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짜오프라야강과 배 위의 사람들

태국 대중교통선을 타고 짜오프라야강을 선회하며 얻은 풍경



비행기에서 내려 가장먼저 발길을 향한곳은 CHAO PHRAYA (짜오프라야강)이다. 유람선을 타고 뷔페를 즐기면서 야경을 보는 일정도있었고, 관광용 높이가 낮은 선박을 빌려 커플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즐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언제나 현지인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것이 가장 저렴하고 어느정도의 노선과 위치등 이동경로를 파악할수도 있는데다가 자연스럽게 현지분위기를 눈에 담을수 있어서 고민도없이 배에 탑승했다


언제나 만선인 배에 3시쯤 탑승했는데, 나는 해가 다 질때까지 태국에서 가장 큰 강을 구경하고, 사람들을 구경하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기가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마지막 종착지가 ASIAIQUE(아시아티크)라고 들었는데, 한참을 달려도 아시아티크는 나오지않아 옆자리에 앉아있던 태국여자에게 물었더니 배 표를 잘못끊었다고 서둘러 내려서 갈아탈것을 권했다


같은 선착장에도 여러종류의 배가 들어오는데, 방람푸 시장앞에서 표를 끊어주는 아주머니가 목적지를 묻기도 전에 표부터 건네기에 덥썩 받아서 자연스럽게 탑승했는데 내가 탄 배는 일정구간을 계속 반복해서 도는 2호선 지하철같은 순환선배였다




도움을 주기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배를 잘못타고도 나는 태평한데, 태국인들은 나를 도와주기위해 애를 썼다. 어쩌다가 여기서 내리게되었는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걱정스럽고 신경쓰이는 듯 한명씩 나서서 말을 건네고, 배를 타기전에는 몰랐던 선착장에 아주작게 표기된 번호표로 역을 알수있다는 정보나, 배 위에 달려있는 작은 깃발의 컬러, 보트 옆면에 칠해진 다 벗겨진 페인트 색 등이 배를 구별하는 방법등을 일러주기 위해 내게 말하고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끝나기를 다른 사람이 기다리고있는 모습에서 친절한 마음 이상을 얻었다


이번에도 태국인들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배를 갈아탔고, 여전히 배에서 안내방송따위는 나오지않았다. 어차피 종착역은 아시아티크고 나는 충분히 낮의 짜오프라야강을 구경하다가 노을과 불빛들로 노랗게 물드는 모습까지도 볼 생각이었다


내 옆에 앉던 사람이 배에서 내리고 자리가 났는데, 손자를 데리고있던 노부부가 내게 [코쿤캅]하고 인사를 건넨다. 손자에게도 [고맙다고 말씀드려야지]하면서 인사를 시키는것을 보고,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두자리 다 내가 차지할것도 아니었는데, 자연스럽게 난 자리앞에서 궂이 감사인사까지 할건뭐람]하는 마음도 있었고, 강풍경을 보면서 옆에 노부인이 계신지도 모르고있었는데 자리를 양보해드리지 못한 불편한 마음까지 겹쳐져있었다




배위에서 만난 태국을 고향으로 둔 외국인 노부부와 손자 


태국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많이타는 성품을 가지고있다고 들었는데, 이 노부부는 내게 관심이 많았다. 어디에서왔는지, 어디까지 가는지, 태국에 온지 몇일째인지등을 묻다가 첫날인데 민간선을 타고 목적지도 없이 돌아다닌다는것에 놀라워했다. 노부부의 호의로 나는 강위로 보이는 반짝거리는 건물의 명칭등을 듣기도 하고 다리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영어에 유창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멋지기도했지만, 어딘지 태국스럽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노부부의 고향은 태국이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있고 정말 오랫만에 태국을 손자를 데리고 방문한다니 이들에게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알고싶었지만 묻지않았다. 아이 역시 미국에서 자라서인지 아이는 동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시종일관 영어로 조그맣게 속삭였고 제스춰나 감탄사도 미국쪽의 습관을 가지고있었다




배를 타서 내릴때까지 듣게 될 소리 "짤짤짤"과 돈통


배가 정거장에 잠시 정착했다가 출발할때마다 한 아주머니가 필통처럼 생긴 긴 통을 흔들면서 돌아다녔는데, 현지인들은 승차권을 별도로 끊지 않고 배위에서 목적지를 말하고 현금결제를 하는듯 했다. 요금을 받는 아주머니는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않아서 누가 요금을 냈던 사람이고 누가 새로 탔는지 자꾸 잊어버리는 듯 자꾸만 쇠통을 흔들면서 [짤짤짤] 동전이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 돈을 내라는 말 대신 돈통을 흔들고 다녔다


노부부는 두명의 승차값과 아이는 얼마인가를 묻는데 아이의 나이를 묻던 짤짤통 아주머니가 6세는 무료라는 말에 하루종일 수줍어하던 꼬마가 두팔을 벌려 만세포즈를 취하더니 Yey를 외쳤다


그들은 내리기 전까지 내 종착역을 확인하고, 지금 타고있는 배가 마지막 배라는것을 여러번 상기시켰다. 이번 배가 마지막 배인데 마지막역까지 가겠다고 말하면서 내릴생각 없어보이는 여자가 걱정스러웠는지, 카오산로드에 위치한 내 숙소를 물었고, 거리가 아주 상당한데 택시비를 꽤 많이 지불해야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작별인사를 했다




짜오프라야강변 풍경

 

Rama VIII Bridge


태국의 대표 강인 짜오프라야강은 한강과는 다르게, 물길위로 많은 교통수단이 이동하고 물이 잔잔하질 않았다. 강주변으로 고급빌라나 아파트 등 비싼 상권이 들어서있는 모습과 다르게 선착장은 항상 낡고 초라했고 관광과 휴식지로서의 역할보다는 현지인의 삶의 일부의 모습으로 서민적인 형태로 유지되고있었다


아시아티크에서 카오산로드까지는 300바트정도라서 만원이면 충분히 갈수있다는것을 읽었는데 그들은 내 지갑사정까지 고민해준것일까. 멀리서 할머니가 가르쳐주었던 라마8세 다리아래를 지날때쯤엔 정말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고 가로등과 배에서 나오는 불빛들로 강물이 금빛으로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많은날, 여러 배들이 지나가면서 파도가 일어서 시종일관 반나절을 배위에서 흔들흔들거리며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노란 물길에 마음도 금빛으로 채워지고있었다.




잠깐의 만남뒤에 남은 미소


마지막종착역에 도착할때쯤엔 사람이 가득차서 서서도 비좁았던 배가 텅 비어 나와 짤짤짤 아주머니를 포함해도 서넛밖에 남지않았다. 나는 아주머니 옆에가서 궁금하던 짤짤통을 구경해도 되는지 묻고 사진을 찍었고 아주머니는 그깟게 왜 궁금한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돈이든 통을 이리저리 보여주었다


배를 정박시키고, 선착장이 아닌 배에다 배를 묶여 비엔나소세지처럼 연결된 채 파도위에 흔들리면서 서있는 배를 폴짝폴짝 배에서 배로 건너뛰면서 지상으로 내려왔는데, 오랜시간 배를타서 땅이 흔들리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배에서 내린 직원들은 각자 돈통을 꺼내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내가 끊었던 티켓은 무용지물이자 기념종이쪼가리가 되서 내 가방속으로 들어갔다. 추가금액을 지불하지도 않았는데 내돈을 됐다고 마다해서 주머니에 돈을 다시 넣은채 반나절만에 강을 빠져나와 육지를 걸었다


길을 알려주기위해 기다리던 사람들, 부끄러워하는 얼굴뒤에 숨은 친절한 마음, 어디선가 세상에서 태국사람들이 가장 착하다고 들었던것같은데, 자꾸만 미소지을마다 동그랗게 계란처럼 올라오던 사람들의 볼살과 입꼬리가 생각났다. 나도 입꼬리를 올리고 볼에 계란을 띄운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밤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20151226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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