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모두가 마음속에 떠올리는 그림, 옹랑 비치

당신이 원하는 휴양지의 풍경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푸쿽의 바다사진들은 다 10년전의 사진이다

아무도 없는 하얀 백사장의 모래와 바다는 아주 오래전의 것이고

아름답다고 이름난 사오비치는 상점과 인파들로 인해 아름답다고 느낄만한 풍경은 얻을수 없다



기대감이 하나도 없는 이곳을 여행지로 잡은 이유는

우연한 시기에 동생과 오빠와 내가 백수시기가 겹친데다가 동생의 직장생활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열심히 해봐야 필요없다]고 불씨가 사그라들듯이 의욕과 성취욕이 죽어가고 있었고 돈때문에 원치않은 계약직으로 일하던 오빠의 지친 괴로움을 덜어주고싶었고, 나는 듀공이 보고싶었다(응?)





남의사진도 안믿는다, 정보도 맹신하지 않는다고 지껄이더니 혹시나 듀공을 볼수있을까 기대했다는것은 정말이다

우연히 푸쿽에 듀공이 살고있다는 글을 본 뒤로 저 커다란 채식동물을 볼수있을까 꿈을꾸곤 했다


언제나 작은 물고기 친구들을 데리고다닌다는것도, 온순하고 겁이많다는것도 

육지에 나와서 젖을 물리는 포유류라는것도

사람들이 그래서 인어공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것도 

모든것이 다 귀여워서 마음에 들었다


적극적으로 푸쿽에 확실히 듀공이 살고있다는 정보를 수집하고

남부섬 인근에 나타나는데 배편이 하루에 하나뿐인데 본사람이 많지않다는것까지 알고나니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혹시나 아주 혹시나 볼수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현지투어도 예약해놓았다


보면 천운인거고

아니면 오빠와 동생의 휴식을 위해 최대한 편안하고 차분한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번도 바다앞에서 잠들어본적 없는 동생을 위해

눈뜨고 몇발자국만 걸어나오면 바다가 보이는 옹랑비치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첫날 도착하자마자 밤이라서파란 바다는 볼수 없었지만 

작은 해변을 오롯이 전세낸 기분은 충분히 세명 모두 만끽했다


아주 완벽한곳을 숙소로 잡은것같다고 두 인간의 극찬을 받아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는 그림은 언제나 낭만적이지만

실제로 예민한 발바닥은 3초도 버티지 못하고 슬리퍼를 다시 신곤했는데

이곳에 머무는 내내 정말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어다녔다


그 많은 바닷가에 머물면서도

신발을 벗어도 거슬리거나 아프지 않는곳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이 해변은 고스란히 우리가족과 남미가족의것이었는데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달랐다

나무 오두막 한채를 빌려서 눈비비고 바다로 나오면 새벽부터 남미가족은 바다에 들어가서 놀다 지쳐서 들어가곤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머무는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오빠에게 계속 말해주었다

뭔가 해야하는 강박관념에 누워서도 [같이 놀아줘야 하는것이 아닌가] 눈치를 볼때마다 상기시켜주었다


동생에게는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아무것도 하지않을 스타일이 아니라서. 하루종일 혼자서 바닷가에 들어가더니 파도와 둘이 놀았다

물을 보면 뛰어드는 사람이 있고, 그냥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데 여기엔 두종류의 인간이 다 있다 






습관처럼 아침이 되면 이불속에서 꿈틀거리면서 핸드폰을 쥐던 버릇이 이곳에서만 없어졌다

잠에서 깨면 문을 열고 무작정 바다앞으로 나가서 멍ㅡ 하고 바다를 보다가 들어왔다

오빠는 담배와 라이터를 들고 나가서 한참씩 들어오지않았다


아침에 나름 각자의 시간을 따로따로 취하고 레스토랑 앞에 앉아 조식을 주문하면서 마주앉아서도

눈은 항상 바다를 향해 머물러있었다


저 바닷속 어딘가에 살고있을 듀공을 떠올리기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 쫒기듯 계획대로 움직여야하는 일과 자체를 완전히 없앤것이 내 계획이었다

그들에게는 계획이 없었지만, 나는 모든것이 내 계획대로 흘러가는것에 만족했다


시간에서 자유로워지면 우리가 얼마나 나태해질지 궁금했었다


밤이 지나가는것이 아까워서 조금이라도 더 늦게까지 깨있고, 

아침에 힘들게 눈뜨면서 시작했던 하루는 사라졌다


기분이 좋은채로 잠이들었고, 무언가 더 해야한다거나 더 놀고싶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숙면을 취했고

아침이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푸쿽의 유명하다는 비치는 전부다 훑고 다녔지만 옹랑비치가 가장 완벽했다


항상 나에게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면서 말을 건넨 사람들에게 [니가 생각하는 여행지, 휴양지가 어떤건데?]라고 물어봤을때 

모두가 한결같이 여행지, 휴양지라는 세글자에 떠올리는 풍경은 사람없고 한적한 고운 모래밭에 크지도 낮지도 않은 파도와 바다쪽으로 기울어진 야자나무 몇그루라는것을 알고 신기해했었다


이미 유명해진 관광지의 이름속에 과연 휴양지가 있는가? 라는 물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어쩌면 여행전부터 이미 그곳을 찾은것 같다고 느꼈었다


확실히, 그곳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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