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콰이강의 다리와 죽음의 철도

영화속 장소, 원치않는 전쟁의 역사와 마주할 때



피에르볼레[Pierre Boulle]의 원작 소설인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를 바탕으로 제작해서 아케데미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편집상, 촬영상, 작곡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영화속 실제 촬영지인 콰이강의 기차는 정말 너무나도 느린속도로 느듯하게 지나다닌다


출발 전 속력을 내기위해 워밍업을 하는것일까 싶을 정도의 속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한번 눈에 들어온 기차가 눈에서 멀어지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날때까지 시야를 벗어나질 않는데 콰이강의 다리를 지나다니는 기차만 이정도의 속도인것인지 태국의 모든 기차가 이렇게 느린것인지 알수가 없다


그럼에도 작은 시골에 불과하던 이곳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일등공신인 콰이강의 다리와 기차덕분에 매일 새로운 여행객을 받는데 익숙해진 관광마을이 되었다




영화로 더 유명해진 콰이강의 다리



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맺었던 불합리한 동맹때문에 생긴 전쟁의 흉터와 아픈 역사속 상처로 남은 기억은 아프다.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생각했던 전쟁의 끝은 대동남아사아의 끝 인도까지 점령하는것이었다. [인팔작전]수행기간 내에 부상과 영양실조 및 풍토병등으로 하루 평균 200 여명이 죽어간 희생을 치러낸 철로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까


일본은 인도를 침공의 목적을 위해 전쟁에서 진 국가들의 포로들과 태국인, 미얀마인 등 강제 노역자들을 동원해 철도공사를 시작했다. 산악지대인 험난한 지형과 태국내에서도 더운곳으로 이름난 만큼의 열대 기후에도 형편없는 시설과 장비로 다리공사중 8만명의 노동자와 1만6천명의 연합군 포로등이 목숨을 잃었다


태국과 미얀마의 물자수송이 주된 목적이었다는 이 열차와 철로의 목적이 애매하다. 태국과 미얀마의 물자를 왜 일본이 수송하는가. 강제 약탈에가까울것이고 동맹이라는 글자도, 포로앞에 붙이는 연합군이라는 글자도 아이러니하다 




의미가 남다른 이름과 고통의 기억


| 콰이강의 다리 뒷편 매표소뒤로난 철길의 풍경


총 길이가 417km에 건설기간이 18개월에 달한 이 장기간의 철도 공사동안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낸 철도가 완공되고나서 어떤 근사한 이름이 붙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철도를 [죽음의철도]라고 불렀고 지금은 그 이름만이 남았다


나무다리대신 철로만든 다리가 서있는 지금의 콰이강의 다리. 영화속에서 수많은 포로와 사상자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그려지지조차 않지만 원래 철도공사를 위한 타당성조사자료를 보면 이 철로는 5년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했어야 할 대공사였다. 그 긴 시간에 거쳐 해야할 공사를 18개월만에 강제로 징집된 사람들의 목숨과 맞바꾸어 완공시켰으니 죽음의 철도[Death Railway]라는 아프고 섬짓한 이름만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언제나 새로운 외국인관광객을 마주하는 곳


철길 주변으로는 몇 안되는 노점상들이 파라솔을 편채 장사를 하고 있고 다리아래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탄 보트가 지나다닌다. 언제나 관광객으로 시끄러운 철길위와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오가는곳 콰이강의 다리


지금은 트래킹이나 국립공원, 강, 동굴등의 아름다운 경관의 명성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형편이지만 원치않는 전쟁의 역사를 마주하고 나면 잠시동안은 수려한 풍경보다는 여러국가를 여행하면서 매번 들려오는 전범국가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과 피로감으로 자연을 누리고 행복해하는 여행객들의 웃음띈 얼굴이 낮설고 그저 남의일만 같다


한적한곳에서의 휴양을 생각하면서 여유를 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입장에서 원치않는 역사의 마주함은 매번 마음무겁고 마음이 답답해지는 일이다




많은것을 보여주는 제스전쟁박물관


| JEATH WAR MUSEUM


콰이강의 다리에서 도보로 5분도 채 걸리지않는 제스전쟁박물관. 

1977년 설립된 야외 박물관으로 태국의 한 사원에서 관리하는데 일본(Japan), 영국(England), 호주(Austraila), 태국(Thailand), 네델란드(Holland)의 영문 첫 자를 따서 제스[JEATH]가 되었다. 포로들의 끔찍한 수용소 생활과 작업하는 모습들을 그림으로 볼수 있다


오른쪽이 전쟁의 역사를 벽화로 보여준다면 왼편은 전쟁박물관이다. 1층에는 2차세계대전 당시 사용하던 무기와 죽음의 철도 공사장면이 전시되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뜬금없지만 역대 미스 태국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어릴때는 만국기가 걸려있는 풍경을 접하는게 운동회뿐이었기때문인지 여러나라의 국기를 보면 기분좋고 신기한마음이 들곤했는데, 이렇게 보게되는 국기는 흉물에 가까워보이는것은 기분탓일것이다




여행지에서 의도치않게 마주치는 역사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길 모퉁이로 나오고 보니 임신했는지 배가 볼록한 누렁개 한마리가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연꽃이 피어오른 고인물을 들이마시면서 목을 축이고 있었다. 의도치않게 전쟁의 역사와 박물관, 역사기념관 탐방을 하고 나온뒤의 마음이라서인지 저 풍경마저도 여러 상황에 빗대어진채 보였다


즐거운, 기대감과 두근거림으로 떠난 여행에서 전쟁의 흉터를 보고싶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적어도 나는 매번 그렇다. 차분한 마음으로 여유와 회복이주는 시간들로 새로운 시간들로 온몸이 충만해질때까지 무난한 시간들을 누리고싶지만 때때로 의도치않은곳에서 마주하는 역사는 언제나 아프고 지친다. 자세히 알고싶어하지 않는 성격임에도 은근히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스타일때문일수도 있지만 빠르게 다른기분으로 생각을 돌리기에는 한글자 한글자가 한숫자 한숫자가 아프다 


나이를 먹어도 몰입력이나 상상력은 시들지를 않아서 더 쉽게 피로해지는 머리와 마음을 가지고 길가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피곤한 눈을 잠시 쉬었다. 문득, 시간이 회복이라는 선물을 주는것에 고마운마음이 들었다. 한번 망가져버린 몸이나 기억이나, 환경이 그대로 영원히 끝나버린다면 너무 끔찍할것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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