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엠립 / 캄보디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돈을 잃고 사람을 얻은 여행

여행에서 나를 친구로 보는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사람

 

 

 

| 쇼파가 다 찢어진 낡은 툭툭

 

웬만하면 여행전 모든 투어나 일정을 선불로 지급하고 티켓도 미리끊어놓는 성향을 갖은 나는 캄보디아 여행을 앞두고 구글맵을 보면서 많은 혼란과 고민에 빠졌었다. 앙코르와트 티켓 입장권이나 캄퐁플럭 사전 이동 교통수단등을 예약하고 싶고 유명하지 않은 시골외곽의 마을들을 다녀오고 싶었는데 검색능력이 떨어진것인지 캄보디아에서 타국의 가이드가 금지되었기 때문인지 선예매가 어려웠다

 

모든 일정이 예약도 되지않은 상태에서 현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권받는 스케줄을 생각하면서 일정을 잡으려니 쉽게 틀어져버릴 일정이 한둘이 아니겠구나 싶어서 얼마되지않는 여행기간이 약간의 시간만으로도 쉽게 어긋나기 딱 좋은 상태였지만 새벽 4시 30분 미리 예약한 툭툭기사 세트라를 통해 내 걱정보다는 쉽게 일정을 해결할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서는 툭툭기사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하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것을 알고 태사랑 사이트의 툭툭기사리스트를 열심히 훓어본 뒤, 가장 최근 메신저를 개통했다는 영어가 가능한 기사를 체결했다. 한국을 벗어나서 다시 한국어를 하는 사람과 대화할 필요성이 있나 싶은것도 한몫했지만, 한국인이 관광객의 70%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가급적이면 한국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조금 닳고 약아서 비위를 잘 맞춰줄 사람보다 면허를 취득한지 얼마되지 않더라도 툭툭이 새것이고 복장을 단정하게 하고 성실하다는 평을받아서 한국중년남자가 직접 카톡계정을 만들어주고 홍보까지 해준 사람이라니 예약전부터 그가 마음에 들었다

 

 

 

 

 3$ ~5$  공항픽업/ 샌딩  5$라고 봐야한다. 7~10$등 부르는게 값이지만 5$이하는 없음
 3$ ~5$  유적지 일출  앙코르와트 티켓 미구매시 4:30분 호텔앞 픽업 
 12$ ~ 15$  앙코르 유적  앙코르톰, 따게우, 타프놈, 앙코르왓, 프놈바켕, 반데이끄데이,
 20$ ~ 25$  뱅말리아  60km 장거리 
 5$  롤로오스   14km 이동, 쁘레아코, 바꽁, 롤레이
 12$ ~ 15$  끄발 스피언  반데이쓰라이에서 14km이동, 오후3시이후 입장불가
 3$ ~5$  총크니어(톤레삽)  톤레샆호수의 다일공동체, 수원마을, 프놈끄놈
 10$  깜퐁플록(톤레삽)  7월~8월 우기에만 맹그로브숲 쪽배타기 이용가능
 10$ ~ 14$  클리앙(톤레삽)  캄보디아의 부촌
 7$ ~ 10$  머찌레이(톤레삽)  10~11월 조류관광지

 

| 시엠립의 유명관광지 및 툭툭 이용가격표

 

이미 캄보디아 거리에 따른 비용산출표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여행 현지에서 바가지요금폭탄을 맞지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첫날 여행경비의 반 이상을 분실하고 2시간 가까이 이동한 목적지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오자 나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말못할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데, 누군가 훔쳐갔다기보다 내 부주의로 돈을 분실한것이라고 마음먹어야 편하겠다 싶어 체념하고 있었다

 

 

 

 

 

| 모든 경비가 포함된 50$의 티켓을 끊었음에도 5$를 팁으로 달라고 우기던 선장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에 들어서면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나는 돈으로 보일 뿐이었다.

[돈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가진 돈이 없다]고 아무리 말을해도 어떻게든 물건을 팔아보기위해 [1달러]를 요구하거나 이미 계약된 금액 외에 추가비용이 있는것처럼 속여 돈을 더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나게 되자 모든 여행중 처음으로 [사람이 혐오스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내가 돈을 잃어버려서 지금 돈이 없다고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여줘도 물건을 사달라고 눈앞에 콜라를 들이밀거나 추가팁을 달라고 무례하게 손바닥을 얼굴앞에 내밀곤 했다 

 

언제나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 나와서 높이 손을 흔든채로 나를 먼저 찾아주고 기다렸던 세트라와 함께 내가 원하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지만 내 주머니 사정을 훤히 알고있는 세트라에게 너무 작은 금액을 지불하는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1달러짜리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어디있을지 모르는 세트라를 부르기도 미안해서 근처에있는 툭툭을 골라타면, 어김없이 [5달러, 8달러]부터 시작해서 금액을 재조정해야했는데 [화날만한 상황]자체를 싫어하는 동행인은 언쟁자체가 싫다며 불편하고 짜증나는 마음을 숨기고 요구하는 대로 금액을 지불하기도 했다

 

 

 

 

 

| 호텔방에 쳐박혀있으려고 슬픈마음으로 산 0.5달러치의 망고스틴6개와(세트라가 조금만 살수있게 도와줌) 앙코르캔맥주

 

가뜩이나 돈을 분실해서 겨우 근근이 버텨야 할 상황에 어딜가나 엉터리금액을 부르는 사람들을 만나니, 한국인이 호구로 보이는것인가, 내가 만만하게 보이는것인가 싶어 여행중 처음으로 [아무데도 나가지말고 호텔에나 쳐박혀있을까]싶은 마음이 들어 우울할때쯤 세트라에게 먼저 메세지가 왔다

 

 [오늘은 아무데도 가지않는거니?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어디든 말해. 내가 그쪽으로 갈께 고마움에 대한 내 마음이야] 어제 내가 돈을 분실했음을 이미 알고있었던 그는 [돈을 분실했어. 나는 돈이 없어]라고 말했을때 어디에서 분실했는지 나는 괜찮은지를 걱정해준 유일한 정상인이었다. 내가 돈이 없을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고싶은곳에 데려다주겠다고 보고싶다고 말하는 세트라는 내게 원하는것이 없었다

 

내가 어제 하루종일 그에게 준것이라고는 카랴멜 낱개로 한개. 망고스틴 한개. 캄보디아 사람들이 간식으로 즐겨먹는다는 연꽃씨앗 한봉지를 사서 건넨것 뿐. 매번 화나고 지쳐있는 얼굴로 그에게 돌아가서 좋은 인상조차 남기지 못했을텐데.. 시세보다 훨씬 못미치는 얼마되지 않는 금액을 수고비로 건네면서 미안한마음에 포스트잇에 적은 몇마디때문이었나, 그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금전관계를 떠나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 언제나 안전운전 해주는 세트라의 툭툭에서(내가 갖은 세트라의 유일한 사진 :)

 

붙임성있게 구는 넉살좋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더 고마웠던 사람. 묵묵하고 단정했던 세트라는 내가 [우와!]한마디만 뱉어도 가던길 한쪽에 툭툭을 세우고 놀란것들을 조금 더 관찰할수 있고 다가갈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긴 일정을 끝내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올때쯤엔 항상 높이 한손을 흔들고 밝은 미소를 보이면서 시원한 물을 손에 쥐어주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때마다 얼마나 그가 반갑고 좋았는지 달려가서 안아주고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었다

 

나는 미안해서 다시 그에게 연락할수 없었지만, 그가 나를 다시 찾아서 나는 덕분에 호텔방에 쳐박혀있다가 공항으로 돌아가는 불행에서 벗어날수 있었다. 배려심많은 세트라가 좋았지만 조심스러운 성향을 갖은 나나 세트라나 서로 사진을 같이 찍거나 말없이 몰래 찰칵 남기는 일도 어쩌다보니 하지 못한채 헤어져서 많이 섭섭하지만 그의 마음을 잊을수는 없겠지

 

낡고 닳았던 캄보디아의 다른 툭툭과 사람들과 달리 그만은 반짝반짝 새 툭툭에 깔끔한 셔츠차림으로 약속한 시간보다 먼저와서 해먹한번 펼쳐 쉬는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깔끔하고 젠틀한 사람, 그의 착한 마음이 그대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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