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 / 이탈리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절뚝거리는 피렌체 뒷골목의 방랑자

어두컴컴한 골목길 사이에서 찾는 물건



매 여행마다 반복하는 실수가 있다

생필품중에 중요한것을 빠트리고 비행기에 올라타고서는

여행지에 도착한 후에야 필요한 물건의 부재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대체품 찾기에 급급한 형편없는 시간을 보내는것이 그렇다


스위스에서는 치약칫솔을 챙기지 않아서 

그것만 구매하는데 3만원 가까이 되는 돈을 지출하고

빈대와 벼륙이 많다는 기차를 걱정하면서 온갖 의약품을 챙겨놓고도 

상처용 반창고를 생각하지 못해서 좁은 골목골목을 다 돌아다니면서 

밴드를 판매하는지 물어봤지만 

내 입에서 나온[Band]라는 단어를 듣고 가게에서 보여주는 물건은 

[고무줄]이나 [손목보호대]같은것들이었다


오늘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물품은 [손톱깎이와 핀셋]이었는데

매번 여행에 걷는일이 많아 

발톱을 다치거나 가시가 박히는 일이 허다했음에도 빠트렸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가뜩이나 아픈 발로 약국을 찾아 헤매이는데 

사람들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걸어도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물어물어 찾은 골목길의 FARMACIA [약국]에 도착했지만 

손톱깎이를 팔지않는다

나는 오늘 발가락을 다쳐서 반창고와 손톱깎이가 둘다 필요한 절뚝거리는

미간에 주름이 가득한 괴로운 여자다


혹시나 싶어 슈퍼도 둘러보고 

관광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도 들어가본다


손톱깎이 윗부분에 이탈리아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을 그려놓은 

손톱깎이를 팔지도 모르겠다고 

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물건을 상상하고 있다


걷다 걷다 알수없는 철물점같은 가게가 하나 나왔는데

가게 내부를 보니 손톱깎이같은것을 팔만한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과 동시에 

[Nail Clippers]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손톱을 자르는 시늉을 하면서 [틱! 틱! 틱!] 하고 

손톱자르는 소리를 내자(지금 생각해도 정말 바보같다) 


의성어로 알아들은 어두운 뒷골목의 가게 아저씨는 손톱깎이를 내주었다






피렌체 이동네에서 스트레인저가 생필품을 구하기는 정말 힘들구나


세상에서 가장 편한한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서 나를 구경하는 듯 한 팔자좋은 조각들이 

무성히 설치된 동상이 달린 건물아래를 지나칠때마다 

[이 건물도 무언가일려나, 의미가 있거나 역사가 있는것일까] 하는 마음에 

아주 미세하게 궁금했지만 고통이 먼저다 싶어 많이도 지나쳐왔다


2족보행인 인간은 발하나만 다쳐도 이동이 이렇게 느려지는데 

왜 진화를 그렇게 선택한 것일까


지진이나 전쟁등 재난에 대비해서 

침대 옆에 항상 푹신한 슬리퍼를 놔두어야 한다는 글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누가 볼세라 급히 가시박혀 찢어진 다친발을 건물 구석에서 정리하고는 

드디어 그나마 편안해진 한숨을 내쉴수 있게 되었다


오늘 더는 햇빛덜드는 어두운 골목을 뒤지고 싶지않다

넓은곳으로 이동해서 부상의 여유를 좀 부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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