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맛있는 건 정말 참을 수 없어~ 점보크랩

어쩔 수 없다, 이게 제일 맛있었어!
 

 

 

 


해산물이라면 환장하는 동생이 아니래도 

이모도 메뉴 사진을 보고 [와악 나 너무 좋아 침 나온다] 하고 좋아했을 만큼,

나도 푸꾸옥에서 맛있게 먹어서 세 번이나 갔던 크랩하우스를 떠올리면서,

디몰에서 생각보다 가까웠던 점보크랩에 입장했다

 

스테이션 2의 화이트비치에 줄지어 늘어진 간이천막들이 바람에 휘청거릴 정도의 태풍과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살짝 축축하게 젖은 상태임에도 우린 제법 텐션이 높았다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인가 :)

 

 

위험한 날씨지만 서퍼에게는 도전으로 보일 정도의 파도 앞에 선  이모는 서핑이 하고 싶어서,

오전 내내 [아 서핑이 진짜 하고 싶은데, 너무 하고 싶은데.. 지금 들어가면 안 되겠지?]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사탕을 쥐고 싶은 가게 앞 아이처럼 해변을 떠나지 못한 채로 태풍 속 해변에 다리가 묶인 채로 서성거렸다

 

[망설일 거라면 차라리 해버려]라는 등떠밈에도

본능적으로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직감 때문이었는지 주저하면서 시무룩해하더니결국 필리핀정부에서 모두에게 보낸 해변에서의 철수경고문자를 받고서야 강제로 포기가 가능해졌다

 

 

결국 손에 사탕도 쥐지 못했고 몸은 비바람에 젖었고 차갑게 내려간 체온 덕분에 피부가 닭껍질이 되버린 와중에도, 그렇게 시무룩한 그녀는 맛있는 [게]를 먹으러 간다는 기대감에 입꼬리가 완전히 바닥까지 추락하는 것은 막았다

 

회사에서 워크숍으로 다녀온 걸 제외하면 이모에겐 정말 첫 해외여행인 셈이고

[맞아 나는 이런 걸 먹고 싶었어] 하고 들떠있던 이모에게는 큰 보상일 것이다

 

 

 

그람수에 감조차 없는 내가 게를 고르는 일은 무의미해서,

이미 세 아이를 키워낸 이모에게 게를 고르는 일을 미뤄두고 나는 안내받은 텅 빈 3층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 게를 잡으러 간 건지 찌러 간건지 돌아오지 않는 일행들을 기다리다 지쳐서 쓸데없는 것들을 둘러보는 척 사진을 찍고 서성거렸다

 

가게는 단정하고 깔끔하다

필리핀이라는 것을 잠깐 잊어버릴 만큼 한국어가 적힌 글자들이 곳곳에 있고, 인테리어도 한국의 식당들과 흡사해서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익숙한 곳에 온 것 같았다

 

 

 

여러 종류의 새우들 중에 소스가 겹치지 않게 고심해 골랐던 블랙페퍼프라운이 나왔다

쉬림프와 프라운은 다른 거라는데 디테일한 그런 것까지는 모르겠고

푸꾸옥에서 돌아올 때 기념으로 샀던 블랙페퍼가 떠오를 정도로 생각보다 맵고 알싸한 통후추가 중간중간 끼어있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동생은 블랙페퍼 소스가 너무 맛있어서 어떤 메뉴를 먹어도 다시 블랙페퍼 소스를 양념장으로 쓰는 이상한 짓을 할 정도로 흡족해했다

 

 

 

그렇게 고대했던 게가 나오고, 집게발을 동생에게 한 개 이모에게 한 개씩 양보하고 나니 솔직한 말로 먹잘 것이 없었다. 셋이 먹을 것을 감안해 큰 사이즈의 게를 골랐다고 들었는데 게껍질에 게 살이 다 달라붙어있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씹히는 것이 적어서 다시 온다면 이 메뉴는 주문하지 않고 패스해야겠구나 싶어졌다

 

먹기는 번거롭고 들인 노력에 비해 나오는 살점이 없으니, 입에 들어간 것보다 손질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더 큰 셈이었다

 

다만 코코넛 갈릭 어쩌고의 소스는 정말 맛있어서, 이곳이 맛있는 곳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게 되었다

다음번 주문엔 게를 제외하고 코코넛 갈릭 프라운을 주문해서 새우를 소스종류별로 먹어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크림파스타가 너무 맛있어서,

그리고 게에서 채우지 못한 배를 채워 주어서 숟가락으로 열심히 내장에 흡수시켰다

 

자칭 타칭 파스타 전문가인 오빠를 둔 이후로 파스타는 나가서 사 먹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이 우리 집에 언제부터인가 존재했는데 어디서 어떤 파스타를 사 먹어도 아쉬움이 가득했던 경험들에 비하면, 종종 와서 파스타만 한 끼 뚝딱 하고 먹고 가고 싶을 만큼 흡족했다

 

한 번만 먹고 가기에는 아쉬우니까, 남은 일정 중에 다시 들러야겠다

혼자 마음속에 한 번의 일정을 더 추가하고 정신없이 먹어치우느라 말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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