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주쿠 - 일본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한적한 시골 바다마을 온주쿠

기찻길옆 작은 마을 





다년간의 여행경험으로 알게되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마음에 드는곳은 역 풍경마저 사람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역에서 내리자마 한가로운 풍경이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가방에 무수하게 많은 짐을 들고도 숙소까지 가는길이 꽤 멀어도 괜찮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바람불어서 흔들흔들거리는 들판너머로 몇 가구 되지않는 집들을 보면서 이곳이 얼마나 한적한지 알것같았다

 





역에서 나오자 건물들보다 키가큰 야자수들이 도로변을 따라 쭉 나있었는데, 유후인을 갔을때였나 도시계획을 세울때 건물들이 산이나 전망을 가리지 못하게 2층이상은 건축허가를 잘 내주지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다


이곳도 그런것일까


길고 길었던 일정이 다 끝나가고 있었고 지칠대로 지쳐있었지만

확실히 시야가 트이는 곳에 오니 숙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아진다






통유리 너머로 바닷가가 고스란히 보이는 료칸에 짐을 풀고 한숨 돌리지도 않고 바로 다시 나와서 산책을 이어갔다


바닷길 사이로 낚시터처럼 놓인 방파제길을 걸어가면서 흥얼거리다가 문득

'우리 예전에 여수 오동도도 이곳처럼 조용하게 좁은 시멘트길만 있지않았었나' 하고 묻는다


발전하고 화려해지기 전의 풍경이 더 예뻤었다고 생각하면서

오래전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행복하다


 



뭔가를 더하면 더할수록 매력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것은 우리가 촌스럽기 때문일까

조용하고 외롭고 호젓한곳을 좋아하는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출렁출렁거리는 바다를 나란히 앉아 내려다보는것은 참 좋다


15년전에 만났던 앳된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배 둘레가 상당한 아저씨가 되어있었다

팔도 통통해졌고 허리도 통통해졌고 다리도 조금 짧아진것같고.. 

착했던 눈도 조금 덜 착해졌구나 :)


나도 흰머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고, 예쁘고 반짝반짝 싱그럽던 세월은 지나가버렸다


같이 늙어간다는것은 참 슬프고도 대단한 일이다




숙소에 돌아와보니 정갈하게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 식욕이 사라졌다


도데체 몇날몇일을 회만 먹는것인가. 

회라면 자다가도 일어날정도로 좋아했는데, 

물리고 물릴대로 물려서 억지로 입에 쑤셔벅아보려고 해도 헛구역질이 날정도로 일본에 머무는 내내 회만 먹었던것 같다


[도저히 못먹을것같아] 내가 접시를 슥 밀어내자 

조용히 뜨거운물에 녹차를 우리더니 찻잔에 회를 익혀먹잔다


그생각은 못해봤는데 :D



 



정성껏 모양을 낸 성게알도 하나도 먹지않고 남겨버렸다

회귀신이라고 자청하던 인간 둘은 날생선을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처럼 녹차물에 샤브샤브 적셔 와사비장에 대충 저녁을 먹고 컵을 씻으면서 웃었다


[몇달동안 회는 안먹어도 될것같아]






좋았던 시간이 오랫만이라서, 일에 치이지않고 불안과 걱정에서 떠나있던 시간이 너무 오랫만이라서

둘다 말없이 그렇게 오랜시간을 돌아다녔나 보다


온주쿠에서도 시간이 가고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은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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