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완벽한 저녁, 영수증에 없는 서비스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 개구리 한 마리, 도마뱀 한 마리 추가요

 

 

 

 

요가하러 왔다갔다 하던 해변길에 짚으로 만들어진 동남아풍의 바가 있다는 것을 봐두었다

이모와 동생이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 항상 혼자 밤산책을 나와 은은한 불빛을 켜둔 이 레스토랑까지 발길이 닿았다

 

언제나 레스토랑 사이드에 2인용 식탁에 앉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옆방의 화가할아버지가 머물러 계시던 곳이다

 

여행 오기전부터 들러야겠다는 계산은 없었지만, 오며 가며 봐두었던 곳에서 비 오는 밤 너무 날씨 따라서 기분까지 우중충해지지는 말자고 한잔 가볍게 마시려고 드디어 이곳에 들렀다 

 

 

 

 

어쩌다 보니 이곳에 와서 제데로 먹은 게 없었기 때문에, 나는 되도록이면 실패하기 힘든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치즈피자를 잘못 주문했나,토마토와 바질이 떨어진 것인가

영수증에는 제대로 적혀있는데, 이곳에서는 먹을 복이 없는 셈 치는 걸로는 섭섭하다

 

이모는 치킨이나살을 주문한 것 같은데 두 볼이 흡족한 걸 보니 그걸로 됐다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고, 배가 그다지 고프지도 않아서 덜어먹을 생각도 없이 피자만 깔짝깔짝 하다가 맞은편 문 닫은 가게에 서성이는 순둥해보이는 누렁이가 보였다

 

 

나는 어차피 몇 조각 먹지도 못할 피자를 작게 던져서 누렁이를 우리 가게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모래가 뭍은 아주 조그마한 피자를 맛있게 냠냠 먹던 순한 누렁이는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피자가 언제 떨어지나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충견이 되었다

 

나는 이곳에 있는 호객행위를 하는 로컬인들보다 쉽고 확실하게 강아지 한 마리를 꼬셔냈다

 

빗속에서 치킨으로 배를 채우던 이모는 분위기에 이미 모든 마음을 다 열어 이곳을 품었는데 말 잘 듣고 순한 누렁이의 예쁜 눈빛이 좋았는지 내가 너무 쉽게 데려온 고객님에게 치킨을 나눠주기 시작하더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얼굴이 되었다

 

 

 

나는 누렁 고객님을 이모에게 넘겨주고 카운터에 앉아있는 종족이 다른 누렁이에게도 환심을 얻기 위해서 이모가 첫 번째 누렁이와 산미구엘을 마실동안, 잽싼 종종걸음으로 숙소에 다녀왔다

 

배낭여행 가방 한쪽에 챙겨 온 츄르 두 개를 꺼내서 바테이블 앞쪽에 무심하고 시크한 자세로 앉아 껍질을 까서 [이리 와 야옹아] 한마디 하지 않고 도도한 두 번째 누렁이를 내 앞에 앉혔다

 

귀엽고 조그마한 입은 츄르를 햟느라 정신이 없을 줄 나는 알았다

그래도 예의정도는 차릴 줄 아는 두 번째 고객은 간식을 얻어먹은 대가로 한동안 계속 내 옆에 머물렀다가 개와의 싸움이 지긋지긋했는지 사라졌다

 

 

 

그리고 하나 남은 간식을 먹기 위해 검둥이가 자연스럽게 내 옆에 와 깊은 눈빛을 보낼 때쯤에는

가게에 백인남자 하나와 우리 일행뿐이었는데, 혼자 술을 마시던 그 역시도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눈요기 삼아 빗속 술자리를 자작하게 즐기고 있었다

 

위트 있는 가게주인이 동물들에게 밥을 주고 우리에게 농담을 건넬 동안

이곳에는 비를 피해 들어온 작은 개구리, 조그마한 도마뱀 하나가 추가로 합석했다

 

기분으로 충분히 채우고 만족했다

 

 

 

이모는 몇 번이고 [아 예뻐, 정말 예쁘다]고 중얼거리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얼굴로 만족한 미소가 끊이질 않았고, 동생은 강아지와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음식은 먹지도 않고 자기 사심만 채우기 바빴다

 

긴 밤, 비는 절대 그칠 마음이 없어 보였지만 모든 일행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이 밤은 더없이 훌륭했다♥

 

 

Load More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