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 / 이탈리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하루의 반을 아름다운 두오모에서

빨간 지붕으로 뒤덮인 피렌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



숙소에서 나와 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 담벼락길을 따라 걷는다

이곳에 오면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에 가서 

기념품이자 필수품으로 수분크림과 장미수, 향수 아쿠아 콜로니아를 사다달라고 부탁하는 주변사람들이 많던데

내 한몸 제데로 간수하지도 못하고 언제나 이것저것 흘리고 다니는 부주의한 성향을 아는 사람들은 

대화하다가 깔깔깔 웃으면서 스스로 부탁을 철회했다


쇼핑리스트에 전혀 관심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우선 그 유명하다는 물품들이 명사만 들어도 

너무 여성스럽다고 생각해서 내 취향과는 동떨어졌음에 의무적 방문의 부담에서 한가지를 덜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난 뒤에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할텐데.






순서를 정해놓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다닐 마음은 없었지만

어젯밤 내내 어느곳에 서도 건물사이로

거대하게 보이는 둥근 지붕은 상당히 신경을 거슬렸다

호기심이 이끄는 순서대로 걷는것이지

멀리서 보이는 둥근 지붕을 따라서 골목 골목을 헤쳐나왔다


대충 호기심만 해결한 뒤 

아메리카노를 팔지않는다는 이태리의 커피숍에서 

뭔가 마실거리를 찾을 마음이었는데


이것은 대충 훓어볼래도 도무지 대충 훓어볼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에 상당히 당황스럽다


내가 어디에서 이렇게 커다란 무언가를 본적이 있었나 

그리고 이렇게 화려하고 웅장한, 섬세한 조각과 장식으로 가득찬 무언가를 본적이 있었나






사진 한장에 담기를 포기하고 벤치에 앉아서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삼색의 조화가 이렇게 기품있는 것이었는가 

잠시 직업병적인 딴생각에 빠질때 즈음


지저분하게 엉키고 달라붙은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따고 

치렁치렁한 긴 치마를 입은 썩은이를 내보이는 집시들이 돈을 구걸하고 

받지못하면 욕과 침뱉기를 반복하면서 이동하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보헤미안 패션의 유래가 저런것인가

영감의 시초는 참 놀랍고 위대하다 :D

집시의 사진을 한장 몰래 찍고싶지만, 걸리면 내 이빨도 날아가겠지


석가탑과 다보탑 첨성대를 수학여행으로 보고 자라는 나는 

디테일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을 어디에서 얻고 기르게 된 것일까


비교가 되지않는 부당한 경쟁속에서 사는것은 아닌가 조금 억울하다

그나마 인터넷이 내 좁은 시야를 약간이나마 트이게 해준다지만 

의미가 있는 문화재의 존재말고 상당히 많은 잡생각들로 머리가 번잡하다





140년에 걸쳐 완성된 어마어마한 정성을 쏟은 건물과 달리 

이름은 정말 성의없이도 지었구나


106m의 464개의 계단을 따라 성당 꼭대기에 오르면

벽돌색 지붕으로 뒤덮인 그 아름답다는 피렌체 전경을 감상할수 있다는데 

나는 너무 늦게일어났다


긴 줄 앞에서 만큼은 참을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을수 없는 성향에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옥상에 올라가기로 결심하고 

두오모의 외관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서는데 

아무리 뒤로 걸어나와도

측면으로 빠져도 두오모 하나를 카메라에 담는것은 불가능할것같다


유명 관광지의 미니어처를 한번도 산적이 없는데
두오모성당의 미니어처가 있다면 갖고싶다

다음번에 다시올때쯤이면 3D프린터로 두오모 미니어처를 만들어서 
가판대에서 판매하면 왕복 비행기 티켓값은 나오겠지만 
외벽의 디테일도 불가능 할테고, 미니어처 자체가 불가능하겠지 :D






준세이와 아오이처럼 10년의 약속을 하기위해 464개의 계단을 올라가야하는데, 

연인들을 위한 곳으로 남은 아름다운 두오모. 

아직 두오모의 1/10도 보지않은것 같은데 벌써 마음이 행복하다


한것없이 두오모 주변만 계속 돌아다녔는데 하루의 절반이 날아갔다

성당하나에 이렇게 시간을 빼앗길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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