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엠립 / 캄보디아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한국인이 세운 캄보디아 시골학교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푸는 예쁜 풍경



현지 친구인 빗이 내게 보여준 여러 즐거운 풍경들중에 

꽤나 기억에 남는 곳은 한국인이 세운 캄보디아의 시골 초등학교였다


전봇대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전기는 들어오나 싶을만한 시골외곽에

조그만하게 지어진 이 학교앞에서 내게 들어가보기를 권하더니 


여긴 너의 나라 한국인이 우리에게 지어준 학교야

네가 가면 좋아할거야. 글자를 가르쳐주고 인사를 알려줘 라고 말했다


학교에 들어가도 될까 멈칫거리면서

정문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들이대는 순간 없었던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촬영용 포즈를 잽싸게 취하더니 도망갔다.(귀여운놈 같으니) 


한국은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 운동장 한바퀴를 그냥 걷고싶어도 

어떤아이와 어떤관계인지를 일일이 써야만 학교안으로 들어갈수 있다


유괴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대비이기때문에 당연이 이해하지만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학교에 마음대로 발붙이지 못하는 점은 참 씁쓸했다

그럼에도 언제나 활짝 열려있는 캄보디아의 학교문은 

조심스럽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코딱지만한 학교운동장엔 무너진 과수원처럼 이

곳저곳에 제멋대로 큰 나무가 심어져있었는데

운동장이라기보다는 정원도 아니고(적당히 둘러댈만한 명사가 없는) 그냥 땅이다

곧장 1층으로 된 긴 교실로 발길을 딛는것 외에는 

크게 기웃기웃할만한것들이 없었다


교실과 운동장 사이에는 계단이 있는데

신발장이 있긴하지만 전교생의 신발을 수납할만큼 크지도 않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계단에 신발을 벗어놓는것 같다


벗어놓은 신발만 보아도 아이의 성격을 알수 있을것같다

그나마 신발을 신고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내가 이곳에 와서 본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것없이 맨발로 흙길을 걸어다닌다



 


교실은 다해봐야 4개. 1학년한반, 2학년한반, 그외가 한반이다

3학년이 지나고 나면 집에 일이 생기면 학교를 결석하고

돈을벌거나 각종사유들로 아이들이 걸핏하면 결석을 해서 

사실상 수업의 진도를 빼기가 쉽지않고 

학기초에 배운것을 학기말까지 가르치고있곤 한다니 마음이 좋질않다


그외의 교실은 교무실이나

각종 물건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미술실, 과학실이자 창고같다

총1층건물이자 실도 대충 7개정도밖에 되지않는데 

하나같이 수업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소란스럽고 정신없다


수업시간이라기보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틈의 자율학습시간같은 느낌의 교실이다

물론 선생님이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압적이나가 엄안느낌은 전혀없는 :)






학년이 올라가더라도 아이들의 키나 몸집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낸 문제를 단체로 나와서 

서로 의논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푸는데 열중하는데 

번호를 지명당해서 1인 1문제를 해결해야했던 시대에 태어났던 내눈에 이풍경은 꽤나 낮설다


부담과 책임감에서는 조금 멀어지더라도 한결 편한 마음으로 풀수있을것같다






수업시간이지만 서서 돌아다니고

잡담을 하고 아이들은 깔깔거리면서 웃는다

사실 수업중이라는 느낌 자체가 없다


몰래몰래 꼽발을 딛고 교실을 슬쩍슬쩍 훔쳐보고있지만

사실 워낙 시끄러워서 이렇게까지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아도 될것같다


어차피 공부에 열중하고 있지않고 각자 다 다른곳을 보고있어서

아무리 조심스럽게 다녀도 아이들은 아는체를 하면서 손을 흔들고

선생님은 손짓을 하면서 안에 들어오라는 제스춰를 취한다


나는 쑥스러운마음에 정중하게 거절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캄보디아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한국어와 영어를 배운다고 했다

보다시피 수업이 정상적으로 잘 이루어지는것은 아니라서 

간단한 인사와 생활속의 기본적인 의사소통정도일 뿐이지만 

관광으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전체관광객의 70%에 달하니

그들에게 한국어는 꽤나 중요할것이다





그나마 조금 커보이는 아이들은 야외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고있지만

분명 수업중이겠지싶어서 가급적이면 피해를 주지않기위해서 

조심히 지나다녔지만 자유분방한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한다

[너흰 도데체 언제 문제를 풀고 암기하는거니]싶을만큼 

조용하게 몰두해 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다


그래, 옳고그른게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면 사실 저런분위기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마주치는 아이들마다 해맑게 인사하고 

내 목에 걸려있는 카메라를 보면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사진찍힐 준비가 되었음을 티내서 

자꾸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아이들을 사진에 담았다

한명한명 얼굴가득 찍은 사진은 하나같이 티끌없이 활짝 웃어서 내 마음까지 밝아져버렸다






물바닥과 진흙을 번갈아다니면서 걸어다녀도 아이들은 

맨발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신발을 벗고는 30초도 걸어다닐수 없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것일까

어릴때 읽었던 원숭이 꽃신 이야기에서 처럼 

내 발바닥은 너무 얇아져서 작은 자극조차 견딜수 없을정도가 되었고

나는 신발뿐만아니라 

사실 인간에게 꼭 필요한것일까 싶을만한 모든것들의 노예가 되어있다


깜퐁플럭의 수상가옥촌을 둘러보면서

내가 이런곳에서 아무것도 없는 생활을 할수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사실 이곳의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 필요한것이 정말 많이 부족하고 결여되어있다고 생각했지만 

자본의 노예로서 성장하지만 않는다면 

과연 인간으로서 필수품이고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정말 부족한 것인지에 대한 고찰은 필요할 것 같다





한쪽에는 아궁이에 솥 세개가 얹어져있고

어르신 세분이서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하고 계셨다


몇개 되지도 않는 플라스틱 접시가 아이들의 식판이고

테이블에 붙어있는 의자는 10명도 앉을수 없을것 같으니 

아이들은 나무 아래나 교실입구의 계단등 아무곳이나

내키는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겠지


한국국제기아대책 KFHI 007 Center 

(KOREA FOOD FOR THE HUNGRY INTERNATIONAL)에서 

캄보디아 어린이 결연을 위해 지은 학교를 둘러보면서 

여행중에 내가 한국인이라는게 뿌듯했던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흐뭇했다


여행중에 정말 해보고싶은 일이라도 

학대나 착취, 비리등과 관련되어있다고 하면 

아쉬운마음을 여러번 다잡고 일정에서 제하는 시간을 갖다가

점점 착한 소비를 지향하고싶고

금전적인 도움보다 궁극적인 베품을 항상 고민하곤 했다


내가 많이 갖고있는 편이 아니기에 한계는 있겠지만 

이런 작은 마음이 도움의 시작이 되는것이겠지 싶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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