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아름다운 섬 길리아일랜드

발리에서 떠난 아름다움이 모여있는 곳






거북이를 만났다

길리메노의 깊은 바닷속, 내 키만한 거북이가 

유유히 검고 푸른 물속에서  

바다 전체가 자기 집인것처럼 유유히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물속에서 긴 빛을 받고있는 거북이는 커다란 새같았다

앞다리를 길게 펴서 헤엄을 치는데, 길고 날렵하게 뻗은 날개같아서

거북이가 크게 한번 팔을 휘저을때마다 큰 날개짓을 하는것처럼 느껴졌다


나도모르게 거북이를 따라 바닷속을 누비고 다녔다

알수없는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호흡기에서 들리는 내 빠른 호흡이 아마도 심장뛰는 속도보다는 느렸을것이다


- 갑작스러운 만남에 사진을 찍지못해 거북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장 비슷한 느낌으로







아무것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 선장이 갑자기 배를 세워서 


키 아래 숨겨놓았던 칼을 갑자기 빼들고 위협하면서 

가진돈을 다 빼앗기고, 

나는 바다로 뛰어들어서 상어밥이 되고마는구나

드디어 내 여행에도 이런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그 찰나의 순간 그런 상상을 하고있었는데

말없던 선장은 나를 물속 깊은곳으로 끊임없이 데려갔다

숨을 쉴수없어서 허튼 수영으로 배로 돌아가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선장은 괜찮다는 제스춰를 보이면서

배로 돌아가고싶어하는 나를 

기어이 아주 먼곳까지 강제로 손목을 잡고 끌고가더니

물속깊은 곳에서 거북이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때까지 물위에 떠있는것만으로도 버겁고

숨을 어떻게 쉬어야할지도 몰라서 괴롭던 나는

거북이를 만나자 마자 

원래 바닷속에서 평생을 살아왔던 뿌리없는 물풀처럼

자연스럽게 호흡하고 거북이를 따라 바닷속을 누비고 다녔다







바다거북이 만나게 해줄수 있어? 

여기 엄청 큰 거북이가 산다고 들었어


험악해보이는 바다사나이에게 말을 거는게 조금 머쓱했고,

내가 말을 걸어도

그저 무뚝뚝하게 쳐다만 보는 그의 반응에 나는 조금 외로워졌지만

팔로 느리게 거북이 흉내를 내면서 내가 건넨 말을 기억하고 있었나보다


바다거북이를 보고싶어. 

한번도 본적이 없어


통통배를 타고 길리섬으로 출발하기 전에

대답도 하지않는 사람을 향해 쑥쓰럽게 내뱉은 말이

경이로운 시간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내린 뒤 

선장의 첫인상을 [사람말 무시하는놈]에서

[탄탄하게 햇빛에 그을려진 몸을 가진 붙임성은 적지만 친절한 거북이를 찾을 줄 아는 바다같은 사람]으로 수정했다







길리트리왕안.


정말 예쁜 섬에 바다를 전망으로 쉴수있는 예쁜 레스토랑들이 가득하다

이미 돈많은 세상부자들은 이미 이곳에 가게를 하나씩 차렸구나

나영석피디의 윤식당도 길리트리왕안에 가게를 열었다지만 

TV속의 길리보다는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곳이다


모래밭에 앉아도 바다는 보이고

파라솔아래 등을 기대고 앉아도 바다는 보이지만


아름다운 환경이 관광지가 된 시점이후로

주머니에 돈이 있는 인간은 그늘에서 바다를 보고

원래 이곳에 있던 사람은 바다를 보러오는 사람의 일꾼이 된다








다들 이곳이 마음에 들어서 모여살기 시작한것처럼

그래도 섬을 아끼는 마음이 곳곳에서 보인다


다들 적당히 소박하게, 적당히 아기자기하게

적당히 바다와 어울리는 색으로 한자리씩을 꿰찼다


오두막인지 바인지 살짝 애매한곳에서 맥주한잔 하는것도 좋겠지

어느곳에 자리를 잡을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은 행복하다


나는 어디에 앉고싶은가






롬복과 발리중 어느곳에서 서핑을 본격적으로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들뜬 마음을 감추고는 있지만

서핑보드를 만날때마다 발걸음이 멈춘다


나는 서핑을 하기위해 발리로 갈거야

길리에서는 이미 바다거북이로 충만해져서

이 기분을 오늘이 끝날때까지 안고가야지


이 섬에서의 시간을 소중하게 아껴놓아야지







담배도 피지않는 내가 저것을 덥썩 한번 빨아들였다가는

이상한 나라로 푹 정신을 놓아버리지는 않을까


저건 과일향이 나는 연기일 뿐이야


언젠가 그런 말을 들었던것 같지만

내 머릿속에서의 상상은 

조금 더 웅장한것이니까 이것또한 아껴놓겠다





나는 익숙한 망고주스가 좋은데

괜히 다른것을 기대할때마다 실망을 한다

드레곤프룻이 그랬고, 패션후르츠가 그랬고, 파파야도 그렇다


차가없는 섬에서 그냥 걷는다

말을 혹사시키고 싶지도 않고, 사람들을 비켜가면서 자전거를 탈수도 없으니

주스와 다르게 선택권이 없어서 기쁘다


오토바이든, 차를 렌트하건 하는일은 언제나 남들의 선택사항이었으니까

무면허인 내가 해외에서 걷고 걷는것은 남들과는 다르게 선택권이 없어서였다


없는 입장에서는 다똑같이 없는것이 행복하다








한시간이면 걸어서 한바퀴 돌아볼 수있는 작은 섬에있는 무수한 이정표는

조용하고 귀여운 호객행위라서 

어설픈 [곤니찌와]나 [니하오], [안녕하세요]라고 말걸지 않는다


인도네시아 다른지역들에서의 한달을 생각해보면 말도안될정도로 비쌌다

햄버거가 4,700원에서 6,900원이니 길리섬의 물가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나는 선장이 가르쳐준 이 섬에서 저렴하고 맛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갈거야

너희가 아무리 예쁘게 써져있어봐야

토끼가 그려져있다고 해도 원더랜드가 궁금해도 어쩔수 없어





물속에서 만난 수많은 열대어들의 말을 잇지 못할만큼의 아름다웠던 움직임과

그저 경이로웠던 바다거북의 날개짓과

눈을뜨면 너무 파란빛의 파도가 밀려오는 곳에서


해가 높이 떠있는 시간의 낮잠은 확실히 황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버리는 시간은 확실히 사치스럽다


확실히 여행전보다 까매진 내 피부는

사치스럽게 보낸 햇빛아래서의 시간에 대한 증거의 쌓임







페칸바루로 들어와서 마우메레를 찍고 

길리로 돌아가고 있는 경로를 듣던 현지 택시기사가


현지인중에도 그렇게 돌아다니는 사람을 만나본적 없다고 했던 내 루트중에 길리는

인도네시아가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산업이 가장 잘 깍지를 낀곳이구나 싶다


하루종일 아름답다 못해 넋이 나갈정도의 풍경을 보고있어도

부실한 로컬푸드를 먹으면서 문명화가 덜 된 숙소에서 잠드는날에는

어쩔수없는 불편함을 토로하는 불평쟁이 인간이 되고말았다


조용한고 아름다운 섬 길리아이르와

바다의 작은 신같았던 길리메노의 거북이와 사랑스러운 열대어들

이국적인 냄새가 폴폴나는 길리트리왕안은

인간의 욕구를 다 충족할정도의 여건을 갖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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