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언제 터질지 모르는 브로모화산

그리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러시아커플, 현지투어에서 생긴 에피소드



아직도 휴화산 상태가 아닌 브로모는 

내가 여행하기 불과 세달전 폭팔했다


내가 아는 화산과 관련된 산이라고는 [백두산] 뿐일정도로 무지하고 

산 자체에 관심이 없는 나는 나이를 먹어도 산보다는 바다를 사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라는 명사 다음으로 유명한 관광지 '브로모'산은

확실한 네임벨류가 있었음에도 알지못할만큼 관심밖이어서 

낭여행을 계획하면서 꽤나 고민을 했다


그럼에도 족자카르타에서 자연스럽게 발리로 넘어가는 경로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무시할수 없고

전세계 화산활동의 70%를 인도네시아가 차지할만큼 불의고리에 속하는곳을 미루기엔 어쩐지 찜찜한 마음이 있었다






한스어드벤처의 미스터한은 

미드에 나오는 중국인과 똑같은 얼굴과 엑센트로 장사를 한다


언제 폭팔할지 모르는 화산이기때문에 현지투어를 신청하는것이 현명할것 같았다

다년간의 여행경험끝에 현지투어에서 만나게 되는 타국친구들과의 동행은 생각보다 피로하다는것을 절실히 느꼈지만 금액적인 면에서도 안전적인 면에서도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브로모와 이젠을 거쳐 발리까지 한번에 이동할수 있는 현지 여행사를 찾아 [PANANJAKAN BROMO - IJEN DROP - KETAPANG 스케줄로 2인 160,000RP]에 계약을 끝냈다


이동과 조식 및 숙소를 포함한 3일경비가 13만7천원(2인)이니 혼자 배낭을 짊어지고 이동하는 비용에 비해 저렴했다. 다만 합승하는 타국여행자가 점잖고 메너있기만을 기대했는데, 다행이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살고있는 중년커플 두명과 함께 탑승했고, 내가 다녀온적 있었던 여행지인데다가 나보다 훨신 성숙한 그들의 연륜에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짜서 먹지도 못할것같은 유부국물과 쌀밥을 만원넘는 가격에 팔다니.



다만, 원치않는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것만큼은 곤욕이었는데, 

이미 인도네시아 음식이라는 음식은 거의 먹은것 같은 입장에서 훌륭하지도 않은 식사를 말도안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손님도 없는 식당에 차를 세울때마다 그들이 이 레스토랑을 통해 커미션을 받는것이 분명하다고 느꼈다


족자카르타에서 브로모 화산으로 이동하는데만 차로 13시간 반, 평균 12시간이 걸린다고 했고 중간에 이슬람식 기도를 드리러 사라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멀쩡한 사람도 차몸살을 하게할만큼 긴 시간을 차에 탑승하고 있으니 아프지 않은 뼈마디가 없었다


아침일찍 출발했는데 시꺼먼 밤이 되어서야 숙소앞에 내려주었는데, 이탈리아 커플은 다른 숙소인듯했고 나는 여태 지냈던 숙소에 비해 꽤나 만족스러운곳에서 피로감에 젖어 순식간에 잠이들었다. 

페칸바루와 부키팅기, 빠당과 족자카르타에서는 한여름처럼 더운날씨였는데, 이곳의 날씨는 늦가을처럼 추웠다. 외국에서 보기힘든 두툼한 솜이불이 침대에 세개나 있었는데 하나는 깔고 두개를 덮어서 [무거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억이 없는것을 보니 거의 기절하다 싶이 잠든것같았다






브로모산 픽업드랍을 위해 주차된 

도요타지프의 무지개색 차들은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새벽4시, 약속한대로 숙소앞에 나와서 JEEP을 기다렸다. 숙소에서 브로모화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수없었는데 걸어가기 만만한 거리가 아니니까 꼭 지프를 계약하라는 사전정보를 들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터덜터덜 걷는것을 보면서 내 선택이 옳았기를 빌었다


나와 동행인이 지프에 맨처음 오르고, 얼마되지않는 거리에서 어제본 커플이 아닌 20대 초반의 젊은 러시아커플이 차에 올랐다. 나이가 많은 운전사는 게속 다른 가족 4명을 더 기다린다고 했는데 내눈에 아무리 봐도 이 지프안에 운전사 포함 해봐야 6명정도만 겨우 탈수있을것았는데고 기다린다는 가족은 보이지않았다


[4명이 이 차에 더 탄다는거지?]라고 내가 다시한번 묻자 운전사는 잠깐만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채 걸어서 그 가족을 찾아헤매면서 대략 30분 정도가 지체되었는데, 혈기왕성한 러시아커플이 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빨리 출발해! 나는 일출을 보러 왔다고! 지금 당장 가란말이야!]라고 여자가 화를내면서 난폭하게 굴기 시작했고 남자친구인듯한 사람은 주먹을 쥐면서 당장이라도 운전기사를 때릴듯이 [여긴 더이상 자리가없어 사람을 태울수도 없어! 당장 출발해! 더 느리게 굴면 가만두지않겠어!]라면서 나이많은 운전사에게 협박하기 시작했는데 그래도 묵묵히 운전사는 다른가족을 기다렸고 러시아남자는 차를 주먹으로 치기 시작했다가 우리에게 분노의 동요를 원했다가 비명을 지르는 등 꽤 많은 액션을 취하다가 운전기사의 손목을 잡고 당장 운전하라면서 반강제로 출발을 시켰다






| 인도네시아 어딜가나 볼수있는 SELAMAT DATANG 게이트. 어서오세요라는 뜻이겠거니,,


차에서 내린 뒤 등산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일부러 러시아커플과 거리를 둔 체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산행을 시작했다. 정말 온세상이 어두워서 당장 내 발앞과 산에 오르는 앞사람들 외에는 보이지않았는데 무슨 즐거움에 산을 타는지 알수가 없었다


태국 칸차나부리에서 만났던 러시아 노부부는 매력 그 자체였는데, 이 어린 러시아커플은 무례함 그 자체가 아닌가. 30분이 늦어졌고 컴플레인을 거는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주먹으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차에 폭력을 가하고 사람 바로 눈앞에 삿대질과 함께 악을쓰는것을 보면서 같은공간에 오래있다가는 못볼꼴을 보게될것같았다


영화에서나 봄직했던 무례와 폭력성을 바로옆에서 경험하면서 이 새벽부터 내가 뭘 보겠다고 등산을 하고있나 싶어 가뜩이나 힘겨운 오르막 산행에 기분조차 촥 가라앉았다. 환영문에 도착하고 바글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뭘 봐야할지 몰라서 우두꺼니 서서 내려갈때도 그 러시아커플과 함께 지프를 타야한다는 생각을 하자 [아.. 내가 5분이라도 늦으면 다른 차에 타지못한 가족처럼 우리를 버리고 가겠군]하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마음만 들었다






사방이 칠흙갔았던 산에 빛이 들어오고, 마주보이는 산에서 일출이 시작됐을때 사람들은 탄성을 뱉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냥 조용히 마음을 비우고 해가 뜨는것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새벽부터 벅찬 하루가 예상되고있었다






멍한 상태로 일출을 보고있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소리에 돌아봤더니, 콘크리트로 지어진 전망대 위에 사람이 빼곡했고 그 위로 올라오라는 동행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아 맞다. 나는 일출이 아니라 브로모를 보러온건데] 해가 떠올라도 그 어느곳에서도 브로모 화산이 보이지않았는데 그 콘크리트 위로 올라서야 비로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산들과 브로모 봉우리가 보였다


실제로 처음 마주한 화산은 평화롭구나. 

표현하기 어려운 색이 하늘부터 땅까지 그라데이션된 체, 시시각각 천천히 바뀌는 풍경의 색이 흥미로웠다


세달전 저 화산이 폭팔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말을 타고 저 산 가까이 들어가볼수도 있었다

모래바람이 일어서 스카프와 썬글라스가 꼭 필요하다는 브로모 화산 가까이를 사막처럼 덮인 모래와 흙을 밟고 가까이 가볼수도 있었다 싶은 미처 눌러낼수 없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한참 브로모에서 눈을 거두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았다


그러다 정신이 들어서, 러시아커플이 [당장출발해! 우린 지금 가야한다고!]라고 우리를 버리고 가버릴것만 같아서, 우린 정해진 시간도 없는데 황급히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동안 언젠가 TV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산에서 에델바이스를 꺾어 꽃다발을 만드는 소년들이 있었다. 에델바이스 꽃다발을 화산 분화구 안으로 던지면 행운이 온다는데 나는 화산폭팔 직후에 방문해서 브로모 근처에는 갈수조차 없으니 무용지물이 아닐까 싶지만 자꾸 눈길이 간다


지프앞에서 에델바이스 꽃다발을 파는 소년과, 말을타고 산에오르는 사람들, 이동네 검둥이 누렁이할것없이 모든것을 흘려보내면서 러시아 커플을 기다리고있다. 나이많은 운전사 옆에는 우리가 새벽에 버리고 간 체코에서 온 4인가족이 있었다.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둘.


길이 엇갈려서 만나지 못했고 러시아커플이 난리를 쳐서 그들을 태우지 못한덕분에 운전사는 우리를 데려다주고 난 뒤 바로 다시 내려가서 체코가족을 태워왔다고 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불만을 털어놓고있었다

[아니 새벽부터 기다렸는데 애는 울고 운전기사는 없고 다른애는 춥다고하고 두시간을 덜덜떨면서 기다렸는데 일출까지 놓쳤다니까]라고 화가나있는 애엄마에게 나는 어떤 제스춰를 취해야할지 몰라서 답답했다


사실은 이따 너희랑 같이 차에탈 러시아애들이.. 하고 말할수도없고, 애엄마가 원하는대로 늙은 운전사가 일을 똑바로 하지않는다면서 동의해줄수도 없어서 하는말마다 [힘들었겠다]정도의 호응과 머리를 끄덕여주면서 시선을 에델바이스로 피할수밖에.


러시아커플은 도데체 언제 오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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