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부키팅기 시장과 히잡 문화

변화하는 히잡 문화와, 시장 내 역할별 흥미로운 남녀 직업군



해외 어느곳을 가도 꼭 들렀던 시장들의 풍경도 이제 눈에 어느정도 익어서

그 물건이 그 물건이고 그 풍경이 그풍경같아서 새로울것도 없다 싶을때쯤 

부키팅기의 시장은 왠지모르게 기존에 보아왔던 시장의 풍경과 시각적인 차이를 느낄수 있었다



아마도 히잡을 둘러쓴 여성들이 시장에 많기도 했고

가는곳마다 히잡용 천과 전통복장을 파는 가게들이 넘쳐서 시장의 컬러는 어느곳보다도 화려했다


세상의 온갖 색은 다 지천에 걸어두고 있어서, 확실히 다양한 색만큼이나 눈이 즐거웠다

(보라색 여자는 샤일라, 그 오른쪽 여자는 히잡, 더 오른쪽 여자는 알아미라스타일)






역사가 깊은 인도네시아 여성들의 이슬람 전통복장인 히잡은 

모양이나 색도 다르고 패턴이나 화려한 정도도 정말 다양했다



단순히 머리와 목을 가리는데만 사용되는줄 알았더니 

나이와 성향등 각 연령대별 추구하는 유행도 다르고 종류또한 매우 다양했다


내가 인도네시아를 여행할 때, 길에서 히잡을 하지 않은 여자들도 종종 보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중년이상의 여성들은 차도르(얼굴을 제외한 온몸을 긴 천으로 덮은형식의 의상)를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텔레비전에서 보아왔던 석유개발국쪽의 의상보다는 덜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색이 더 발랄하기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초등학생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나 젊은 2~30대의 여성들은 대부분 전체적으로 가리기보다는 

머리와 목부분만을 가리는 히잡만을 주로 착용했다


보통 샤일라(마네킹이 한것처럼 머리에서 내려오는 천 한쪽을 어깨뒤로 보내는 스타일)과 알아미라 스타일(머리부터 내려오는 천으로 양쪽 어깨까지 가지런하게 덮은 스타일)을 하고있었고, 키마르(머리부터 내려오는 천인데 끝이 펄렁펄렁하게 그대로 내버려둔 스타일)를 한 사람도 종종 보였다






최근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내세운 운동의 확장으로 인도네시아에서도 히잡을 하지않은 여자들을 꽤 많이 볼수있었던것은 확실히 반가운 일이었다


사실 생김새로만 본다면 조선전기에 부녀자들이 외출할때 얼굴을 가려서 

다른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게 두루마기를 둘러쓴 것과 크게 다르지않은데 

한국이 얼굴을 드러내는데까지 걸렸던 시간들이 이곳에서는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있었다


내눈엔 단순히 긴 천일 뿐인데 머리에 싸매는 방법으로 명사자체가 달라지니 신기하지않은가?


어느날 여자화장실 거울앞에서 손을 씻다가

옆에 서있던 여자가 히잡을 풀렀다가 다시 여매는것을 보면서 신기해 했더니 

[너도 써볼래?]라고 본인이 쓰고있던것을 풀었다. 


내가 웃으면서 [아니. 고맙지만 괜찮아. 그냥 긴 천이 어떻게 변신하는지를 보고있었어]라고 말하자 

그녀는 깔깔 웃으면서 느린 모션으로 착용하는 법을 보여주더니 

끝에 작은 진주가 달린 핀 하나를 턱 옆의 천에 살짝 집어서 고정하는것을 보여주었다





택시아저씨에게 들었던 이야기중에 


시장에는 오직 여자밖에 없다

여자들은 물건값을 흥정하고 남자에 비해 장사에 소질이 있어서 

경제주도권을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자가 쥐고있다



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정말 시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여자였다


경제권을 여자가 쥐고있기 때문에 남자들은 돈이없다고 웃으면서 한 이야기가 

농담인지 진담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여자였다

성별에 따라 치우친 직종이 나라마다 확실히 존재하긴 하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종종 남자가 있긴 하지만, 그들은 와이프가 없거나 희박한 경우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것 같다




 


내가 본 시장에서의 남자들은 주로 요리를 했다



사실 시장이 아니더라도

조금 규모있는(테이블이 4개이상정도) 식당이 아니고서는 거의 남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그들은 주로 커피를 만들거나 아얌(닭요리)이나 고랭(볶음,튀김)등 

한끼 간편하게 먹을 식사를 만들어 파는일을 했는데

언제나 여유가 넘치고 위트가 있었다

(단, 인도네시아를 큰 섬 다섯개로 나누었을때 Sumatera쪽만 특별히 더 그랬다)


이슬람에 관한 편견없이 바른 정보를 알고싶어서 아주 오래전 읽었던 서적들과

내 사전정보 없는 편견이 생기는 것이 싫어서 매번 조심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세계적으로 반복되며 들려오는 종교적 사고이슈들 때문이었나


나는 이슬람남자들의 메너좋은 태도와 유쾌한 사고방식에 자주 놀랐다

(여행후반부 다른동네에 가면 엄청나게 못된 사람들과 사기꾼들에 의해 이를 갈게 됨)





요리외에도 시장내에서 남자들이 속한 직업군은 

핸드폰 및 가전제품등의 기계 시장이나 귀금속 정도(많지않았음)였는데 

성으로 직업군을 나누는것은 분명 유쾌하지 못할 일이지만

다수의 분포도는 그랬다


그곳에서는 반대로 

한결같이 여성 근로자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으니 재미있는 일이다


아마 택시아저씨가 남녀를 분류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도 그냥 시장에 있는 물건들만을 구경하고 별생각 없이 나오지않았을까






행정도시마다 믿는 종교가 다른 이 나라가 흥미롭다

서울에 갔더니 98%가 넘는 거의 대부분의 인구가 이슬람이었는데

인천에 가면 98%가 넘는 인구가 기독교를 믿는 식이다



그래서 사고방식도 전혀 다르고 한나라 안의 사람이라고 해도 가치관도 너무 다르다


재미있는것은, 여러나라에서 문제시 되고있는 이슬람을 믿는 도시보다 

기독교를 믿는 도시에서 나는 더 많은 불행한 일들을 겪고 불쾌한 경험을 쌓았다

종교를 믿지않는 나에게 있어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명사만 다를뿐 그저 종교에 불과했는데

나쁜인간들은 뭘믿든 나쁘고 사람답게 사는 사람들은 뭘 믿든 사람답게 살고있다는것이다


다만 내게 중요한것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가치관이었다

사람마다 설정해놓은 도덕성의 최소기준.


그런 의미에서의 부키팅기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덕성이 꽤 높았고

조금 더 마음이 넉넉했으며 어딜가든 사람들은 호의롭고 친절했고 나는 이 도시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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