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필리핀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언제나 괜찮은 한량 같은 마음으로

숲 가운데서의 스톤 마사지 
 

 
 
 
 
사실 마사지에 대한 좋았던 기억도 없고, 타인이 나를 만지는 것에 썩 내키는 마음도 아니라서 어느 곳에 가건 마사지는 내 일정에 없는 편인데 여기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막연한 기분이 이곳에 머무르는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떨어져있는 독채 빌라로 가는 길 중간에 초록 잎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외부와 트여있는 작은 공간을 힐끗 보고 지나칠 때 살짝 생각했나 보다
 
 
 

 
수영장에서 한참을 놀때도, 식당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나치던 많은 공간들을 보면서도 내심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라서 마음이 편안했는데,  적당한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는 하얀 커튼을 보면서 오늘 밤에는 마사지를 받아야겠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나
 
체온 떨어지는걸 너무 싫어하는 나는 스톤마사지를 예약해 놓고 정말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어차피 마사지 받으면 몸 좀 풀리려니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지내야지 하던 마음이 또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는
그새 마음이 변한 나는  조금이라도 더 어딘가를 걷고 싶어  동생하고 손을 맞잡고 걷다가
지칠 만큼 물놀이를 하다가
세상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사진을 찍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언제나 계획은 어긋나야 재미라지만, 미리 예약한 마사지를 동시에 받지 않고 한사람씩 순서대로 받으면서 시간을 두배로 사용하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
 
당황한 동생은 시간이 틀어질까 봐 예약할 때 확인하지 않은 본인 잘못이라면서 자기는 받지 않겠다고 계속 안절부절못해하면서 어떻게든 받지 않으려고 초조하고 불안해했지만, 잘 다독이고 괜찮다고 마사지 침대 위로 올려 보내고 나는 또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면서 산책을 했다
 
 
 
 

 
불안과 걱정과 미안함으로 가득 찬 까만 눈동자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
왜 저 아이가 하는 대다수의 일은 하나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게 없는 것일까
 
걷다 까치발로 몰래 돌아와서 커튼사이로 슬쩍 동생을 염탐해본다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어쩔 줄 몰라하던 불안한 검은 눈동자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언제나 처럼 금방 코를 골고 꿈속으로 달아났고, 그녀의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잠드는 잠들기 실력 만큼은 정말 지상 1인자면서 신의 축복인 것이 확실하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깊게 잠든 동생을 확인하고 나는 수영장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좋아서 주구장창 누워있던 곳에 가만히 누워서 햇빛을 받고 동생의 마음이 되어본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가만이 있어도 행복하다는 사람의 마음은 내가 죽을때까지 알수 없는 미스테리한 일이지만, 아무것도 하지않는 행복을 흉내내 본다
 
내가 움직이고 머물 곳마다 꺾어놓은 빨간 꽂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이 꽃은 내가 어디로 향할지 다 정해놓은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한곳에 머물러 있지만은 못했지만 그래도 예쁘고 한적한 조용한 곳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감정을 돌려놓았다
 
언제나처럼 많은 위기와 궂은 날씨에도 좋은 시간을 보냈고 큰 문제없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사실 언제나 맑은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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