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배낭여행, 첫 호스텔의 이방인

가방없이 빈손으로 떠나는 여행



방콕여행을 결심했던날, 나는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항상 보통의 숙소나 호텔, 리조트등을 이용하면서 마음한켠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수있고 그사람들과 한방을 쓰는것은 어떨까 수없이 상상하곤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데까지는 여행을 시작한 후로 대략 5년이 걸렸을만큼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해서 열심히 여행을 다니면서도 내 여행의 경계는 배낭여행보다는 자유여행에 가까웠던것 같아서 항상 100% 만족하지 못하고 어느 한부분에 있어서는 조금의 용기가 더 필요하고, 빠듯한 일정이 아쉬웠던것을 생각하면서 이번여행에서부터 나는 정말 배낭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카메라 한대와 배터리충전기, 여권, 약간의 환전, 치약칫솔만 챙겼을 뿐 나는 옷한벌도 챙기지않고 가방도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현지 물가가 싸다는것을 확인해서 대충 3천원정도면 옷을살수있다는것도 확인했고 핸드폰 로밍조차 하지않았다. 카오산로드 뒷 블럭에 위치하고있는 수네타 호스텔에 도착하고, 사소하지만 생각해왔던것을 드디어 용기내 실천한 내 발걸음에 뿌듯해 하고있었다





다른때와 달라진것은 캐리어와 가방이 없다는것 뿐이고, 혼자쓰던 숙소를 남들과 나누어서 같이 쓴다는것 뿐인데 마음속에서는 불안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여성전용 룸이 이미 찼다고 해서 다인실을 남여 같이 써야한다는것도 심리적으로 압박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방을 배정받자마자 뚤린 2층침대가 부담스러웠던 나는 캐빈형으로 금액을 추가지불하고 방을 업그레이드했고 1층으로 내려와서 여행중 한번도 편쳐본적 없는 현지 관광책자나 지도등을 괜히 만지작거리면서 호스텔의 분위기를 눈치로 살금살금 익히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머무는동안 스스로 요리해먹을일은 결코 없을 주방에는 이것저것이 불편함없이 잘 갖춰져있었고, 싱크대에는 누군가가 음식을 먹고 설겆이 하지 않은체 내려놓은 식기들이 고스란히 있었다. 내가 인터넷에서 글로 배운 게스트하우스 이용 수칙에 [본인이 먹은 식기는 본인이 씻는다]는 조항을 어긴것인가, 이곳은 해당되지않는것인가 알수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더 지나자 카운터에서 일하고있던 직원이 와서 설겆이를 하는데, 미국, 독일, 러시아등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사람들이 많아서 식기세척등의 룰은 별도로 없는것같았다


맥주를 한캔 사서 1인용 쇼파에서 꼴짝거리면서 호스텔 내부를 훓어보는데 지도나 공공노트북, 비디오, 소설, 여행관련 책자등 혼자 여행온 사람들에게도 심심하지 않을 유용한 것들이 가득했다. 그래봐야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밖으로 쏘다니는것을 좋아해서 내가 이용할일은 없겠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을듯 싶다





다인실 침대위에서 부스럭거리기가 어려워 자주쓰게될 1층 테이블, 자리에 앉아봐야 딱히 할일도 없고 시간이 늦어서인지 나와있는 사람도 없는데, 대낮에는 계속해서 젠가를 한다. 백인들은 젠가를 사랑하는가? 지치지도않는지 하루종일 깔깔거리면서 젠가외의 다른것은 아무것도 하지않는데 아무래도 저 테이블은 젠가용으로만 사용되는듯 싶었다





시간도 늦었고 이제 억지로라도 잠들어야할것 같은 마음에 계단을 올라 배정된 캐빈형 도미토리로 들어갔다. 접혀있는 이불을 펼치고 어색하게 침대에 걸터앉아있는데 언제쯤 잠이올지 알수가없었다. 침대옆에 미닫이 형식으로 설치된 문만 닫으면 혼자만의 공간이 되기때문에 잠자는데는 문제가 없을것같지만, 아무래도 낮설었다


가만히 누워 좁은 도미토리를 이쪽저쪽 둘러보는데 얇은 합판을 문으로 만들고 전체적으로 MDF는 아니고 원목이지만 마감도장없이 타카로 여기저기 쏴서 만들어놓은 형태였다. 천장은 나무를 자르기 전 잘못 그어놓은 연필선을 지우지않고 고스란히 놔두어서 애초 기획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제작자는 설렁설렁 작업했을것이 뻔하다 싶은 생각을 하면서 아.. 또 직업병이 도졌군 싶었다


그래도 시트지바른 화학품이 아니라 원목이라니, 호스텔의 가구나 짜여있는 거의 모든것이 나무라는게 좋다. 침대 매트리스와 문턱사이에 어설프게 걸터앉아서 나는 노트북으로 게임하는 독일남자와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데 정신없는 미국여자를 힐끔거리면서 적응시간이 생각보다 오래걸리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상의를 탈의하고 하체에 하얀 수건만 가볍게 두른 샤워하고 나온 키큰 백인남자가 자신의 침대로 이동하는데 정말 너무 놀라서 당황했다. [아니 저자식은 같이쓰는 숙소에 왜 발가벗고다니는거지?] 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콩닥거리는데, 내가 여기서 잘수있을까 걱정스럽기 시작했다


걸터앉아있다가 너무 놀라서 문을닫고 침대로 들어오고나니 완전히 벽장속에 갖혀있는 느낌이었다. 혼자만의 공간속에 있는것은 맞지만 속옷만 입고자도 되는걸까, 자다보면 산소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문을 살짝 열어두는게 좋을까 별것도 아닌것들로 머릿속이 꽉찼다


옆칸에서 주기적으로 들리는 마우스소리와 내 앞칸에서 들리는 호흡등도 신경이쓰였다. 항상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에 걸터앉으면 그날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완전히 내공간에서 마음껏 옷을 벗고 편하게 돌아다니곤 했는데 몸하나 뉘일정도의 벽장같은 공간에서 나는 내 모험과 선택이 옳았는지 알수가없었다





낮선곳에서 안면없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한방을 쓰는데 왜 유독 나만 예민한걸까, 웃통벗은 남자가 뭐라고 나는 한참을 뒤척거리다가 결국 1층으로 내려와 젠가테이블앞에 앉았다. 메모와 다녀간 흔적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게시판에 꽂혀있는 수많은 기록들


낮선곳에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혼자만 이방인이 된 마음, 나는 내가 예민하고 겁이많다는것을 오늘 다시한번 확인했다. 가방도 캐리어도 없이 훌훌 떠나온 여행에서 나는 언제쯤 모든게 낮설지 않을까. 매번 사소한것들에 화들짝 놀란다면 나만 힘들것이다


모두잠든 새벽,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2015122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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