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내려 카오산로드에 처음도착했을때 [이곳이 좋아, 마음에들어]하는 생각으로 내 마음은 환희로 가득찼다.


지구멸망, 혹은 종말후에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거의없다시피하지만 자연이 어느정도 회복되었을 무렵에 [온전하게 세상에 혼자남았나보다]싶은 느낌의 여행지가 여태까지의 내 개인적 취향에 가장 잘 들어맞는 여행이었다면 카오산로드는 내게있어 또다른 느낌의 신세계였다. 유럽의 여러도시나 일본의 북적이고 사람많은곳들을 여러곳 돌아다녀봤지만 느낌이 달랐다


카오산로드는 지구종말 바로 직전에 넘쳐나는 인구대란으로 구호품을 받기위해 먼곳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것처럼, 세계각지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제대로 서서 걷는것조차 버거울것처럼 어마어마한 인파가 바글바글 미어터질정도로 길을 장악했고, 모두가 젊고 건강하고 장기여행에 익숙한사람들이라는듯 커다란 배낭을 메고 마음속에 자신만의 이정표를 지닌체 모여있었다


숙소를 카오산 뒷쪽편에 잡아서 우선 짐을 풀기위해 빠르게 지나쳐야했고, 사실 숙소에 도착하고나면 가볍게 저녁만을 때운뒤 아침부터 다른곳으로 이동할 계획이었던 나는 모든 내 일정을 갈아엎고 그냥 이 도심지한켠에 숙소와 카오산만을 왔다갔다하면서 여행기간 내내 이곳에만 속해있고 싶을만큼 거리의 활기와 에너지는 엄청났다

 



거리의 주인 배낭여행자들이 사라진 새벽의 카오산로드 풍경


| 번화가 치고 건전한 번화가의 상가들


나는 카오산에 머물고싶은데 몇일을 매번 다른곳으로 향하는 마음처럼 자꾸만 그곳을 지나다니다보니 시간대별로의 다양한 카오산로드의 얼굴을 보게되었다. 오후엔 사람구경만으로도 벅차서 제대로 볼수조차 없었던 골목의 풍경을 새벽시간에는 정면으로 마주할수 있었다


사람이 없는 카오산은 길끝에서 길끝까지 한눈에 들어왔는데 일반 대도시처럼 큰 네온사인과 택시로 가득했지만 유흥가의 풍경과는 달랐다. 2~30대의 배낭여행자들이 이 도시를 점령하기 때문인가, 대부분의 간판은 향락과 유흥이 아닌 햄버거프랜차이즈나 맥주, 호스텔등 순진하고 귀엽고 충분히 건전한 도시였다


다리사이로 탁구공을 쏘는것을 보여주겠다는 물집과 매춘등의 밤문화를 즐기기위해 스스로 그쪽으로 발을 들여놓는 이야기를 보며 깔깔웃곤했는데, 여행에 있어서 언제나 조심과 주의를 기울여야하는것은 당연하지만 여행의 목적이 쾌락과 향락이라면 일반여행자들보다 몇십배는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있을것이다. 




언제나 대기중, 최고의 교통수단 툭툭


카오산에 호스텔에 묶는 내내 아주 편리하게 이용했던 툭툭은 이래저래 정말 훌륭했다. 내가 방콕을 여행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나를 겁주기위해 추천해줬던 [기분망치는 해외여행 스캠시티]의 코너 우드먼이 경험하고 보여줬던 유혹과 호객의 도시 방콕은 일반여행자들이라면 해당하지 않을 이야기였다.


카오산로드에서 언제든 쉽게 잡아탈수 있는 툭툭의 장점은 길위에서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해외에서 택시를 탈때 한번쯤 느끼게되는 [맞게가고있는것인가, 혹시 위험하게 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나 [미터기를 켜지않고 요금을 더 받기위해 돌아가는것인가?]등의 생각에서 자유로울수 있었던것이, 사방이 오픈되어있어서 막상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언제든 도로위에서 도움을 요청할수있고 애초에 서로 목적지에 대한 금액협상이 이루어진 뒤에 탑승하는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긴 거리를 이동하게되면 많은 요금에 대한 걱정이나 잘못된 길로 가게될까에 대한 불안함보다는 [이렇게 먼 거리였는데 이정도 금액으로 이동할수 있구나]하는 고마움과 거리별 요금에 대한 감이 어느정도 잡히기 시작한다는 점이 확실히 큰 장점일것이다


언제나 다양한 탈것들을 경험해보는편임에도 툭툭의 편리함과 많은 장점에 여행기간 내내 가급적이면 툭툭을 이용하고싶을만큼 툭툭이 없는 시골에서까지 나는 툭툭을 찾곤했다




이제부터 시작, 카오산로드는 밤 8시부터


| 해골이 심볼마크이자 컨셉인듯한 레스토랑과 춤을추는 사람과 맥주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 여행으로 인해 어느정도 익숙해졌을때, 다름은 매력적이고 즐거운것이지 거슬리거나 스트레스받는일이 아니다. 조금더 많은 세상을 보고 조금 더 넓은 세상을 조금씩 찾아가면서 만나는 다름이 즐거운일이 되기 시작했다면 카오산로드는 내 마음안에 자리잡힐것이다


낮설은게 버겁고, 나와 다름이 즐거움보다 부정적인 요인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카오산은 기껏해야 대단한것 없는 정신없고 사람많은 번화가정도일 뿐이기때문에 카오산로드에 대한 평가가 극에서 극으로 나뉘는것이 아닐까


밤이되면 더 반짝이는 눈을 갖게되는 카오산은 길거리 전체가 클럽이 되기도 하고 광란의 댄스배틀을 갖기도한다. 입구부터 길에서 비보잉을 가르치고 배우는 십대에서 이십대 초반 동양아이들과, 레게음악을 하는 사람들, 이곳저곳 높은 볼륨을 자랑하는 가게들을 지나 길을 사이에 두고 양쪽레스토랑은 클럽으로 변해서 서로 마주본채 경쟁하듯 춤을추고 떠들석한 술자리에는 상의를 탈의한채 미친듯이 춤을추는 멀쩡한 일상을 이탈하고 나온 평범한 사람들이 만드는 평범하지 않은 하루의 거리다 




한낮의 카오산로드, 떠나는 사람과 새로온 여행자가 언제나 공존하는 곳


언제나처럼 광란의 밤이 지나고나면(충분히 건전했고 춤추는것과 큰 음악밖에는 없었던) 또 새로운 여행자들을 받을 준비로 바쁜 툭툭과 택시기사들로 거리는 바쁘고, 빠르다. 밤에 이근방을 머무는 사람들이 남기전까지 수많은 인파가 지나가면서 배낭여행자들의 식사를 해결하고, 가이드나 여행상품을 찾고, 환전을 하고, 우편을 보내는등의 편리한 시설들이 밀집되서 이유있는 사람들의 목적지가 되는곳 카오산로드


몇일을 이곳에 머물다보니 다양한 얼굴을 하고있는 거리풍경만큼이나 이곳에 온 첫날의 여행객과 둘쨋날이 된 여행자, 여러날이 지난 카오산을 잘 흡수한 장기숙박자를 구별할수 있게되었다. 첫날 내게 호객행위를 하고 비싼값을 부르던 상인들은 더이상 내게 말을걸지 않는다


메이크업을 지우고 100바트(대략 3천원정도)짜리 냉장고바지같은 현지패션을 입은채 큰 배낭을 벗어던지고 조그마한 지갑하나만 들고 돌아다니는 내가 더이상 이런저런것들에 혹하지 않을것을 그들도 알고있고, 궁금하고 신기한것 대신 카오산의 낮설었던 다름문화가 익숙하고 내게도 자연스러워졌다는 의미일것이다. 시간이 지나 조금더 가까운 취향을 얻을때까지 머물수는 없었지만 언제 다시 돌아와도 카오산은 심장을 더 빨리뛰게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않는 흥미롭고 건강한 젊은 장소의 얼굴을 하고있을것만 같다










20160112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 오늘의 블로그에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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