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 / 태국시장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태국 최대 규모의 주말시장 짜두짝

끝이없는 시장, 어마어마한 물건들, 만개가 넘는 상점



다른일정은 다 캔슬되더라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지 시장구경, 그도그럴것이 태국 최대 규모의 주말시장인 짜두짝시장을 다녀온 뒤로 난 이제 해외의 웬만한 시장에서는 크게 감동받을일은 없을것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규모면에서도 판매하는 물품의 다양성이나 번잡함에 있어서도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시장이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사기위해서라기보다는, 언제나처럼 해외 시장구경하는것을 좋아하고 길거리에 늘어놓은 어지러운 광경이나 현지에서만 판매하는 눈에 익숙하지 않은것들을 구경하기위해 JJ Market[짜두짝시장]으로 향했다. 사전에 너무 넓어서 하루안에 모든 매장을 다 볼수도 없고 크고 복잡하기 때문에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을수도 있다는 정보를 미리 들었지만 나는 겁날게 없었다. 국내에서는 그렇게 방향감각이 없으면서 해외만 나가면 몸에 나침반이라도 지닌듯 정확하게 길을 짚어내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있었기 때문에 [까짓거 넓어봐야 얼마나 넓겠어]하는 생각으로 1만개가 넘는 매장이래도 코웃음을 치고있었다


운영시간 : 토/일 09:00~ 18:00

Khwaeng Chatuchak, Khet Chatuchak, Krungthep Mahanakorn 10900





확실히 어느방향으로 가나 사람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지만 쇼핑몰이나 마트, 백화점, 지하상가등 7시에서 9시 사이의 어마어마한 인파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크게 놀라울 정도는 아니다. 상점도 대단히 많고 빼곡한데다가 골목길도 많은편인데 길이 굽지않고 곧아서 동대문 시장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정리가 잘 되있는 느낌이 든다.


현지 시장에 적응력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태국의 시장은 [번잡하다]는 느낌보다는 긍정적인 의미의 [시장]의 요소를 잘 지키고 있는것 같다. 가짓수많은 상점과 물품 가운데로 넓은 도로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크게 답답한 느낌은 없고, 상점 사이사이 골목길로 들어가면 겨우 세명정도가 딱붙어서 지나다녀야할만큼 좁은 길로 이루어져있지만 인도까지 침범해있는 가판대가 없고 오히려 좁은길로 인해서 사람들이 상점에 붙어 이동하기 때문인지 길막힘이 없다


물론 인기가 많은 제품을 팔고있는 가게앞에서는 너나할것없이 가게앞에 서있는 사람들로 인해 잠깐잠깐 서게되기도 하지만 그런곳이 어디 짜두짝시장 한곳뿐이랴




소소한 시장의 즐거움, 시식


한 상점에 정말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있기에 모른척 그곳을 잽싸게 지나가려고했는데 역시나 동생이 팔을 잡아 끌었다. 사람많은데 뭘 파는지 가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사람과 그런곳은 가급적 쳐다도 보지않고 지나치려는 사람의 조합으로 여행을 한다는것은 매번 생각해도 웃을 일 투성이다


사람이 미어터지는 이유는 [무료시식]때문이었는데 온갖종류의 열대과일을 말린 제품들을 원없이 다 시식해볼수 있고, 과일을 넣은 젤리나 사탕등을 판매하는 가게였다. 역시나 동생은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구매할 품목들을 안은 팔의 각도가 점점점 커져가고있었고 [니가 아무리 무거워도 들어주지 않겠다]고 미리 못을박는것 말고는 내가 이곳에서 할일은 없었다


점원이 새로운 맛을 건넬때마다 매번 맛있다고 한봉지씩을 추가하는데 가격은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돈으로 환산해봐야 3천원, 5천원, 6천원정도인데 사이즈가 어마어마했으니 무게와 가져가는 일이 걱정인데 [카오산로드에서 우체국을 봐놨으니까 택배로 보내면 된다]고 대책까지 세우고 동생은 제대로 쇼핑을 시작했다




저렴한 가격과 새로운 물건은 지름신을 부른다


태국에 온 뒤로 느끼는 거지만 길에서 무엇을 골라들어도 300바트(대략 만원)를 넘는일이 없었다. 사실 300이라는 숫자가 써진것 자체를 보기 힘들다. 분명 저쪽에서는 덤터기를 씌우고있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물건들이 500원, 천원, 2천원을 넘어가지 않으니 분명 눈돌아갈 일이 생길수밖에 없는것이다


애초에 빈몸으로 태국에 와서 속옷까지 다 사입을 예정이긴 했지만, 돌아갈때는 분명히 빈손이기 힘들것같았다. 태국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이 왜 쓸데없는 물건들을 잔뜩 사들고 돌아오는지 이해할수 없었는데, 나와 동생이 자꾸 번갈아가면서 불필요한 물건에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정신이 핑 핑 빠져나갈때마다 들고 돌아가는일이 귀찮다는것을 생각하면서 간신히 혼을 붇잡곤 했다


뜬금없이 조명가게 앞에서 초등학교 운동회때 했던 바구니터트리기만한 커다란 바구니조명앞에서 구매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거나 한국에 돌아가면 분명히 입지않을 깃털이 한가득 달린 알라딘 바지를 색깔별로 만지작거리는일이 생길때마다 다행이 서로가 함께 정신이 나가있지는 않았다. 급하게 등돌리고 상점에서 나올때마다 [사람들이 왜 태국에서 쓸데없는것들을 한가득 사오는지 알것같아]라고 말했지만 안타깝게도 짜두짝에는 1만개가 넘는 상점이 있어서 그 온전한 정신이 매번 오래가지 않았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수 있는 가죽가게


가죽용품을 파는 가게앞을 지날때는 영혼이탈이 최고조였는데 정말 큰 가죽백팩을 골라도 만원, 디자인이 예쁜 카메라 스트랩줄을 골라도 2천원, 눈이 돌아가지 않는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 이런건 사야지]서로 합의를 보고 쇼핑에 몰두했다. 세무가죽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디자인을 볼때마다 동공이 흔들렸지만 쓸것만 사고 짐을 늘리지 않는것에 각오를 다지면서 정말 조심스럽게 살 물건을 골랐다


그리고 계산하려는 순간, 돈이 든 가방을 숙소에 놓고왔다는 것을 알았다. 돈 분실을 대비해서 여기저기 돈을 나눠넣어놓고 그중에 돈 한덩어리(표현이 이상하다)만 들고왔는데, 그나마 그 돈도 동생이 건과일젤리를 여러봉지 사면서 꽤 많이 쓴 상태였다


그래. 나의 과소비는 언제나 신이 도와 말리곤했다지만 이순간 젤리봉지를 들고있는 동생이 얼마나 미워보였는지, 하.. 차마 말로할수없었지만 사실 나는 필요한게 없었다. [남은돈도 숙소로 돌아갈 차비만 확.실.히 남겨놓고 너 다 쇼핑해]라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통큰척 양보하고 더이상 고민을 겪지않아도 될 마음을 가지고 차분히 로컬시장을 둘러보았다




태국의 두가지 문화


수많은 가게들을 지나고, 알라딘바지와 코끼리문양의 패션들을 마주하고, 실크스카프와 민속 공예품들을 구경하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태국이 코끼리를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는것은 알지만, 시장에서 주로 보이는 패션들은 그들이 입는 의상이 아니었다. 그들역시 평범한 캐주얼 복장으로 일상을 살아가는데, 내국에 가면 10중 9은 태국에서 만들어낸 이방인의 의상을 갖춰입고 완벽하게 태국이 판매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물건들로 칭칭 동여맨 여행자의 모습으로 바뀌어있는것이다.


보통 특정 어느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그 나라의 옷을 입고 그 나라의 사람을 사귀는데, 태국은 정말 이상하게도 태국의 문화가 있고, 여행자들이 만들어낸 문화가 별도로 있는데 보통 한두차례의 여행만으로 태국의 깊숙한 문화까지 알기엔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매번 마주치고 말을 섞게되는 사람도 태국인보다는 미국이나 유럽등 여러 타국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철저하게 그들이 타국에서 온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태국이라는 나라는 태국인과 태국인이 아닌 사람이 공존하면서 사는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고, 시장에서도 자국인을 위한 상품과 이방인을 위한 상품가게가 맞물린채 자연스럽게 섞여있었다





여러 물건들을 구경하면서도, 정말 어느것이 태국스러운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손재주가 좋은 그들은 이방인의 마음에 들것같은 물건들을 잘 만들어내고 그것은 사실 동양스럽기는 했지만 인도같기도하고, 일본같기도하고, 유럽같기도 한 여러 요소들이 섞인 상품들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를 오랜기간동안 받아들인 나라였겠지만 시장을 구경하면서 처음으로 [로컬시장을 돌아보고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다양하고 없는게 없는 정말 큰 규모의 시장이지만 태국시장의 특색을 느끼기에는 오히려 뭔가 너무 많았다. 소비자입장에서의 시장은 물건많고 다양한게 최고겠지만 언제나 그 나라 느낌을 대충이라도 훓어보고싶었던 내 입장에서는 태국이 정말 영리하게 여행자들의 지갑을 열게하고 불편함이 없을만큼 모든것을 잘 갖춰놓은 신기한 곳이라는 이미지만 확실하게 잡혀가고있었다




태국 최대 규모의 주말시장 짜두짝 시장


긴 시장구경끝에 동생은 정말 간히 숙소로 돌아갈 차비만을 남겨둔채 두손 무겁게 쇼핑을 끝냈다. 숙소로 돌아가는 툭툭과의 긴 가격협상을 끝내고 길가에 늘어서있는 먹거리 노점상을 보니 먹거리 구경을 하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정말 시장한번 어마어마하게 크고 넓어서 내가 오늘 돌아본 곳은 시장의 일부분밖에 되지않는다는것을 툭툭을 타고 빠져나가면서 확실히 느꼈다


오히려 시골의 시장보다는 태국스러움은 덜 느껴지지만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규모면에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정도라서 시선을 빼앗고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다가 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들의 물건들을 만날때마다 자꾸만 정신을 놓게된다. 면세점은 커녕 해외 어느 나라를 가도 뭔가 들고오는 법이 없는편인데 정말 넘어갈뻔했다


항상 내가 구경하기 좋아하는 로컬시장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지만 분명히 지인들을 데려오면 정신못차리고 물건들을 쓸어담을것만 같다. 사실 여러 보세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건들이 메이드인 차이나인줄 알았는데, 메이드인 타이랜드도 만만치 않다는것을 느끼면서 태국 대형시장구경에 여러의미로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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