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인도네시아의 결혼식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한번뿐인 중요한날





알려지지 않은 마을들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날

차를 타고 이동하고있었는데 커다란 몽골텐트가 쳐진곳에서 음악이 온동네 다 떠내려가라 싶을만큼 틀어져있어서

운전사에게 [행사가 있는거야?]하고 물었더니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차를 세운다


[또 이슬람 기도를 드리러 갈 시간인가] 싶어 우울해지려고 할때 [웨딩파티야. 가서 밥을 먹고와. 너 오늘 운이좋구나]란다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지, 하면서도 사실 이나라 결혼식을 본적이 없어서 먼 발치에서 구경이나 해보고 다시 차에 타야지 싶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 멀리 입구에 있던 젊은남녀가 빨리오라고 손짓을 하면서 반긴다


뒤를돌아봐도 아무도없는데, 분명 우리를 부르고있어서 [우리를 부른거야?]했더니 안으로 들어가란다

우리를 바라보고있는 많은 사람들이 전부다 이쪽으로 오라고 손으로 부르고 안으로 들어가라면서 등을 떠밀어서, 우리는 떠밀리고 떠밀려서 신랑신부에게 인사를 하고, 또 떠밀리고 떠밀리고 불려서 뷔페앞까지 오게되었다






[아니.. 음식은 괜찮은데, 우린 지나가던길이야]

아무리 손사레를 해도 웃음꽃이 만발한 사람들은 

접시를 손에 쥐어주고, 포크를 손에 쥐어주고 등을 떠민다


집게를 들어서 음식을 떠주려고하는데 

아.. 안돼. 나는 못먹는것이 많다


음식을 남기면 실례일것같아서 최대한 정중하게 괜찮다고

나는 정말 괜찮다고 배가 고프질 않다고 말해도


머리에 빨간색 천을두르고 초록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한사코 거절하는 나를 데려가더니 


[많은 사람이 와서 축하해주는것이 기쁜일이야]

말하더니 음식을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나는 졸지에 잔짓밥을 얻어먹는 사람이 되어서

[이럴줄 알았으면 신랑신부에게 인사해야할때 조금더 길게 찬사를 담아서 이야기할껄] 하고 후회했다


바.. 바나나나 한개 먹고 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자리에서 

얼른 도망나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빨간천을 두른 여자가 이것저것을 권하던것을 보던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많이! 한가득 담아서] 먹으라고 국자로 떠서 접시에 담는 시늉을 하는것이..  

이거 바나나만 한개 떼어서 들고오는것은 어쩌면 실례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행인도 사람들 사이에서 

[이것을 더 퍼 담아라, 이것도 먹어라, 이것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수북히 쌓인 접시를 두손으로 든 채로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멋적어하고있었다






어르신들은 [치킨! 치킨!]하면서 치킨도 얼른 담으라고 

고기쪽을 손가락으로 여전히 가르키고 있었는데


음식을 제데로 접시에 담기 전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끝나지않을것같다는 마음에

밥을 좀 접시에 뜨자 그제서야 사람들이 흐뭇하게 미소짓기 시작했다


음식을 담다가도 어르신들이 손가락으로 V를 만들면 

잽싸게 카메라를 들고 찍어드렸는데


내가 어쩌다 여기에, 나는 그저 택시에서 내렸을 뿐인데 

어떻게 음식앞까지 떠밀려오게 되었는지 정신이 하나도없었다







어느정도 접시를 가득 채우자 사방팔방에서 손가락으로 신랑신부 앞쪽의 의자를 가르켰다

다들 나를 주시하고있나보다



나는 음식을 들고 의자에 앉아서 예식을 구경하다가 식사하면 되나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들 어서 밥을 먹으라고 먹는 시늉을 하시니 나는 또 숫가락을 들었다


[얼른 먹고 빠져나가려고 조금만 뜨려고했는데 불가능했어] 

접시에 뭐가 수북하게 담겨있는 동행인도 난감한 얼굴이었다


신랑신부는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과 악수하고 계속 인사하는데

손님은 그 모습을 보면서 밥을 먹으면 되는것인가?

그런데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고 목이 메일것같았다


이 무전취식이 편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이렇게 먹고 그냥 가도 되는걸까? 너무 빨리 먹고 가면 또 실례가 아닐까?]

누가 가르쳐주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사람들은 그저 신나있고 나는 조심조심 밥을 먹고는

그냥 그곳을 빠져나가면 정말 미안할것같아서 다시 신랑신부에게 돌아가 최대한의 찬사와 축하를 담아 인사를 건넸다


내가 예의 그 이상으로 좋은말을 건내기 위해 숫가락을 쥐고 머리를 쥐어짜낸것을 생각해낸것에 비해 건넨말은

[신부가 정말 아름다워요. 신랑이 멋집니다. 멋진결혼식이네요. 초대 감사합니다. 잘먹었어요] 이니

한심하기 그지없지않은가. 


  




밥을먹고 나가는 길, 입구에있던 신랑신부의 친구들인것 같던 사람들이 

처음에는 남자줄 따로, 여자줄 따로 서있더니 갑자기 사진을 찍자고 길게 한줄로 바뀌었다


신랑신부 옆에서도 사진을 남기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사진을 남기고

그들은 하나같이 즐거워하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타국의 결혼식에 함께하게될줄은 상상도 못했다


차를타고 돌아가면서 운전사가 [맛있게 먹었니?]하고 깔깔깔 웃는다

[원래 그렇게 모르는 사람도 가서 밥을 먹는거야?] 했더니 

그날은 될수있으면 가장 많은 사람이 신랑신부를 축하해주는것이란다

멀리서 온 사람이 축하해주면 더 좋지않느냐고


차안에서 결혼식사진을 같이 넘겨보다가 신랑신부친구들과 찍은사진이 새하얀것을 보고 아쉬워했다

[급하게 찍어달래서 찍긴 찍는데, 정신이 없어서 조리개맞출 생각도 못하고 셔터만 눌렀어]란다 :)


이해하고 또 이해하지. 

그 당황스러움속의 따뜻한 환대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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