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스위스 전원주택의 부활절

얼아기자기한 꾸미기와 동화같은 마음은 아이만 누리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내게는 크게 의미없는 날이 해외에서는 즐거운 축제로 변모해서 

즐거운 풍경을 만들어내는일이 종종있는데 부활절이 그랬다


어릴적 초등학교앞에서 나눠주는 호일에 싸진 달걀을 받아 집으로 향하면서 계란을 왜 나눠주는지 소금은 왜 없는지를 생각하면서 껍질을 까서 먹곤했는데, 물감으로 여러가지 색이 칠해진 달걀을 보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놓아두면 달걀속에 그 색이 스며들지 궁금했다


무턱때고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가서 선물을 받아오면 그날은 부모님과 약간의 대화가 길어지는 날이었는데 내가 성인이 되기전까지는 올바른 사고와 가치관으로 종교를 선택하기 어렵다면서 교회나 성당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일이건 절이 신기한 곳이라고 생각하는 일이건 성인이 되고 난 뒤 판단하기를 바라셨다


성인이 되고난 후에 내가 특정 종교를 믿는 일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지만, 당시의 나이에는 댤걀 하나로 교회의 호감도가 올라가는것 조차 철저하게 원치않으셔서 받은 계란의 증거인멸을 위해 색칠해진 달걀을 급하게 까먹고 처분하기에 바빠 색이 스며드는지의 여부를 알수는 없었다







장르와 주인공이 다른 1화분 1동화


어느덧 나이를 먹고 스위스 여행길에서 만난 부활절. 스위스 종족 특성인지 유난히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화단과 화초들사이에 돌장식이나 귀여운 인형들을 마당과 화분사이에서 만나는 일은 잦았다. 작은 화분안에 조그마한 사람이나 난장이, 동물등의 모양을 넣어놓고 화분속을 꾸며놓은 모습을 볼때마다 화분 하나 하나가 다 다른 동화속 세상으로 만들어져있구나 싶어서 스위스 사람들의 동심이 사랑스러웠다


한 화분 속에는 각자 다른 외형을 가진 엄지공주가 살고있다. 그들의 집은 길고 뾰족한 나뭇가지로 라푼젤의 집처럼 높은 곳일수도 있고 손자손녀가 가지고 놀던 레고블럭으로 만들어진곳도 있다. 얇은 나뭇가지 양옆에 실을 길게 매달아서 인형의 그네까지 화분속에 만들어주는 예쁜 마음을 볼때면 그들은 단순히 초록식물과 예쁜 꽃을 좋아하는것만은 아닌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냉정하고 차분한 사고를 키우면서 성장하기를 바란 내 부모님과는 반대로 스위스는 좋은게 좋은것이고 아이가 즐겁다면 그것으로 족하며 옳고그름은 스스로 서서히 알아가는 것일까







분명 성인이 최소한 한명이상은 살고있을 집이지만 

주인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것은 

아기자기함 이상으로 감수성이 충만한 외관때문이다


이런식의 집들을 만나다보면 소꿉놀이를 즐기는 나이의 어린 소녀들이 집주인일것 같은데 한집건너 한집이 이런식의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문을열고 근육질 몸매의 남자집주인이 나온다면 시각적으로 얼마나 언발란스한 충격일까.


가뜩이나 소녀소녀 스러운 스위스 전원주택들이 대놓고 더 아기자기해지는 날이 있으니, 할로윈도 크리스마스도 아닌 부활절이다. 집 여기저기에 알록달록 칠해진 동그란 알들을 꽃나무 사이에 보일듯 말듯 숨겨(분명 이렇게 보이게끔 한 집주인의 미적 감성의 의도가 있을것이다)져 있거나 창틀에 닭이나 토끼인형 옆에 달걀을 놓기도 한다. 


토끼인형 옆에있으면 토끼알이 되고 홍학옆에 있으면 홍학알이 되는 예쁜 동화같은날, 부활절 하루가 아닌 한달전부터 날짜가 한참이 지나고 난 뒤에도 유지하는 즐거운 장식으로 집을 더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부활절이 있는날, 아마도 꼭 종교를 믿지않더라도 이정도의 귀여운 즐거움은 누려도 좋지않을까






아직 봄꽃눈을 만들어내지 못한 앙상한 나뭇가지에 

낚시줄과 얇은 끈, 실등으로 계란을 묶어 걸어놓은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인간의 감성으로)분명 나무도 좋아할것만 같다 


형형색색의 달걀을 언제 다 칠했을까, 마블링이 예쁜 색감을 내기위해 길게 종이컵을 늘어트려놓고 여러 페인트를 물위에 띄운 뒤 계란을 건저내는 일을 하는 상상을 하니 귀엽다


다 먹은 계란이겠지, 싶어서 살짝 톡톡 건드려보니 안을 다른 무언가로 채워넣었거나 이미테이션으로 판매하는 장식을 섞어 달아놓기도 했다


나이를 먹고 색을 칠하는 일은 가끔 마음에 부슨 바람이라도 불어서 손톱에 메니큐어를 바르는 정도에서 멈춘지 오래인데, 2년에 한번씩 집을 다른색으로 칠하고, 달걀을 칠하고, 울타리를 칠하고, 그들의 창고에는 내 메니큐어 사이즈와는 비교가 되지않을만큼 커다란 물감인 페인트가 가득 있겠지







[아우 나는 그런 유치한 총 천연색이 싫어]라고 말할것같은 

세련미를 추구할 한 집의 주인은 

집 페인트색과 (색)깔맞춤으로 한색의 계란만 정원 나무가지에 길게 걸어두었다


그와중에 달걀에 정성껏 입힌 그라데이션에 들어간 노고는 어찌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고상한 취향을 갖고 물감흔적 남기는걸 싫어하는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진 사람이 본인의 미적 취향에 맞는 계란결과물을 내려고 끙끙거리면서 말리고 덧칠하고를 반복하면서 만들어냈을 그라데이션을 상상해보면 충분히 즐겁지만, 시간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을까, 다른집 화단에 비해 매달려있는 달걀갯수가 확연히 작다


큰 거리에는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이 있다고 마트앞으로 가보라던데, 아침일찍 다녀온 마트안에서도 나는 무수히 많은 달걀장식과 달걀화분을 만나고 왔다. 믿을수없을만큼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식품을 보면서 구매욕구가 슬금슬금 올라오기전 마을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시내를 나가봐야하는 것을까 고민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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