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건강한 채식식당, Nonie's Restaurant

모두가 만족할만한 무난한 식사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고기보다 채소류를 좋아하고 입이 짧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듣고 살았기 때문에 이 식당은 조금 기대가 됐다

 
대외적으로 크게 못 먹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다니지만, 사실 다 안 먹는 것들일 때가 많기 때문에 먹는 것에 크게 관심이 있지도 않고, 어떻게든 한 끼 대충 때우면 그만인 성향이라서 식비에 많은 지출을 할 이유도 없거니와 살면서 그러고 싶었던 욕구를 느낀 적도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마음속으로 조금 기대했던 곳이었는데 고르는 메뉴마다 '현재는 만들지 않고 있는 메뉴'라던가 '계절메뉴 한정이라서 현재는 불가능'이라는 이야기에 시무룩해졌다
 
한국 사람으로서 직접 담근 김치니 뭐니 하는 메뉴가 우습게 느껴지는 문제는 어쩔 수 없겠지만, 이렇게 불가능한 메뉴가 많을 줄은 몰랐다
 
나는 결국 익숙하고 무난한 참치다다끼와 잡곡밥 메뉴를 주문했고, 이모가 맛있다고 나보다 훨씬 맛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서 참치 세 점을 건네주었다
 
 
 

나와는 상반되는 동생은, 메뉴판을 꼼꼼하게 보는 척할 것도 없이 단숨에 메뉴를 골랐다
내가 여러 차례에 메뉴를 고르고 퇴자맞고 다시 고르기를 반복하는 것과 다르게 그녀는 가볍게 원하는 것을 얻어냈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내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이쪽에서 한번 저쪽에서 한번 능숙하게 본인 음식을 내 카메라에 담아준다
 
확실히, 식당에서만큼은 그녀가 고수인가. :)
 
 
 

 
동생은 카레를 주문했는데, 일본에서 카레를 먹고 난 뒤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카레만 시키는 것 같다
물론, 푸팟퐁카레를 먹으면서도 좋아서 환장할 정도의 리액션을 하곤 했으니 꼭 일본여행 후유증은 아니겠지만, 확연이 그 이후로 카레를 고르는 일이 잦았다
 
그녀에게도 내 참치 한 점을 넘겨주고, 나는 안 줘도 된다며 새우도 극구 거절했다
언제나처럼 매우 흡족해하는 모습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귀엽다
 
말려서 작게 채 썬 생강과 식사를 번갈아가면서 즐기는 것을 보니, 여기 오길 잘한 것 같다
 
 
 

최고 연장자인 그녀도 흡족해한다 :D
그동안 이거 먹으려고 못 먹었냐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는 거 보니 못 먹을 정도는 아닌가 싶었는데, 천천히 야무지게 나름 음미하면서 즐기고 있는 것을 보고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내가 그동안 너무 굶겼나 보다
 
어쩌다 보니 놀러 와서 비속을 뚫고 놀러 다니기 급급해서 밥도 제떼 못 먹다가 저녁에 기름진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다가 씁쓸해했던 얼굴이 떠올라서 피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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