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보라카이 STATION X

나만 몰랐던 그녀들의 취향
 

 

 
해외에서 '쇼핑몰' 안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싫어하는 내가 '복합 몰' 스타일의 스테이션 X를 제외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데 식당 가기 전 스테이션 X  앞에서 눈이 돌아간 이모를 보고 나는 당황했다

 

'나는 이런데 좋아해애~'  배시시 웃는 이모를 보고 갑작스럽게 미안해진다

'복합 쇼핑몰은 아예 넣을 생각도 안 해봤는데 내가 이모 취향을 몰랐네' 하고는, 예정된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는 동안 이모를 데리고 스테이션 X 안으로 들어갔다

 

'별거 없고 그냥 다 합쳐진거야' 하고 입밖으로 내뱉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모는 모든 곳 앞에 서서 '우와'를 남발하더니 '이런 곳에서 사진 찍어보고 싶었다' 거나 '여기도 너무 좋다, 여기도 너무 이쁘다'등의 행복한 감탄사를 무작위로 내뱉어서 나는 정말 여행 계획을 잘못 짰구나 싶어졌다

 

 

 

그녀는 휴양지라면 어디든 있을법한 크게 짜인 라탄소파에 누운 채 입이 귀에 걸렸고, 보라카이에서 한 번도 요청한 적 없던 '사진 찍어달라'는 말을 이곳에 와서야 처음으로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잠깐 들러서 '별거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온 것 치고는 그녀에게 이곳은 별천지니까, 나는 적잖이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최선을 다해 그녀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노력해 보지만 그녀도 오늘 자신이 맘에 드는 곳에 오게 될 줄 몰랐기 때문에 회색 벙벙한 운동복바지가 모든 사진에서 그녀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 이런 썬베드는 아무 데나 있잖아' 하고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다른 곳으로 뛰어가서 포켓볼테이블을 구경하고, 바테이블에 앉아서 자세를 잡았다가 이미테이션 라탄자전거위에 앉아본다

 

정말이지 망했다.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괜히 사람 없고 한적한 곳에 데려가서 내가 잡아놓은 모든 것들이 오히려 의미 없었다

 

 

 

나는 음식이 나오기 전 그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그녀가 좋다는 모든 곳에서 사진을 찍어 남겨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었다

 

'너무 좋으면 밥 먹고 나서 여기서 놀다가 가자 이모' 

'아냐 괜찮아 나 다 봤어, 여기 진짜 좋다!

'그.. 그 정도로 괜찮으면 다음번에 이모부랑 한번 더 와볼래?

 

내 말에 그녀는 정말 그래야겠다는 듯이 확신에 찬 눈과 앙다문 입을 한 채로 '진짜 그래야겠다, 이모부도 이런 거 좋아해~'

 

 

 

식당으로 돌아가서 주문한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나는 다시 스테이션 X를 보면서 

'이모 복합몰 좋아한대, 여길 올걸 그랬나 봐' 하고 동생에게 말하는데

'이모 사실 저도 이런데 좋아해요, 제가 여기 좋아 보인다고 언니한테 보여줬었는데 언니가 사람이 너무 많고 뻔하다고 리스트에서 뺐어요'하고 깔깔거리는데 정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생각한 최선이,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녀들이 깔깔거리면서 둘이 잘 맞는다고 떠들어대는 동안, 나는 두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에는 무계획이 최선일 수 있겠다고 느끼면서, 스테이션 2 앞의 이모가 부러워했던 숙소들과, 편의를 위해 미리 예약했던 마사지나 일정들을 이모가 버거워하거나 예약하지 말걸 그랬다고 이야기했던 것들이 떠올라 아찔해졌다

 

내가 배려한 것이 배려가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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