리는 간이시장



이른아침 스위스연방건물앞으로 간이 천막이 쳐져있고 꽃향기가 가득하기에 꽃시장이 열린걸까 궁금한 마음에 거리로 나왔다. 어느나라에 가든 시장구경하는것을 좋아하는데, 거기에 꽃까지 더해졌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내가 알지못하는 과일, 처음보는 형태의 먹거리, 생소한 향기를 풍기는 꽃나무들 등 해외에서의 시장은 눈요기거리가 항상 넘치기 때문에 언제든 신기하고 즐겁다


매대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상점을 열기 시작한 상인들과 진열된 상품들 사이로 사람들은 이미 작은 장바구니를 손에 들기도 하고 작은 손수레를 끌고온 사람들등 장볼 만반의 준비를 끝낸것같았다. 팔짱을 낀채 구경을 목적으로 어슬렁 거릴 마음이던 나는 어떻게 봐도 단순 구경꾼처럼 보이나 싶어 주머니에 든 지갑을 빼 손에 들었지만 역시 지갑보다는 한쪽 어깨에 걸린 카메라가 더 튀었다  




음식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많은 종류의 허브



좋은향에 기분좋은 마음으로 다가가서 보니 허브를 판매중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다가 웃음이 나왔던것은 허브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대파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대파를 닮은 허브가 있는걸까? 아니, 저것은 아무리봐도 대파다] 찬찬히 보다보니 관상용으로 허브를 판매하는게 아니구나 싶어졌다. 로즈마리, 바질, 애플, 페퍼민트등 향을 음식으로 먹는 유럽의 다양한 요리에 우리나라의 조미료처럼 다양하게 항상 쓰이는 식재료로서 한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에 대파와 함께 저자리에 있는것같다


애플민트와 페퍼민트는 항상 봐도 헷갈린다. 향을 맡아보면 확연하게 구분되지만, 외형만 보면 항상 [애플민트다]라고 생각하고 다가가서 1/2확률로 틀리곤 하는데, 장기간 허브를 제데로 길러본적이 없기때문일까. 허브향을 좋아해서 집에 화분을 자주 사오곤 하는데 정성가득 보살펴도 매번 일주일을 넘지못하고 매번 화분과 흙만 남은채 초록잎들이 사라져버렸다. 작은 화분을 키워서 금방 죽는거라고 생각하고 큰 돈을 들여 큰 화분을 사와도 역시 일주일을 넘기질 못해서 매번 속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너무 물을 자주줘서 잎이 갈색으로 변하다가 홍수를 버티지못하고 운명한것이었다


그 이후로, 허브를 아무리 사랑해도 내가 키우는것은 무리일까 싶어 화분을 사는일을 선뜻 할수없게되었다. 대신 시장에서 허브를 만나면 손가락으로 허브잎을 슥슥 스치면서 향을 맡아보는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곤 했는데 원없이 다양한 허브를 한자리에서 손가락으로 누벼볼수있었다




내눈에 낮선, 주워들었던 상상속의 채소찾기



채소가득한 가판대앞에서는 혹시 빨주노초파남보 7가지색의 당근을 만나볼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없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 당근은 주황색만 있는것이 아니라 빨간당근, 노란당근, 초록당근, 파란당근, 보라색당근 등 다양한 컬러의 당근이 있다는것이다. 직접 보지못해서 쉽게 속아넘어가는 나를 놀리는걸까 싶었지만, 당근이 국내에서 원래 재배하던 채소가 아니고 수입식물이라는것을 듣고 한번 더 놀랐었다


처음 국내로 들여올때, 다양한 컬러의 당근중에 주황색 씨앗을 골라와서 우리눈에 주황색 당근이 익숙한 것일 뿐, 해외로 가면 다양한 컬러의 당근을 볼수있대서 살짝 기대했는데, 스위스도 주황색 당근을 들여온걸까. 음식에 보면 미니당근으로 종종 노란당근을 발견해서 볼수 있을줄알았는데 살짝 아쉽다





쌈채소를 보니 고기가 먹고싶다. 스테이크 말고 삼겹살이나 목살, 소고기까지 갈것도 없이 그냥 마늘에 고추넣고 쌈쌀수있는 고기면 그저 만족스러울것 같다. 국내에 와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엄지를 척 드는 파란눈의 외국인들은 그렇게 제스춰를 오랫동안 취하고도 자국에 돌아가서 고깃집을 차릴만큼은 아니었던것일까


내게 익숙하던 당근도 사실 외래종이었다고 생각하고 보면 당근잎은 제법 이국적으로 다시보인다. 아는만큼 찾고 아는만큼 보인다는데 아는것은 없고, 낮선것도 없다. 생각보다 한국의 마트와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에 조금 실망하며 채소판매점을 지나쳐 나왔다




아시아에서 건너와 유럽에서 더 사랑받고, 잘 자리잡은 꽃 튤립


아시아의 꽃, 터키의 꽃이었던 튤립. 책한권을 읽고나니 튤립을 봐도 네덜란드나 유럽이 떠오르기보다는 듈립구근을 요리해 먹었을 귀여운 사람들을 상상하게 된다. 모종을 가져오다가 둥근 형태의 튤립구근이 양파와 거의 흡사하다고 느낀 사람이 채소인줄 알고 먹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잊을래도 잊을수가 없다. 집한채가격이었다는 튤립은 우리나라의 치킨시장 전쟁만큼이나 너도나도 달라들어 튤립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언제든 살수있는 흔한꽃이 되버렸지만 그래서 좋지아니한가 싶다


한국에 장미가 있다면, 유럽엔 튤립이있다. 얇고 긴 줄기에 동그란 봉우리를 달고있는 형태는 언제봐도 사랑스럽다. 튤립, 그 아름다움과 투기의 역사를 본 이후 튤립을 보면 터키에 가고싶어지고, 자꾸만 양파가 생각나지만 대다수는 아닐것이다. 당근이 우리나라 채소가 아니라는게 낮설어 당황스러운 만큼, 유럽사람들도 튤립이 아시아의 꽃이었다는것이 낮설정도이지 않을까. 이제는 어쩌면 유럽의 꽃 이미지를 더 갖게 되버릴만큼 유럽에서 사랑받고 많이 키우는 식물이고 꽃시장에서 가장 매출이 많은 꽃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치즈


내 캐리어가방보다 더 큰 치즈덩어리를 보면서 저 한덩어리만 들고와도 6개월은 족히 먹을텐데, 국내에서 필통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직사각 치즈한덩어리에 만원꼴인데, 사실 물가차이가 있을 뿐 치즈는 유럽이 훨씬 싸다


스위스에서 치즈의 역사는 수백만년이 넘기도 하고, 세계 최상의 수준급 치즈를 생산해내기 때문에 어느나라에서도 인정받는 편이다. 깨끗한 자연환경과 그 속에서 자라는 건강한 소, 오랜 세월을 거쳐 전해 내려온 치즈에 대한 노하우는 스위스 치즈를 세계 최고로 이끄는 요소들이고, 그중에도 대표적으로 에멘탈(Emmental), 그뤼에르(Gruyere), 스브린츠(Sbrinz), 아펜젤러(Appenzeller), 테트 드 무안(Tete de Moine)등 외에도 450종류의 치즈가 생산된다


최근 국내에서 치즈의 인기가 높음에도 소비되는 제품 대부분이 수입산이라서 규제가 답인가에 대한 경제란의 뉴스를 봤다. 국내 우유값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에 국산원유는 비싸서 치즈에 못쓰고, 수입치즈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국내산과의 가격경쟁력 저하때문이라는데, 과연 그것뿐일까. 품질과 맛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은 스위스의 치즈가 국내 치즈보다 가격이 싸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불보듯 뻔한일이다




조금 다른 풍경, 너무 익숙한 풍경


베른은 항상 활기가 넘치지만 오늘은 시장때문인지 색이 더해지고 사람도 더 많아서인지 볼거리가 더 많아졌다. 일정 길이의 거리를 한정해서 노점대를 설치하는 정도로 시장거리(Marktgasse)의 형태를 취하거나 광장(Marktplatz)에서 시장을 연다


건물에 자리를 잡고 가게에서 판매를 하는 방식이 아닌, 대부분이 천막이나 미니 가판대를 이용해서 상점을 열고 별다른 호객행위나 시식등은 없는듯 싶다. 시계, 귀금속점, 주방용품, 문방구등이 있던 거리에 시장이 열려 붐빔이 더해지는데, 장식용품, 가죽, 장난감, 패션소품등도 있지만 주로 과일, 꽃, 치즈, 채소등 사치품보다는 생필품과 식품위주의 가판대가 많은것이 특징이다


살펴보는 내내 눈에 익은 농산물들을이 주를 이루어서 낮설고 새로운것을 기대했던 마음은 조금 섭섭했지만 스위스에서 주로 판매가 많이되는 식품들도 한국과 별반 다를게 없다니 의외로 놀랍기도 했다. 재래시장보다 마트가 편한 젊은세대는 얼마 되지않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길에서 열리는 시장에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볼수있는것도 매력적이었다. 장을보고 차 트렁크에 짐을 옮기는 풍경도 없다. 주차된차도 없고, 걷는게 익숙한 유럽사람들은 손에 종이봉투나 미리 준비해온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본 뒤 유유히 걸어서 빠져나간다




매년 11월 넷째주 월요일은 베른양파시장축제


사실, 매년 11월 네번째 월요일(오늘)은 베른양파시장축제(zibelemarit)가 열리는 날이다. 양파(Zwiebel)와 시장(Markt)의 합성어로 장날이 되면 베른 거리에 100톤이 넘는 양파를 우리나라의 꽃감말리듯 이어걸어놓고 다양한 상품과 수공품을 함께 판매하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곤한다. 즐길거리가 많지않은 스위스 사람들은 모처럼의 행사에 거리로 나와 가장행렬을 구경하고 축제를 즐긴다


축제기간까지 베른에 머물지 못하고 이동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있지만, 별다른 정보없이 스위스를 여행하고 있거나 내년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될것같다





20151124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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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4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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