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칸바루 /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그들의 정해진 기도시간

페칸바루에서 부키팅기까지, 하루를 택시안에서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부분은 이동수단이었다


다들 발리와 롬복,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만 가는것인지 

그 외의 많은 도시들을 이동했다는 사람들을 찾기도 힘들었고

가뭄에 콩나듯 한두명 찾고나면 

그들은 패키지여행으로 가이드가 예약해놓은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어디에서 예약했는지 

어떻게 얼마에 탑승했는지 위치와 가격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결국 페칸바루에 도착하고 나서 현지인에게 물어물어 이동할 마음으로오긴했지만

나는 결국 택시를 타고말았다


현지인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택시를 추천했고 버스는 없는가를 물었을때 

본인이 알고있는 운전기사의 연락처들을 써주었는데

정말 고마운 마음으로 번호를 받아들고 나면 결국은 그냥 봉고차였는다


그들을 믿고 타도 되는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택시와 별반 차이없는 가격을 부르는 상황만 반복되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상황에 지친 나는 공항 앞에서 택시예약을 해주는 여자에게 

소개비명목으로 5000RP(430원정도)를 내고 정규택시를 기다렸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주 이동수단은 오토바이


하나같이 노랗게 칠해진 차들은 지붕에 

확실히 택시라고 달고있으니 그나마 마음이 좀 놓였다

비싼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각지역의 이동비용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700,000RP(6만원정도)를 지출할 수 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택시 운전기사가 두명이 탑승했는데 

5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라서 피곤했는지 두사람이 번갈아가면서 운전을 했고 

그들 또한 부키팅기를 처음 가본다는것이었다


어렴풋이 짐작한 것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섬나라이고

전국으로 이동하는 대중교통은 발달해있지 않는데다가 

현지인들은 많은 이동을 하지 않고 그냥 사는듯 싶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TAXI 는 TAKSI


택시를 탄지 한시간도 채우지 않은것 같은데두 기사는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잠깐만 나갔다 올테니 기다려. 밖에 나가지 말고 차 안에 있어]라고 말하고는 사라져버렸다


몇분을 기다려도 그들은 오지않았고 

[밖에 나가지 말라]는 말이 신경쓰였지만 좀이 쑤셨다

급한일이 생긴것인가, 

그들은 차키도 그대로 꼽아두고 문도 닫지않은채로 

그대로 사라져버렸는데 갈수록 황당한 마음보다 궁금한 마음이 더 커져갔다


[인도네시아는 위험한 나라인데다가, 치안이 좋지않고 절대범죄가 가능한 나라]

라는 타이틀을 어디선가 주워들었기 때문에 나는 머릿속으로 오만가지 상상을 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오지않자 

동행인의 만류에도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택시옆에 딱 붙어 서서 

미어캣처럼 목을 뺀 채로 오직 눈으로만 운전사를 찾기 시작했다






두리번거리던 중 이상한 소리가 울려퍼졌는데, 

스피커가 도데체 어디에 설치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온 동네에 방송되는것 같은 느낌으로 한남자가 글을 읽듯 노래하듯 

쉴새없는 무언가를 말하고있었는데 

비로서 인도네시아에 왔다는 생각과 함게 

낮설고 신기한 [이슬람문화의 기도시간]이라는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쯤 두명의 당황한 승객을 내팽개쳐두고 마스지드(Masjid)안에서 

열심히 기도드리고 있을 기사아저씨들을 생각했다

[나도 데리고 가지. 나도 기도하는 모습이 궁금한데]라고 생각했지만

워낙 남녀가 유별한 나라이고, 그들에게 아주 신성한 곳일테니까 


나는 다시 택시에 앉아 오래전에 읽었던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이라는 책의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이렇게 손님을 내팽개쳐놓고 한시간 가까이 그들이 사라져버린다면

나는 이슬람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놓아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을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았다





운전사들이 돌아오고, 그들은 한결 기분이 좋아보였다


다시 출발한 택시안에서 나는 미리 멀미약을 먹고 장거리의 피로에 대비해서 잠들었는데 

다급하게 [친구! 어서일어나! 저걸찍어!]라고 말하는 다급한 목소리에 

[뭔가 엄청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장소이거나, 의미있는 풍경인가보다]싶어서 

비몽사몽한 와중에 사진을 찍긴 찍는데... 아 정말 운전 심각하게 험하게 하신다 싶다


사진을 찍으라고 했으면 속도를 줄여주지; 

엄청나게 과속을 하고있었다는것을 잠들어서 전혀 몰랐다

거기다가 급커브가 많은 대관령같은 곳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내 머릿속에서는 분명 난폭운전임이 확실한데 그들은 [안전운전]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어보였다


안전띠를 매만지면서 경직된 자세로 멀미에 고통스러운 내게 

[오오오! 어서 저걸 찍어 친구!]라고 흥분된 상태로 말하는 중년의 아저씨들의 요구대로 

매번 셔터를 누르긴 누르는데 지금 내 생황에 저것들이 의미가 있나


차를 좀 세워달라고 할까 싶었지만 도로가 협소하고 꼬부랑길이라 차를 대기에도 쉽지않아보였고

추후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들이 다급하게 외쳤던 

[프랜! 포토! 포토!]는 명소나 의미가있는 것이었어서가 아닌

"본인들도 처음보는 풍경에 신난 마음으로 저거봤냐?"는 의미였다






네비게이션도 없이 처음 부키팅기에 와보는 들뜬 마음의 중년의 두 남자와 함께 

택시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때쯤

동그란 지붕이 달린 건물로 달리고있음을 눈치챘다


또 저들이 기도할 시간이 왔음을 직감했고

[아...안돼!! 안된다고..]난 정말 지쳐서 

제발 기도하지않고 내 목적지로 가주길 마음속으로 바랬지만 

그들은 역시 [다녀올게, 기다려 친구!]라는 말과함께 사라져버렸다


구글맵으로 5시간 10분정도 걸리는 거리라고 알고있었지만

중간에 휴게소에서 식사하고 마스지트에서 그들이 기도를 드리고.. 

내 체감시간으로는 7시간이 넘어갔지만 그저 부키팅기 안으로 들어오기만 했을뿐

내 숙소까지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수도 없었고 벌써 어둑어둑 해지고있었다


나는 주변에 슈퍼라도 있을까, 간식거리라도 좀 사서 

오늘밤은 과자봉지로 저녁식사를 대신해야하지않나 싶어 다시 미어캣이 되어 

길게 목을빼고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뭐라도 보이면 미리 사놓는것이 오늘밤을 위해 좋을것 같았다


[택시안에 있을 이유가 있나? 그들은 금방 오지도 않을텐데] 싶었지만 

빗방울이 하나 둘 툭툭 떨어지고있었고 나는 또 마냥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불한 돈에 내 시간은 포함되지 않은것인가

답답한 마음과 함께 동네방네 울려퍼지는 이슬람 기도소리에 속이 답답해져가고 있었다. 


아.. 인도네시아.. 아.. 이슬람.. 아.. 아아..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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