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그가 본 세상에서 가장 푸른 바다마을 시카

노인이 된다면, 이런곳에서 살고싶다

 

 

 

 

새침한 여자아이의 이름같은 시카에 왔다

 

사실 시카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어서 또 한참을 흥정을 했다

시카까지 간다는 오토바이만 정말 많았는데

정말 뜨거운 햇빛아래 엄청난 무게의 베낭을 맨채로 오토바이를 타는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4시간을 달렸던적이 있어서, 그때 배웠다뜨거운 햇살아래 장시간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이동하다보면

헬멧쓴 얼굴이 자꾸만 운전자의 헬멧에 부딪히게된다

본인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아서 꽉 잡고있던 손이 느슨해진체 추락위험도 있고 

햇빛에 어깨와 팔및 허벅지등의 화상은 당연한것이라는것을 잘 알고있었다그런와중에 배낭까지 메고 탄다면, 조는순간 위험해진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죽어도 차를 타야겠어서오랜시간을 기다린 후, 마우메레에서 시카까지 고작 2시간거리의 거리를흥정에 실패한채 비싼값에 택시를 타고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마을어귀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둘러쌌는데

그중 한명이 잽싸게 옆으로 다가와서 따라걷더니 말을걸었다

 

나는 이 마을의 대표 가이드야, 이곳의 많은곳들을 안내해줄게. 

나는 호텔과 식당을 하고있기때문에 네가 짐을 놔둘곳이 필요하다면 우리집으로 가자. 

배가고프다면 언제든지 말해

 

[안내해줄게]에서 잠시 흔들렸지만 [식당과 레스토랑을 하고있다]에서

철저히 내 관심밖에 되어버린 그 아주머니에게

[우리끼리 자유롭게 여행하고싶어. 단 둘이서]라고 그녀의 호의인듯 영업전략을 정리하고

먼저 손을 흔들면서 [잘가]라고 빠른 작별인사를 고한 뒤마을을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가 행복한 시간의 시작이었다
가는곳마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들은 [HELLO] 큰소리로 외치면서 손을 흔들었다그냥 외국인이 반가워서 인사하고 싶은 시골사람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자기가 살 집을 짓는다

나무를 잘라서 울타리를 치고 벽을 만들고 돌을 쌓아서

 

그래서 산마을로 들어가는 내내 돌과 나무를 운반하는 사람들을 꾸준히 만났는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고있는 그들은 얼굴에 여유가 넘쳐났다

 

자꾸만 이리오라고 손짓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매일 칼같이 정해진 시간에 회사에 나가 밤늦게까지 사업주와 부장 과장 아래에서

치이고 치이는 사무실에서 말몇마디 못뱉고 곤죽이 되서 집에 돌아오는 나의 시간과

 

쉴새없이 조잘거리는 자식들을 옆에두고 같이 집을짓고,

끼니때가 되면 아이들과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가고

밭에 심은 농작물 몇개를 따와서 식사를 준비하는 그들의 시간은

같은 시간을 살아도 같은 시간이 아니겠지

 

한걸음 떨어져서 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희극처럼 보이는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시간을 살면서 시간에 얽매이지않고, 

내 하루를 내가 만들수 있다는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그들이 부럽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죄다 붙임성이 타고난줄 알았더니

아닌 아이도 있었구나

 

어디선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HELLO]가 들려서 두리번거렸더니

창문밖에 있는 두 하얀 외국인을 부끄러운 얼굴로 보고있는 아이가 보였다

 

너의 아버지는 정말 부지런하기도 하구나

다른집과 달리 파란색 칠까지 된 집에서 사는것을 보니

너 역시도 부모의 성실함과 꼼꼼함을 닮았을것 같다

 

 

 

 

 

사실, 그들이 사는 산마을을 따라 산위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가는곳마다 사람들이 인사하고 너무 반겨주어서

자꾸만 말을걸고 우리를 맞아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산에 올라갈수 없을것같았다

 

그들에게 적당한 인사를 건데고 뒤를 돌아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바위에서 검은색이 자꾸만 빠져서 고운 모래가 파도에 자꾸만 까맣게 변하는 해변길이 나왔다

 

 

 

 

세상에! 

세상에서 본 바다중에 가장 파랗다!

 

 

나는 이렇게 파란 바다를 그없이 한번 본적이 있었다

티니안에 이어 두번째였지만,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했던 곳의 파란 바다와는 다른 느낌으로이곳은 아버지와 함께 고기를 잡으러 나온 가족들이 있고학교에 갈 시간인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깔깔거리고 놀고있다이곳은 따뜻하고 행복한 예쁜곳이구나
그는 [내가 본 어느곳보다 깨끗하고 예쁘다]고 말한뒤혼자 감상에 잠겨 해변을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그가 이곳을 좋아한다

이곳에 작은 게스트하우스든, 호텔을 짓고싶다느니 하는등의 

앞뒤없는 이야기를 시작하기전부터 알아차렸다

 

우리 둘이 베낭을 나무그늘 아래 배위에 던져놓고

같이 하얀 해변길을 나란히 걷다가 

어느새 혼자서 조용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를 잠시 잊었을때부터 알아차렸다

 

그가 좋다면 나도 이곳이 좋아

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지만, 옆에있는 사람이 좋아하니까 나도 더 좋아

 

 

 

 

 

이곳을 한바퀴 빙 돌고싶었다고 말하면서 나한테 걸어돌아오는 사람을 보니 웃음이 난다

나이를 먹으면 이런곳에 집을짓고 살아도 좋겠지

 

나무를 잘라서 집을짓고뱀은커녕 지렁이조차 무서워하는 내가 마당에 채소를 심으면서

그가 잡아온 물고기로 저녁을 지으면서 조용히 나이를 먹어가는것도 좋겠지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하면서

내가 죽는다면, 어떤곳에서 생을 마감하는것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인생, 이정도 선택권을 쥐고 고민하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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