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베트남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당신원하는거 다 하세요

하고싶은것 많은 설레이는 63세




분명히 몇시간 자지도 못했다.

새벽별을 찍네마네 하면서 들떠서 아침에서야 잠들었는데 분명 조식은 10시 전에만 먹으면 되는데

눈꼽만큼 자고 일어난 그와 나는 너무나도 멀쩡하고 산뜻한 아침을 맞았다


다만, 일어나기 싫다고 짜증부리고 아버지앞에서 눈을 흘기는 동생을 차마 봐주지 못하고

아버지 몰래 밖으로 불러내서, 소리가 그의 귀에 들어갈새라 멀리 데리고 간다음 눈물을 쏙 뽑아버렸을 뿐이다 


조곤조곤 말한다는게 그만, 

굳이 좋은마음으로 해외에 와서 아침부터 짜증부리고 퉁퉁거리는 동생눈에서 폭포를 볼때까지 야단쳤으니 마음이 무겁다


둘째딸은 깨끗하게 눈물흘린자국을 닦고 예쁘게 그의 팔에 매달려서 애교를 부리면서 예쁜짓을 해도

비몽사몽중에 조용히 집합받고 큰딸에게 불려나가 정신교육을 받고왔다는것쯤은 그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혼내고 나니 미안하고, 저 소중한것을을 내가 또 눈물이 쏙빠지게 혼내버린 죄책감에

양갈래로 높이, 머리를 묶을 나이가 아니라는것을 알면서도 귀 위로, 마치 8살 정도의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묶어주었다


아버지는 이곳에 도착하면 딸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호수를 한바퀴 돌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먹었다


오래전 작은딸에게 자전거를 사주니 자신만만하게 어디서든 자전거타는것을 좋아하는 작은딸과는 다르게, 큰자식에게 자전거를 가르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오래 마음에 남았나 한사코 싫다고 수도 없이 버팅겨봤지만 그는 결국 자전거 세대를 빌려왔다


길이 너무 좁고 평평하지 않아서, 결국 나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조용히 걸었다

양갈래로 묶은 머리를 휘날리면서 아버지와 동생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호수는 너무 넓어서 부녀는 분명히 자전거로 한바퀴는 커녕 1/30도 돌아볼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몇십년만의 자전거일까


이 좁디좁은 흙길과 논밭과 호수와 시골길은 그의 어린시절 등교길과 비슷하겠거니

입이 귀에 걸려 빠진 이가 보이도록 웃는 아버지의 얼굴에서 그의 어린시절 웃음을 보았다






분명히 피곤하고, 체력적으로 지친 동생은 자전거를 탈 기분이 아니었겠지

하지만 어디까지 가버릴지, 앞도 제데로 구분하기 힘든 저시력의 아버지가 길이라도 못찾고 헤메일까봐 마냥 기쁜마음만으로 자전거를 타고 뒤를 따른것은 아니라는것 쯤은 알고있었다


비행기에 탄 뒤로, 아버지는 애가 되었다


사촌동생중에 호기심이 너무많고 사고뭉치인 한치앞을 내다볼수없는 장난꾸러기가 혼전임신으로 어설픈 가장흉내를 내면서 생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그래도 소년티를 영원히 벗지못할것같은 그 남동생마냥,


이곳에 온 뒤로 아버지는 보이는것이 적어도 궁금한게 많고, 하고싶은게 많고, 입안이 훤히 드러나게 웃는일이 많았다


나이드시고,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은 얼굴과 꽉 다문 입꼬리는 절대 올라가는법이 없었는데

빠진 이앞에서 슬슬 틀니를 준비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고민하면서 거울앞에서 지나버린 세월과 우스워진 치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헛헛한 마음을 본인도 모르게 들켜버린 날이 있었는데


63세의 소년은 이곳에서 매번 빠진이가 다 드러나게 활짝 웃는다

8살처럼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딸은, 그가 길을 잃지는 않을까, 넘어져 다치지는 않을까, 혹시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 동생처럼 쫒는다  




[난 카약은 한번도 타본적이 없는데.. 보트 노는 기가막히게 저을줄 안다만..]

전화기 너머로 매번 카약의 노젓는 날을 걱정하는척 기대했던 아버지는 반짝거리는 호수도 차지했다


[호수한가운데로 가면 수경재배로 토마토 농사를 짓기도 하고, 연농사도 볼수있어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다친 동생과 아버지는 티격태격 원망하고 놀리면서 정말 어린 아이들처럼 시간을 보냈다

태어나서 한번도 [아빠]라고 불러본적없는 엄한 아버지 아래서 '네'가 주로 그와의 대화에서 주고받는 거의 모든 대화의 전부였던 그녀는 점점 아버지에게 투덜거리고, 삐지고, 살짝은 철없는 아이를 보듯 책임지기도 하면서 이전에 맺어왔던 관계와는 다른 시간을 시작하고있었다






그들이 작아져 점이되어 사라져버릴때까지의 길을 따라걷고

기다리면서 나는 많은것들을 생각한다


호수길을 걷다보면 들판을 돌아다니는 코끼리를 볼수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와 그녀가 코끼리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Load More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