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술마신 다음날의 해장식사

숙취로 고생하는 아침, 남의 접시를 탐하는 자



어제 밤새 정말 죽어라고 마신것같다. 한국에서 몇달을 거뜬히 술을 끊고 잘 지내놓고도 비행기만 타면 맥주를 주문하는 이상한 습관은 언제부터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가볍게 하늘에서 시작하는 맥주 한캔이후로는 거의 모든날의 밤을 술과 마무리한다.


난생 처음 해외여행에서 너무 들떠 숙소에서 잠을 이루지 못할것같았던 날, 이대로 잠들기엔 시간이 너무 아쉽고 벅찬마음에 숙소인근 편의점을 찾아 디자인 외관만 보고 다양하게 맥주몇캔과 소박한 과자한봉지를 사들고 돌아와 창가옆 작은 테이블위에 조촐한 맥주파티를 하면서 밤시간을 보냈던 그때, 그때 이후로 이런습관이 들었나보다


너무 작고 초라한 시골로 여행을 가서 방에 냉장고초자 없고 화장실을 별도로 나가서 공용을 써야하는 곳에 숙박하게 되는날은 미리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캔맥주를 챙겨올만큼 술준비에 있어서 철두철미한 여행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알콜중독이라거나 하루도 술없이 못사느냐 하면 그도 아닌데 말이지..






숙소 1층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새벽 3시에야 끝났다. 말없이 차분하게 술만 꼴짝꼴짝 거리고있던 우리의 분위기는 분명 탈진상태였는데, 남녀할것없이 건강하고 활기찬 20대 중반정도 되보이는 백인 친구들은 자꾸 말을 섞고싶어하는 눈치였다. [모든게 귀찮은 동양인에 대한 시각적인 누적된 경험치가 없어서 저러는것이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젠가를 하자고 졸라대는데 정말이지 젠가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는 여러차례 거절했다


몇번의 거절에도 자꾸만 같이 어울리고 싶어하는 제스춰에, 게임은 하지 않기로 하고 우리자리에 합석한 4명의 남녀 청춘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변호사사무실에서 인턴을 하다가 재계약에 실패하고 여행을 온 화난 미국인 한명과, 부모님 레스토랑을 돕다가 동양에 오고싶었다는 독일친구,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 이직 전에 여행을 즐겨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사람까지, 그러고보니 다들 직장인의 나이대인가보다. 백인은 동양인에 비해 조금더 성숙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분명 대학생이나 20대 초반일거라고 생각했는데 20대 후반에서 서른을 넘긴사람까지 다양한 만남과의 술자리를 끝내고 아침까지 뜬눈으로 버티다가 [뭐라도 먹지않으면 죽는다]라는 마음으로 숙소 가까운곳의 식당에 들어왔다


해외에서의 식사가 정말 지옥같을때는 이럴때지 싶다. 

밤새 마신 술에 속이 뒤집어질것 같은데 식당의 메뉴는 스테이크, 피자, 파스타, 치즈, 치즈, 치즈...

우선 나는 평소에 싫어하는 토마토 주스로 건강을 생각해주는척 하고, 치즈와 고기냄새를 맡으면 내장에 들어있는것을 다 토해낼까봐 연어스테이크 한조각을 주문했다.






맞은편에 앉아서 분명 내 거울일듯 싶은 좀비의 형상을 한 동생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둘다 사실은 [식욕이나 허기짐]을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 의미없는 주문을 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유럽여행중에도 항상 아침 해장때마다 마음깊숙한 곳에서 [나는 너희 종족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생각하곤 했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나도 마침내 아침 해장으로 유럽식사가 적응되었는지 식사를 깨끗하게 비워냈다. 오히려 건강을 생각한 토마토주스는 거의 입도대지 않은체 소금기약한 슈스트링도 다 먹어 치우고, 연어야 뭐 평소에 술안주로 자주 굽던 것이었지만 숙취로 고생하던 날 아침임에도 코를집지않고 식사를 끝냈다


[나는 해장을 스테이크로 하고있는 너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있던 동생의 손도대지 않고있는 접시를 살짝 당겨와서 나는 마침내 남의 접시까지 탐하고있었다. 먹으면서도 느껴지는 [맛없다]는 생각과는 별개로 음식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코와 입이 대견해졌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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