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기대와 놀라움 사이, 태국 길거리 간식

거부감을 주지 않는 외형에서 생긴 호기심, 궁금증은 시작된다



어릴적 고속버스틀 타고 이동하다가 버스를 한번 놓친 뒤, 혼자 남겨지고 버스는 떠나버릴 것이 무서워서 휴게소에서 내리지 않는 일은 성인이 될때까지 쭉 유지되었다. 화장실은 미리 차타기 전에 다녀오는것이고 누군가 중간에 내려서 간식거리를 사와서 쩝쩝거리면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 눈을 감고 빠르게 수면모드로 돌아서야했다


그런데 조금 덜 발달된 동남아 개발도상국가를 여행하다 보니 버스를 타고 잠시도 내리지 않는다는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내 어릴적 트라우마를 스스로 깨줄만큼 장거리를 이동하기도 하고, 수시로 가다서다를 멈추면서 한번 이동할때 수십번의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아무런 예고없이 차가 고장나거나 기름이 떨어져서 도로에서 서기도 했다.


무작정 차안에서 기다리기에는 정말 버겁고 온몸의 뼈가 괴로움을 토해내기 시작하고 나는 차에서 내려 차앞을 서성이는것을 시작으로 간식거리를 파는 가판대가 보이면 전력을 다해서 뛰어가 눈에 가장먼저 보이는 먹을거리를 사서 잽싸게 차에 타는일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휴게소에 머물때마다 혼자만 마라토너가 된 이후로 장거리 여행은 많은 간식의 체험으로 나를 이끌었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태국에서 식사만큼이나 나를 즐겁게 하는것은 간식이다. 걷다가도 다양한 군것질거리를 지나칠때면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호기심에 발걸음을 자꾸 멈추곤 하는데 묘한 호기심 속에서[이게 도데체 무슨맛일지 짐작할수 없는데 궁금할때]입안으로 간식을 밀어넣기 전까지의 긴장감은 기대와 두근거림을 주었


외형이 끔찍하다면 거기서부터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대체로 태국음식은 외형에 거부감을 느낄만한 이미지의 음식이 크게 보이지 않기도 하고, 대체로 단정하고 보기좋은 모습을 하고있는데다가 위산을 분비시킬만한 냄새를 풍기는 간식거리들이 많다보니 난생처음 마주하는 음식앞에서 지폐를 꺼내게 되는일이 잦아진다


지갑을 열때마다 놀라게 되는 태국의 물가는 [싸다, 정말 싸잖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싼 물가에 적응이 쉽게 되지않아서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환전해서 빠뜻한 여행을 할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을 깨고 [지갑을 아무리 열어도 돈은 닳지않고 사라지지 않는다]를 느낄때쯤이면 이곳을 사랑하게 된다




절인과일, 양념 찍어먹기


절인과일 20바트 / 700원


주로 투명한 봉투안에 담겨있는 여러가지 과일을 보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구매했다가 당황하는일은 다반사다. 신선한 과육을 생각하면서 과일을 구매했지만 막상 받은 과일은 미리 일찍 먹기좋게 손질한 뒤 아마도 갈변현상등을 예방하고자 식초나 소금물에 담궈놓았다가 뺀것같은 신선함을 느끼기에는 애매한 과일을 항상 건네받았다


하지만 실망하기에 이른것은, 순대를 먹을때 빨간고춧가루에 소금이 섞인 양념소금을 함께주듯이 과일을 사면 붉은색 소스를 봉투에 별도로 담아주는데 맛은 고춧가루 + 후추 + 소금 + 라면스프를 더한것같은 중독성있는 짭짤한 마법의 가루를 함께 받게되는데, 밍밍하고 맛없는 과일을 자꾸만 불량식품같기도 하고 향신료 소스같기도 한 가루에 짭짤하게 찍어먹으면서 입맛을 다시게 된다. 


긴 꼬챙이 꼬지로 과일을 하나씩 찔러서 붉은 가루에 살짝살짝 뭍혀 먹다 보면 과일을 먹는다기보다 짭짤한 소스가 뭍은 촉촉한 식감의 통조림 속 과육을 먹는것같은 느낌을 준다




열대과일 주스 


과일주스 20바트 / 700원


첫날 도착했을때부터 마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후회를 가득하게 한 스. 그중에도 개인적으로 석류쥬스는 착한 가격대에 비해 정말 농도가 진해서 처음한번 사마신 뒤로는 물보다 저렴하니까 보일때마다 사마시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아니 이왕 사마실거 한번에 두개씩 사서 마셔야겠다]고 마음을 바꿀만큼 좋았다


생각보다 많이 보이지는 않아서 아쉬웠는데 툭툭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드문 드문 쥬스를 판매하는 길거리 가판대가 보일때마다 [으아]하는 탄성이 나왔다. 끌루어이(바나나), 사파롯(파인애플), 쏨오(포멜로), 땡모(수박), 마무앙(망고), 말라꺼(파파야)등 다양한 열대과일 주스가 가판대에 널려있으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시장에 가서 열대과일을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가는것도 좋아하지만 과일은 항상 무게가 만만치않아서 가는길이 힘든데, 이동중에 다양한 열대과일 주스를 판매해서 매일 이것저것 골라 마실수있으니 여행중에 비타민도 챙기고 목도 축이고 이래저래 일석이조다




태국식 호떡 로띠


로띠 30바트 / 1,000원


[소문으로 들었던 로띠가 이것인가] 한참을 봐도 대단할것 없어보이는 계란물에 밀가루반죽을 한다음 아주 작은 한조각을 떼어내 철판위에 끝도없이 넓게 펴낸다. 검지손가락 한마디보다 더 작았던 반죽으로 어떻게 저렇게 얇고 넓게 펴낼수있는지 신기할정도로 반죽을 늘이다가 버터를 위로 넣어 뒤집고 아래로 넣어 뒤집는다


이정도로 끝내면 기본로띠, 바나나를 넣으면 바나나로띠, 이게 과연 맛있을지 이해가 되지않는 제작과정을 지켜보고도 반신반의하면서도 대충 종이와 비닐에 감싸주는 갓 나온 뜨거운 로띠를 돈과 교환했다. 입천장이 홀라당 까질까봐 걱정하면서 한참을 식혀서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먹었는데 맛있다. [아 하나 더살껄]후회가 된다. 이로 한번 베어물면 쫀득쫀득하게 길게 늘어나면서 뜯어지는데 그사이로 버터가 뚝뚝 흘러내리기때문에 옷에 칠칠치 못하게 흘리고 먹기 딱 좋다


 


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열대과일 두리안


두리안 100바트 / 3,500원


마치 파인애플처럼 커다랗고 단단한 뾰족뾰족한 껍질을 쪼개고 나면 저렇게 엉망진창의 형체인 과육이 나오는것같은데 몇일을 지나다니면서 호기심을 거둘수가 없었다. 치우지않고 늘어놓은 과일껍질도 그렇고 정해지지 않은 형태에서 알아볼수 있듯이 찐득거리고 달라붙을것 같은 외형은 분명히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착하게 100바트라고 써져있는 숫자에 현혹되서 결국 구매하고 말았다. 혀 위에서 으깨지면서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아보카도]정도다. 밍숭밍숭한 맛인데 식감은 부드럽기는 하지만 내돈주고 다시 사먹지는 않을것 같은 그런맛. 


만약 몸에 좋다고 해도 식재료에 섞어놓는다면 모를까. 내 입장으로는 저 과육으로 수입을 올려서 생계를 꾸려갈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나처럼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을것이고, 아주 깊은맛이 난다면서 저 과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넘쳐난다던데, 나는 아직이다



짭짤한 소세지 싸이끄럭과 완자 룩친뻥


싸이끄럭, 룩친뻥 15바트 / 500원 


생김새를 보고 떡갈비일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이 동그라미의 정체는 룩친뻥이라는 완자. 그리고 맛있다. 완자옆에는 싸이끄럭이라는 동그랗고 유사한 형태의 소시지를 같이 판매하고있다


먹는것에 정말 관심이 없다고 매번 쓰지만 태국에 가서 자꾸만 [맛있다, 맛있다]를 중얼거리고 다니니 스스도 놀랍다. 여행중 먹은 음식중에 맥주가 가장 땡기게 하는 간식이 뭐였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 동그란 꼬치들을 고를것이다. 짭짤하고 고기의 함량이 많아서 육즙이 뚝뚝 떨어진다. 보통 길거리 음식이 냉동식품을 얼려온것을 구워내서 윤기도 없이 삐쩍마른것을 판매한다는 내 상식은 싸이끄럭과 룩친뻥 앞에서 깨졌다


보통 시장에서 많이 판매하는데 태국은 정말 길에서 술을 팔아야할것같다. 술안주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한입 베어물고 [아 맥주!]라고 나도모르게 입에서 한탄이 터질때가 종종있는데 이 동그란 꼬치를 마주한다면 확실히 그렇다. 맥주가 없어도 아쉬워하면서 베어먹겠지.




코코넛 속을 파내고 과육과 아이스크림을 넣은 이팀카티


이팀카티 30바트 / 1,000원


길을 돌아다니다 이 아이스크림을 보고 사먹지 않을수는 없다. 코코넛 안에 담아주는 이미지나 너무 산뜻하고 이국적인데다가 가격이 이래도 되나 싶으니까


여행을 하면서 꾸준히 느끼는것이지만 코코넛 밀크나 코코넛아이스크림, 코코넛 디저트등을 접할일이 상당이 잦은데 이부분에서 사람은 두 부류다. 입에 맞아서 행복해하는사람과 한입먹고 버리는사람. 처음엔 입에 맞지않더라도 생김새에서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때문에 꾸준하게 재도전하면서 [언젠가는 이 맛이 입에 길들겠지]를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멀었다


재미있는것은 아이스크림 안에 쌀밥을 담아주기도 한다. 이부분은 필수가 아니라 옵션이라서 선택이 가능한데 나는 기겁을 하며 쌀밥을 빼줄것을 요구했다. 태국씩 쌀은 항상 찰지고 맛있지만 아이스크림에 밥을 말아먹고싶지는 않다. 태국식 뷔페에 가면 밥 근처에 코코넛 과육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다양한 과일들을 늘어놓는데 그들은 섞어먹기를 하기도 하는것 같다




쫀득쫀득 망고밥


망고밥 60바트 / 2,000원


이것은 식사로 치기에는 단맛이 너무 강해서 간식으로 분류했다. 태국쌀은 한국의 찹쌀처럼 매우 찰지고 쫀득쫀득한데 그 맛과 식감을 좋아해서 태국에 가면 항상 태국쌀을 싸서 돌아오는 여행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그 쫀득쫀득하고 씹기만 해도 단맛이 많이 나는 쌀에 망고를 한입 베어물면 정말이지 달다


깔끔한 밑반찬에 쌀밥식사가 익숙한 입장에서 망고밥을 처음 접했을때는 [아 내가 너무 늙었어]싶었다. 어린이들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맛, 어린이입맛 어른들이래도 즐거워할것같은 조합이다. 내입장에서는 과일은 과일로 쌀밥은 쌀밥으로 별도로 분류해서 밥 먼저 먹고 망고는 디저트로 먹고싶다




쥬스는 전문점보다 길거리음료가 깔끔하다


오렌지 스 20바트 / 700원


오렌지주스라고 가판대를 걸어놓고 판매하지만 길에서 수동기계로 갈아주는 오렌지는 오렌지 + 라임 + 귤 + 탱자 정도인것같다. 단맛은 많이 약한데 설탕을 넣어서 보통의 당도를 맞추면 설탕을 넣지않고 갈아낸 오렌지쥬스의 당도와 비슷하니 아무것도 넣지않는다면 산도가 엄청 강하지않을까 


지나다닐때마다 마주치는 즙내는 기계위에는 언제나 오렌지 하나가 뎅굴뎅굴 구르고있는데 그게 뭐라고 잠깐잠깐 서서 구경하게 된다. 한국에서 익숙하지 않은 반복적인 움직임을 구경하다가 괜히 머쓱해서 오렌지주스를 사마시곤하는데 맛은 나쁘지않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생과일쥬스입맛에 이미 길들여져있기도 하고, 집에서 건강을 위해 아무것도 첨가하지않고 갈아마시는 과일쥬스에도 익숙해서 그 중간의 과일음료들을 태국 레스토랑에서 마실때 끝까지 마시지못하고 오히려 남기는 일이 많았다. 그들이 첨가하는 재료와 비율이 다르기 때문인가. 음료는 길에서 많은것을 넣지않은 가장 싼 생수통에 담겨있는것이 개인적으로 최고였다




골라먹는 재미, 태국의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15바트 / 500원


우리나라의 요쿠르트 아줌마의 이동식 냉장고처럼 태국에도 이동식 아이스크림이 있다. 높이가 낮아서 사람이 들여다보고 고를 수 있는데 냉장고 안에는 12가지 맛 아이스크림 통이 담겨있다. 어떤것을 먹어볼까 앞에서서 고민하다가 요거트맛을 달라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 마치 베스킨라빈스처럼 작은 스푼에 아이스크림을 떠주고 맛을 먼저 볼수있게 해주었다. 개인 아이스크림 사업자가 이런 서비스까지 해주다니


이맛저맛을 먹어보고 여러가지를 구매하려고 하자 아이스크림 주인은 고민이 깊어졌다. 아이스크림 컵의 사이즈는 일인용으로 한정되어있고 내가 다 들고갈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던것 같다. 나역시도 조금 터 큰 컵에 다양하게 아이스크림을 담을수 있을줄알고 고민하다가 [아차!]싶어서 노멀한 주문을 완료하고 서로 멋적게 웃었다


태국에는 그냥 얼음을 얼려서 하드처럼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태국도 많이 성장한것인지 내가 충분히 돌아다니지 못한것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1인 사업자의 이동식 아이스크림가게가 12가지 맛을 고를수있다니 이건 상당히 놀랍지않은가


 


20160308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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