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화이트비치에서 그랑제떼 

수양을 하기에는 너무 행복해
 

 

 
 
 
[나는 등이 훅 파인 새빨간 원피스를 입고 돌아다닐 거야] 
이모는 한달반 넘게 생각했던 대로 마음속에 있던 옷을 입고 예쁘게 틀어 올린 머리를 하고 풍경에 한껏 취해 이곳을 걸어 다녔다
 
[나는 여행 가서 입으려고 사놨던 하얀색 원피스를 챙겨갈 거야, 화이트비치에서 그걸 입을 거야]
동생은 몇 년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하지 못했던 여행 때문에 언젠가 여행지에서 입겠다고 사놓은지 4~5년은 된 하얀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너 옷 거꾸로 입은 것 같은데?]
[어.. 그러네 언니 옷 뒤집어 입었다?]
 
나는 동생에게 빌려 입은 치마바지조차 급하게 입고 나오느라고 거꾸로 입은 줄도 해변에 도착해서 알았다
 
나는 물에 들어가면 3분 안에 입술이 보라색으로 변하면서도  열심히 수영복만 챙겨 왔는데,
그리고도 갈 때 가방 무거운 게 싫어서 다 해진 옷들을 가방 가득 챙겨 와서 언제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화사한 두 여자를 보고 있자니 정작 나는 너무 성의가 부족했나 싶어 웃음이 픽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꽃단장을 하고 있는 이모와 동생의 머리를 묶어주고
머리에 하나씩 꽃을 꽂아주고 흡족해했는데 내가 옷을 앞뒤도 가리지 못하고 나왔을 줄이야 :) 
[아무 데나 들어가서 대충 뒤집어 입던가.. 아냐 아무도 모를 거야]
 
 

나는 옷을 뒤집어 입은 그대로 화이트비치를 쏘다니면서 예쁘다 싶은 곳마다 서서 이모와 동생을 찍어주고, 장난을 치고 이상한 포즈를 주문한 다음 화보촬영작가에 빙의해서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쉴 새 없이 들락날락하는 파도는 야자수 뿌리를 숨겼다가 저 멀리 모래와 같이 도망치면서 바다로 빠지기를 반복했다
 
확실히 어느 곳에서 봐도 놀라울 만큼 예쁜 물색에,
맨발로 아무리 걸어 다녀도 발바닥에 거슬리는 것 없이 고운 모래는 사람을 더없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우리는 야자수 사이 한 공간을 전세내고 좌우로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가, 바다에 뛰어들기를 반복했다해변에서 주워온 야자수를 굴리고 던지면서 정말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웃고 휘청거렸다

 

아무도 땅에 발이 닿지 못하게, 쉴 새 없이 뛰고 돌면서 반나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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