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젖은 바다와 심심한 이방인

같이, 또 따로 혼자 걷는 해변
 

 
 
 
 
내 눈에는 끝없이 한적한 시골마을이지만 이곳은 어쩌면 대도시일지도 모르겠다
항구에 공항이 두 곳이나 있고, 대학교와 관광서가 다 모여있으니까 7천 몇백 개 되는 필리핀의 섬 중에 그래도 번화하고 잘 개발된 편일 것이다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대면서 웃어도 아무도 모를것같은 외진 곳에 있다가 그래도 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는 곳에 나오니까 세상과 완전히 동떨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차 지나다니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2차선 도로다
 
 
 
 

 
2차선 도로.
차선 자체가 없는 빠듯한 길을 걸어다니다가 2차선 도로로 나왔다는 것이 일단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2차선 도로를 건너려니 좌우에서 차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 확인을 하게 된다
이게 얼마만의 일인가
 
 
 
 

 
나는 말라이섬 북쪽으로 난 해변에 도착했다
바람과 파도 때문에 고대했던 카이트서핑을 하지 못했는데, 혹시 이곳이라면 가능할까 싶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와본 게 맞다
 
아무리 봐도 서핑샵이나 장비를 대여해 주는 상업시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고기잡이를 현업으로 하는 어부들의 고깃배만 드문드문 한 척씩 보이는 것을 보니 이곳에서도 카이트서핑은 불가능한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어디를 봐도 이곳은 필리핀의 바다색이 아니다
필리핀의 바다색이 다 예쁠 줄 알았는데, 한국의 인천 앞바다 같은 곳도 있구나
 
그래, 딱 인천 같은 곳인가 보다
적당히 항구도 있고 공항도 있고 관광지도 있지만 인구가 집중돼서 몰려있는 곳만 몰려있고 외지인곳은 또 한적한 그런 곳
 
 
 
 

 
한참을 텅 빈 바닷가에 서있다가 이상한 것을 들고 해변에서 만지작 거리고 있는 어민을 만났다
 
작은 조각 비행기같이 생긴 것은 고기잡이용 배라고 한다
 
아무리 봐도 고기를 막 잡아 올릴 것처럼 생기지는 않았고, 적당히 과학경시대회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같은 거라고 하면 차라리 그럴싸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정성스럽게 칠한 페인트가 빛바랠 만큼 여러 번 사용한 소중한 어획용 도구일 테니 나는 할 것도 없고 심심하던 차에 어부아저씨를 살살 따라다니면서 그가 과연 고기를 몇 마리나 낚아 올릴지를 구경했다
 
 
 
 

 
그는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면서 물 위에 작은 나무배를 내려놓고 낚싯줄을 끌어서 잡아당기기를 반복하더니 자꾸 내쪽을 보고 머쓱하게 웃었다
 
거친 모래 위에 있는 내가 고기 잡는데 방해가 될리는 없겠지만, 하나도 잡지 못한 것에 대해 신경 쓰이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서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고 딴청도 해주는 등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관심 없는 척을 했다
 
 
 
 

 
몇십 번의 시도 끝에도 그는 고기 한 마리를 잡아오지 못했다
그는 영어를 못하고 따갈로 그어 같은 것으로 장비를 내게 보여주더니 신중하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아마도 고기를 잡을 수 없는 장비에 결함이 생겼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내가 알아들을 리가 없잖아 :)
 
 
 
 

 
나는 머쓱해하지 말라고, 내일은 분명히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그를 다독였고
그 역시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D
 
그와 헤어진 뒤로도 나는 이 젖은 해변 이곳저곳을 쏘다니면서 예쁘지도 않은 돌멩이를 주워보고 손탈 것 같지 않은 동물들을 꼬셔보면서 무수하게 많은 발자국을 남겼다
 
아마도 당분간 이곳이 내 마지막 바다가 될 것 같은 아쉬움 때문에 쉽게 돌아가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한참 혼자서 바닷가를 쏘다니던 동생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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