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랄랄라라라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마을사람 총출동, 도예마을 람비탄

수공예마을에서 생산되는 도자기와 그릇들




비가 축축하게 내리던 날

귀뚜라미 한마리가 어느 긴 항아리 안에 숨어서 울고있는것이 분명했는데

람비탄마을에 쌓여있는 수천개의 그릇중에 어디숨었는지 찾을길이 없었다


본인 목소리가 울림통까지 생겨서 마이크를 대고 말하듯 크게 울려퍼지니

귀뚜라미는 그칠 생각자체가 없어보였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도착했을때는 이웃나라 말레이시아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람비탄 마을안에 와글와글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막 떠나려던 중이었다


귀뚜라미는 어쩌면 괴로워서 통곡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조용한날 방문하는 사람이야 반갑고 기쁘니 과자부스러기라도 얻어먹게되지만

이렇게 비오고 눅눅한데 애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 온 방문자가 반가울리 없겠구나

마을의 한 아저씨는 수북히 도기가 쌓인 선반을 하나하나 들춰내면서

시끄럽게 울어대고있는 귀뚜라미를 찾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모두다같이 영혼이 나가버린것 같은 람비탄 마을에

아녀자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이미 한번 구워져 나온 그릇에 그림을 새기고 있었다

빵만들때 짤주머니 같은것으로 무수하고 빽빽한 점을 찍어서

미리 누군가가 도안한 그림속을 색으로 채우는것이었는데

모든 도기가 그런식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점묘화 방식이 아닌것은 하나도 없나


내가 뭐라고 중얼거리든 그들은 이미 영혼이 나갔다

하루종일 점만 찍어대고 있다면

나라고 해도 내 영혼도 점과 함께 흩어질것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무늬에 

갈색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채롭고 귀여운것들도 꽤 많다


원시인이 살고있는 집모양으로 만들어진 캔들받이부터

도무지 어디에 쓰는지 알수없을만한 

아기자기하고 깜찍한것들도 사방에 널려있다








비온뒤 채도낮은 도로에서 알록달록한 도예마을에 들어오니까 눈이 따갑다

역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현란한것을 좋아하는것같아


어디하나 단색의 도기하나가 없다


현란한 무늬의 베개를 베고 현란한 이불을 덮고자고 일어나서

현란한 옷을 입고 현란한 히잡을 쓰고 현란한 테이블보가 깔린 식탁위에서

현란한 그릇위에서 식사를 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정말 현란한것을 좋아한다







그나마 얼마되지않는 단색에 가까운 도기를 보니 반갑다

내눈엔 이정도가 가장 예뻐보인다


다만 얼마 있지도않은 도기수와 구석에 쳐박혀있는 위치로 판단하건데

가장 안나가는 제품임이 확실하다


나는 가장 작고 밋밋한 큰 우유병같이 생긴것 하나가 갖고싶지만

내 허벅지의 대퇴골만한 크기를 들고다닐 자신이 없다







비가그치고 귀뚜라미가 쫒겨난 뒤

아낙들이 조곤조곤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눈이마주치자 이제서야 피긋이 웃어준다







이곳에 오면 내가 그릇을 만들어서 가져갈수 있다고 들었지만

이미 멈춰있는 물레를 보니 오늘은 상황이 끝난것같다


물레질이 해보고싶었던 나는 시무륵해져서 입꼬리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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