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잊지못할것 같은 행복한 태국식사

음식이 맛있어서 내가 나 먹는것도 아까운 시간



여행을 하면서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는일은 생각보다 잦다. 이미 기대를 했음에도, 혹은 아무런 기대치가 없었음에도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고싶은 혼자보기 아까워서 눈물날것같은 아름다운 곳들을 자주 만날수 있다는것은 즐거운일이다


그럼에도 여행지에서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식사를 하기는 어렵다. 먹는데 크게 관심이나 기대치가 없어서 더 감동할수도 있을텐데 이미 살아온 시간만큼 길들여진 문화권내에서의 입맛에 대한 갭도 크고 5미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일것이다


나는 이날 너무맛있어서 행복했던 식사를 하면서 너무 빨리 접시를 비우게될까봐 조금씩 조금씩 아껴먹는 마음으로 식사를 했다. 저렴한 물가의 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인 식사였긴 했지만 국내에서의 한끼식사로는 피자배달시 이런저런 사이드메뉴를 추가했을 정도의 금액선이었다. 다시 돈을 지불하고 먹으라고 해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을것 같은, 온전히 입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예쁜음식을 먹는 즐거움, 정성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 행복한 맛


| PHAD THAI TUNA 참치팟타이


해외에서 참치관련 요리를 먹을때마다 매번 하는 생각이지만, 국내에서 먹게되는 냉동된 참치의 식감과 맛은 전혀 달라서 사실 냉동된 참치와 생참치를 동일한 명사로 부르는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할만큼 다르다. 한끼식사 치고는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하는 국내의 일식집에서의 참치회나 참치요리등을 어릴때는 좋아했지만, 여행을 다니고 난 뒤로부터 발길을 완전하게 끊었다


하얀색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이 셋팅된 야외 레스토랑이라서 큰 기대없이 자리에 앉았다가 서비스와 메뉴판을 보고 직감했다. [아 제대로 하는곳이었구나]라고. 이런저런 호기심이 가는 메뉴들이 넘쳐났지만 손으로 뭔가를 싸먹어야하고 초록이 가득한 식단은 배제했다. 나는 지속된 여행과 엄청난 에너지 소비로 열량이 필요한 상태다


참치팟타이를 주문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제데로 음식하는곳에서 주문한게 겨우 팟타이라니 나도 참]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팬지꽃과 들꽃으로 예쁘게 플레이팅 된 접시에 나온 메뉴는 부드럽게 사르르 녹아서 달콤하게 사라져버리는 맛이었다. 쓴건 먹어도 단음식을 정말 싫어하는데 고급스럽게 달콤한 맛이 어떤것인지 처음 느껴본것같다




음식이 줄어드는게 아까울 때, 내가 나먹는것도 아까울 때


| GANG SOM POO 꽃게커리탕


해외에서 음식을 주문할때 가장 실패할 확률이 적은 한가지 방법은, 내가 좋아하는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고르거나 단맛,짠맛,신맛,매운맛,쓴맛 이 5미중 가장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는것이다. 메뉴판을 쭉 훓어보다가 붉은 꽃게가 아주 통통해보이는 매운꽃게카레를 주문했다. 사실 그림을 보면서 내가 상상한 것은 푸팟퐁커리였는데 음식이 나온것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게살을 발라주다니] 나는 껍질이 있지만 몇조각 잘려져서 소스가 스며든 [겉으로 봤을때 조금은 웅장한스타일을 기대했는데] 스프를 받게될줄은 몰랐다


더욱이 여행오기전,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다가 제데로 익히지 않은 로즈마리때문에 오빠가 반나절을 손떨림증상에 시달려야 했는데, 알고보니 요리에 그렇게 자주쓰는 로즈마리에는 독이 있어서 신경을 마비시키기도 한다니 충격적인 증상을 눈으로 보고 와서 다시 마주한 스프에 수저로 계속 건져올려도 세수저는 가득 나올정도의 로즈마리를 보고 당황했다


조심히 로즈마리를 걷어치우고 입에 넣었는데 [!!!!] 맛있다. 참치팟타이를 먹었을때 머리위에서 느낌표가 막 생겨나는 느낌이었는데 두번째 메뉴를 먹고 다시 느낌표가 연달아 생기는 일이 생기다니. 꽃게살을 정갈하게 닭가슴살처럼 발라내서 통통하게 잘라놓았는데 그 옆의 파스타면처럼 긴것은 연근이나 우엉의 사촌쯤 되는 뿌리채소같다. 먹으면서도 내가 나 먹는게 아까워서 계속 아껴먹고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우스운 일이다




친해질수 없는 맛 코코넛밀크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식감


| TUB TIM GROB 어린코코넛디저트


사실,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아서 디저트까지 고를 마음은 없었는데 처음 주문할때부터 후식을 같이 주문해야한다니 선택은 동생에게 넘겼다. 동생은 디저트 귀신이니까. 모든 음식이 다 내입맛에 맞았지만 이메뉴는 아니다. 동생은 아주 만족해했지만 난 아직 코코넛밀크를 먹게될때마다 어딘지 모르는 거부감이 들었다


얇게 누들처럼 채 썬 과육태국 현지 과일이라는 뭔가를 넣고(설명해줬는데 그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부드럽게 만든 디저트인데 내입맛에 다른것은 모르겠고 부드러운것은 확실하다. 과육의 식감은 꽤 좋은편이었는데 내 입이 언제쯤 코코넛밀크에 적응할지 스스로도 모르겠다


가끔 TV를 보면서 쉐프가 한 요리는 어느정도의 차이가 있을까를 궁금해한적이 있는데, 오늘 확실히 느꼈다. 내가 알고있는 재료들로 요리를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맛과 먹어보지 못한맛을 더한 요리를 하는것이 쉐프라는것을. 세상에 요리사라는 직업이 주는 행복이 이정도라는것을 종종 잊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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