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키팅기 /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외국친구를 사귀고싶은 할아버지

인연을 맺는 다양한 방법



반나절 내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주문하고 식당에 앉아있는데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왔다갔다하던 할아버지 한분이 

은근슬쩍 슬그머니 우리테이블에 합석하셨다


다른테이블에 자리가 널리고 널렸는데 뭘까 싶어서 의아하던 찰나, 

할아버지는 조심조심 이상한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손에 쥐고있는것은 기도할때 쓰는 물건이고, 

자신이 쓰고있는 모자는 인도네시아 남자들이 많이 쓰는 모자라는등의 자기소개가 아닌 

외국인의 눈에 관심이 있어보일법한 물건들을 먼저 소개하기 시작하는 

이 사람의 의도가 뭘까 살짝 불편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음식을 주문해놓고 기다리던 중이라 자리를 옮길수도 없었다






알고보니 이 할아버지는 가게주인의 오빠였는데, 

본인눈에 외국인 두명이 여동생 가게에 앉아있자 우리와 인연을 맺고싶어하는것이었다


부키팅기는 외국인들에게 유명한 곳이 아닌만큼 

외국인을 만나는게 현지인으로서 쉽지않지만, 

우연이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자신의 집에 초대해서 대접하고 싶어하고

연락처를 주고받고 기념으로 외국돈을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계셨다


우리에게 다짜고짜 자신이 모은 몇장되지 않는 빳빳하게 보관한 지폐몇장을 꺼내 자랑하시고

소중하게 접어진 종이에 써져있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집주소를 보여주면서 

모두 자신이 사귄 해외 친구들의 집주소라고 하셨다


혹시 지금 우리가 머물곳은 있는지 물어본 뒤, 

다음번에 부키팅기에 다시 방문하게 되면 본인의 집을 친구로써 무료로 이용해달라고 말씀하셨는데, 

기승전결없이 갑자기 훅 들어오는 이 노신사의 친절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의 순수한 의도와 친해지고싶어하는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는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칠때까지 한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면서 기다리다가 

식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듯이 주방을 보여주고, 

식당 뒷쪽의 공간들과 이런저런것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나는 뭐라도 해야할것 같아서 그가 안내하는 장소마다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리면서 사진에 담았다


그는 갑자기 [RUSWADI]를 여러번 외쳤는데, 

알고보니 가게주인인 그의 여동생 이름이었다. 

우리에게 가족을 소개시켜주고 서로 엉겹결에 인사까지 나누면서 

뭔가 급한데 엉성하게 인연맺기 과정을 걷는중이었다


내가 여태껏 추구해왔던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다가 친구가 되는 방식이 아닌, 

상대방쪽에서 내게 보여줄수있는 최대한 모든것을 보여주고 연락처를 따는 방식은 

뭔가 신선하면서도 어색했다. 


그의 여동생 루스와디는 

그런 오빠와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채 안절부절하는 내가 재미있는지 

시종일관 환하게 웃었다





사실 내가 잠시라도 머뭇거리고 있으면, 

싱크대며 냉장고며 쌓인 그릇들과 식재료 앞으로 데리고 가서 

어서 사진을 찍을것을 권했기에 나는 그의 이유없는 호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열심히 정성껏 사진을 찍었다


사실 인도네시아에 온 뒤로, 

내가 그들눈에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내게 많은 호감을 보여주고 나를 좋아해주는것이 느껴졌는데, 

흥미로운것은 그들이 내게 다가오는 방법이 매번 새롭다는것이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서 말을 건네는 사람도 많고, 

앞뒤없이 사인해달라며 내게 사인요청을 하기도 하고, 

어린학생들은 자신의 핸드폰으로 같이 셀카를 찍고싶어했다


친구를 사귀고싶어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성향을 알것같으면서도 

남녀노소 다르게 접근하는 그들의 방식은 매번 놀라웠는데 

그래도 나이가 있으신 어르신께서 구깃구깃한 종이를 가져와서

본인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주시고, 

우리의 한국 집주소를 알고싶어하시는것이 뭔가.. 

애매하면서도 이해가 되어 적어드렸다






우리는 어색하게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뒤 막 떠나려는데, 

할아버지가 급히 어딘가를 나갔다오시더니 내 손에 이것을 쥐어주셨다


땅콩모형 속에 들어있는 말랑말랑한 벌레장난감인데, 

뭐라도 주고싶은 마음에 할아버지가 급히 밖에 뛰어나가서 

어떤아이가 가지고있는 물건 하나를 뺏어오신것이 분명했다


나는 얼떨결에 할아버지가 주신 선물을 받고 

이걸 애들에게 돌려줘야하나 말아야하나를 순간 고민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 자동차 안이나, 

어느집에가도 저 긴 벌레모양의 인형이 집집마다 있기에 항상 궁금하긴 했는데, 

예상치못하게 나도 인도네시아 벌레를 선물로 받은 순간이었다. 


나는 벌레를 만지작 거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할아버지가 외국돈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외국친구보다 외국돈이 더 갖고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부키팅기를 떠나기 전날 밤, 천원짜리 지폐와 동전을 드렸다


뭔가 만남도 어색하고 인연을 쌓는과정도 어색하고 헤어짐까지도 어색했지만 돌아보고 나면

예정된 만남이나 비즈니스로 엮인 인연도 아니였고

가장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내게 접근한 성인이 아닌가 싶은 소박한 사람이었다 :)



20170221 / 이 포스팅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소개되었습니다



Load More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