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렌체 / 이탈리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비오는 날, 피렌체의 도둑시장

식료품과 생필품, 사치품과 세공품, 재능판매로 이루어진 볼거리 많은 마켓




여유롭게 피렌체 골목골목을 훓고다니려고했는데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리의 집시들도 종알거리면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가장 늦게까지 성당앞에서 손님을 그리던 화가도 

급히 오늘의 장사를 마무리하는듯 했다


사람이 없는 새벽거리를 좋아하는데 

축축하게 젖은 길위를 조용히 걷게되는것일까

잠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없이 터덜터덜 걸어다닌다







조금 아쉬운것은 

두오모와 산타마리아 노벨라 중앙역 사이에 위치하고있다는 

도둑시장을 구경하고싶었는데 

많은 가판대로 붐볐어야 할 이곳이 

하얀 천막을 쓴 채 본모습을 가리고있어 꽤나 섭섭했다


항상 전통 재래시장 방문이 여행의 즐거움이 되고는 했는데 

역사가 오래된 시장이라면 더더욱 보고싶고

 상상하게 되는것들이 많아지는데


이 하얀천막은 갑작스레 쳐진것같지는 않다

일기예보라도 들었던 것인가






줄지어진 가게들 사이사이 빗속에서도 

문을 연 부지런한 몇몇 가게들 덕분에 

완전이 풀죽지 않아도 되는것이 참 다행이었다


도둑시장은 가죽세공품과 패션 소품등이 유명하다는데 

눈 요기 할 거리의 가죽세공품이 많아 한참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주로 나무를 그을리거나 태워서 가공하는 형태로 만든 소품이나 

가죽으로 다양한 사이즈의 가방이나 지갑

여러종류의 케이스등을 만들어 파는것은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아왔지만 

가죽을 주름잡고 형태를 만든 뒤 가공시킨 제품들은 꽤나 신기하게 다가왔다






잘 찾아보면 싸고 질좋은 가죽제품을 건질수 있다는 이태리 노점 

가죽상점의 매력이 있겠지만 

가죽으로 유명한 도둑시장에서도 가방보다는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소품이 먼저보이는것이

아이쇼핑도 어쩔수없이 사람의 취향에 따른 것이라 

열심히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니기엔 물건이 너무 빽빽하다


정말 많은 가방상점들과, 가방 노점들을 보면서 

이탈리아에 얼마나 많은 가방상인이 있을것인가가 궁금하다


한국에 치킨가게가 셀수없을 지경이라면 이탈리아에서의 가방점또한 그렇지않을까






언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80세 넘은 백발의 백인 할머니의 취미가 

꼭두각시 인형 여러개로 인형극을 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뒤로 

이런 목각인형 앞에 서면 자꾸 멈칫멈칫 

나도 고상한 취미를 시작해볼까 내적 갈등을 시작하게 되었다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보도블럭 위에서 

매일같이 인형극을 연출하는 할머니의 소소하고 즐거울 

연극의 주인공으로 낙점된다면 

인형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목각인형들은 아이의 잠깐동안의 장난감이었다가 

다락방 바구니속에 담기거나 

여행자의 기념품이나 악세사리정도로도 크게 환영받지않을까


지갑을 만지작거리면서 돈을 꺼낼지말지를 고민하는 동안 

가게주인은 나를 의식하지 않는 척 안쪽에 있던 

조금 더 정교하고 잘 만들어진 목각인형들을 내 시야 근처에 매달아놓는다






겉으로 보기에도 상당히 오래되보이는 이 책들은 

실제 서적인지, 단순히 인테리어용인지 모르겠다


책을 파는 가게앞에 내놓았으니 소품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바로 영화소품으로 사용해도 좋을것같은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이 서적들은 중고인것일까


낡고 누렇게 바랜 종이를 만져보고싶지만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괜히 민폐일것같아 욕망을 꾹꾹 눌러참았다


생각보다 반짝반짝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표지는 없구나

가끔 디자인회사에 책을 팔러 나온 보따리 아저씨가 가져다 준 책들은 

항상 일러스트작가나 삽화, 디자인등이 많아서였는지 

정말 화려하고 놀랍다고 생각했는데 

길에서 만난 가판대위의 책들은 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도둑시장길을 쭉 따라 구경하면서 

빗속에서 좋은 향이 난다고 생각했더니

긴 아케이드로 이어진 건물아래 

꽃시장길로 이어져있다는것을 알게되었다


호텔이 아닌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소박한 꽃 한다발을 안고 들어가서 

병에 꽂아두고 혼자 꽤나 만족했을텐데


나이를 먹더라도, 삶이 퍽퍽하더라도 

꽃이 사치로 여겨지기보다 미소로 와닿았으면 좋겠다


내겐 담배값같은 이유로 잊지않고 소비되고 키워졌으면 좋겠다






초상화가가 영업을 끝내는것을 시작으로 시장구경을 했는데 

빗 속 시장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비도 그치고

수채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가 이젤을 편채 영업을 시작한다


노점에서 무엇을 팔지 아무도 알수없지만

오락가락하는 날씨속에서 재능을 파는 화가들도 

도둑시장의 풍경에 크게 기여하고있구나 싶어서 

물건외에 재능까지 내가 여태 보아왔던 시장들보다 

조금 더 볼거리가 다양하지않았나 싶다


생선을 팔고, 과일을 팔고

생필품과 먹거리로 뒤덮인 시장은 볼만큼 보아왔다고 늘상 생각하면서도 

항상 새로운곳에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종자라도 발견하는 즐거움에 

시장구경을 하곤 했는데 


피렌체의 도둑시장에서는 

세공품과 사치품, 예술품과 재능을 함께 판매하고있었다




20160721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스페셜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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