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칸바루 /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예상치 못한 난관

내가 살고있는 환경과 너무 다른곳을 여행할 때



인도네시아 배낭여행에서의 첫 숙소였던 호텔에서 

나는 짐도 내려놓지 못한 채 어디에 앉아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

문을 열자마자 침대 두개와 갈색 보관함으로 사용되는듯 싶은 가구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침대시트는 원래 하얀색이었겠지만 회색이 다 되어있어서 

저정도로 색이 탁해지려면 10년은 쓰지않았을까 싶었고

베게는 다 터져있었다


덮고자는 꽃무늬 이불은 전체 면이 다 보풀이 일어나 있었는데

침대시트와 동일하게 세탁이 언제 된것인지

너무 낡아서 바로 오늘 빨았다고 해도 믿을수 없을만큼 끔찍했다


가장 놀랐던것은, 창문이 쇠 살로 되어있는데, 

유리없이 복도와 그냥 뚫려있었고 

노란 천(분명 커튼일테지만)으로 그냥 엉성하게 가려놓았을 

뿐 방음이 전혀 되지않았고, 마음만 먹는다면 바깥에서 천을 제껴서 

방안을 마음껏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태였다


추후에 알게된 것이지만,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건물의 창문은  이런식으로 뚫려있고

그냥 천하나로 가려놓을 뿐이었고, 

마음먹으면 창문으로 손을 넣어 안쪽에서 잠근 문도 열수 있을것만 같았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샤워실+화장실이었는데

좌변기가 들어오기 전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는곳이 대다수였고

수세식변기는 한국의 2/3정도의 길이밖에 되지않았다


어느곳에 가도 찌린내와 함께 벽 주변에 당연하게 오랫동안 소변이 튀었을것 같은 

특유의 냄새가 진동했는데 변기옆에 물읖 받아놓는 통을 

인도네시아에서는 당연스럽게 집집마다 만들어놓고 바가지로 물을 퍼서 변기물을 내리고

저 협소한 공간에서 세수와 함께 샤워를 해야했다


후에 자카르타나 덴파사르로 넘어가면서 상황은 약간 좋아졌지만

유명 관광지가 아닌 곳에 리조트는 커녕 신문물(?)의 인테리어 형식을 갖춘 숙소를 찾기까지는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고 

좌변기와 물받는 통의 바가지만 하나 덩그러니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한달넘는 배낭여행을 계획했는데

매일 밤마다 숙소에 돌아오면 나는 우울해졌다

호텔을 바꿔도 또 똑같은 구조에 똑같은 위생상태와 

회색 때가낀 침대시트에 쌓인 스펀지가 내려앉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배낭여행자니까 돈을 아껴야하지만 우선 누워도 두드러기가 나지않을 호텔에서 자야겠다]고 다짐했다





숙소에 돌아오면 정말 심각한 피로감에도 침대에 눕는것도 찝찝하고

보풀가득한 꺼끌거리는 이불을 덮을수도

덮지않을수도 없는 상황을 겨우 잘 버텨내고

다음날 숙소를 옮기고, 그 다음날도 숙소를 옮기면서 

나는 [왜 더 많은 돈을 내고 좀더 좋은 시설이 있을것 같은 호텔도 

결국 이모양인가?]를 생각해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는 길이건, 고급 호텔이건 개미가 많고 바퀴벌레도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개미가 있는곳은 바퀴벌레가 없었는데 개미가 바퀴벌레를 다 잡아먹기 때문이라고) 

바퀴벌레가 있는곳보다는 개미가 있는곳이 더 많았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물티슈로 얼굴을 쓱 닦으면 

물티슈가 시꺼멓게 변할정도로 내 얼굴에는 매일 먼지가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던것 같다

얼굴닦은 물티슈가 시꺼매질 정도면 

머릿카락 사이사이의 먼지는 얼마나 많을까 


한숨쉬면서 화장실 물을 틀면

시꺼먼 물이끼가 가득한 숙소도 있었다


수도관 상태는 안봐도 알수있을것 같았고

문제는 먼지낀 상태로 있을것인가 물이끼가 있는 물로 씻을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가 눈물과 함게 이끼나오는 물로 샤워를 하기도 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다수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꼼꼼하지 않고 완벽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고급 호텔에 가더라도 

벽에 걸린 TV, 벽조명, 액자, 에어컨, 옷걸이, 설치형 가구들은 

언제나 제멋대로 틀어지게 달려있고 

기본적으로 시공할때부터 수평을 맞춘다던가 하는일은 없는것 같았다


[청결]문제로 내가 이렇게 괴로움을 느낄줄은 상상조차 하지못했는데 

어느정도 인도네시아 일주를 계획한 나는 밤만되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우울하고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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