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롬복으로 가는 슬리핑버스안에서의 도난사건

[범인은 이안에 있어!] 훔친사람과 도난당한 사람과의 심리싸움



슬리핑버스를 타고 롬복까지 

또 한참을 바다건너, 육지를 달려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우리는 버스에 타기전에 간단히 먹을거리를 챙겨 버스에 올랐고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이내 잠이 들었다


그동안 버스는 배에 한번 올라서 바다를 건넜고

차안에서 잠들어 있던 나는 누군가가 급히 흔들어 깨워서 정신을 차렸더니

배에 올라가면 누워서 잘수 있는곳이 있으니 편하게 올라가서 자라면서

버스운전사와 버스도우미 아저씨가 거절하는 나를 한사코 위로 올려보냈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사실 버스안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자고싶었는데

나말고는 버스에 아무도 없어서 내려야할것같았다


비몽사몽 눈을 비비면서 버스에서 내려 페리의 계단을 올라갔더니

동행인이 잠시 담배피러 나와있었고, 나는 그들이 말했던 수면실에서 잠에 빠져들었다


친절하게도, 

배에서 내려야한다고 다시 버스로 이동해달라고 버스기사는 나를 깨우러왔고

나는 친절한 그들이 고마웠다




페리에서 내린 버스가 한참을 달리는데

내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생각해보니 배를 탈때부터 지금까지 내린 승객도 없고 모두 차에 타고있으니

내 핸드폰은 아직 버스 어딘가에 누군가가 가지고 있을수밖에 없었다

지금 차를 세운다면 핸드폰을 찾을수 있을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동행인은 차를 세우고 [경찰 불러줘. 경찰]이라고 말하면서 버스기사와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차앞에서 화장실이든 어디든 슬그머니 이동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사람이 범인이고 내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가 어딘가에 버려버릴것 같아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없는지 주시하면서 경찰을 기다렸다


그런데 운전기사는 전화연결이 되지않는다는식의 엉성한 제스춰를 취하고

내게 친절했던 버스도우미아저씨는


[하얀색 핸드폰? 그거 내가 봤어]라고 말하더니

우리가 앉았던 좌석보다 훨씬 뒷자석의 선반 깊숙히 안쪽에서

그것도 다른사람의 가방와 옷가지 아래에 

꽁꽁 숨겨져있던것을 우리에게 건네는것이 아닌가


바닥에 떨어져있는것도 아니고 그렇게 꼭꼭 숨겨놓았던 물건을 어디서어떻게 본단말인가


배안에서 내게 친절하게 구는척 자는 나를 깨워서 배로 이동시키는 동안 훔친것인지

자는동안 내 가방을 뒤져서 훔치다가 내가 깬 것인지 과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니가 범인이잖아!] 라고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돌려준 사람을 지목하면서 

화를 내고있는 내 말은 들은체 만체 하고


그는 실실 웃으면서 무슨일인지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다른 승객들에게

[얘들이 핸드폰을 잃어버렸는데 찾았어. 떨어트려놓고 경찰을 부르라고 한거야]

라고 어설프게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고있었다


이미 그가 핸드폰을 꽤 깊은 뒷자석의 선반에서 꺼낼때부터

같은나라 사람들이지만 정황상 그가 훔친 뒤 일이 커질려고 하자 

스스로 돌려준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 정도는 승객들 또한 알았을것이라고 생각해서

그가 하는 행동에 크게 의미를 두지도 않았고

실제로 경찰이 오든, 오지않든 내 물건을 찾을수 있을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나는 치밀어오는 분노의 한편으로 [역시 찾을수 있을줄 알았어]하는 기쁜마음도 살짝 올라왔다




이내 버스가 다시 출발했는데 핸드폰을 훔쳤던 버스도우미는 

우리 좌석 뒷쪽에 앉아서 

[폴리쉬~ 폴리쉬~]라고 흥얼거리면서 킥킥거렸다


행동에 부끄러움은 전혀 없는지

[지네가 잊어버려놓고 사람을 의심하고 경찰을 부르라고 했대~]라는 본인의 상황모면+우리에 대한 조롱같은 느낌이어서

나는 비웃음과 그의 쓰레기같은 인간성에 순간 이성을 잃고말았다






나는 니가 훔쳤다는것을 알고있어

네가 범인이잖아

웃음이 나오니? 이게 웃겨? 니가 훔쳐놓고 웃겨?


라고 손가락질로 정확히 그의 얼굴을 가르키면서

꼭꼭 눌러놓았던 엄청난 양의 분노와 함께 

머릿속에서 필터를 거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직구를 내뱉고있었다

버스안의 모든 승객이 나를 보고있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한번 터져버린 화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나 스스로도 말하는것을 멈출수가 없었다


실실거리던 그는 얼굴이 굳어져서 우리뒤에서 운전사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버스안은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그대로 한참을 달려도 아무도 입을열지 않았고 

무거운 침묵속에서 나는 곧 내 행동을 후회했다

화가 날대로 내뱉어버린 나는 이곳이 해외고, 

내편이 없을수도 있는 상황에서

많은사람들 앞에서 모욕당했다고 생각해서 몰래 따라와 해꼬지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어서

오늘밤 숙소를 옮겨자야하는것인가 고민까지 따라왔다


정거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에서 내린 나는

동행인이 가방을 들고 나올동안 버스앞으로 가서 타고온 버스의 차번호를 찍고

내 핸드폰을 훔친 사람들의 얼굴을 찍었다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찍고있다는것을 알고 고개를 숙이고 모른척 딴짓을 하는척 했지만

[어차피 내게 무슨일이 생긴다면 너희때문이다]라는 마음으로

얼굴을 제데로 찍을때까지 카메라 셔터를 끝없이 눌렀고

얼굴을 들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도없이 셔터를 누를것이라는것을 느낀 도둑은

마지못해 사진찍는 나를 쳐다보면서 아무렇지 않은척 손가락으로 V를 만들어서 태연한척했다


뻔뻔한 범인의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한 나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분노와 씁쓸함과 긴장감을 곱씹으면서

여긴 어디고 나는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른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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