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비오는날의 후추농장

우리가 후추보다 관심있는것들



아침일찍 일어나 후추농장으로 가달라고 택시를 탔다

사전에 후추농장에서 꽤 그럴싸한 텐트를 몇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대여해주는것을 보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바닷가앞이라도 만나면 텐트를 치고 그늘막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앞의 해변도 멋졌지만, 몇일 돌아다녀보니 사람이 없는 드넓고 예쁜 바다들을 찾았는데

인적이없어서 파라솔도 썬베드도 햇빛을 피할만한 뭔가가 없어서 멋진곳에서 오래 머물수가 없었는데 텐트를 빌리고 나면 모든것이 완벽해질것같았다


 




가는길에 소 한무리가 당당히 길을막고 있었는데, 

차에서 내려 소를 열심히 찍어대는 우리를 보니 확실히 도시바보들이 맞는것같다


소를 볼일이 도통 없었다

주로 핸드폰 농장만들기 게임에서 몇마리를 키우는 시뮬레이션게임을 할 뿐

어쩌다 한마리씩 마주치면 [소가 있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10마리가 넘는 소를 한자리에서 보게되자 다들 사진을 찍기 바쁘다


별것도 아닌 풍경에 다같은 사진을 찍고있다는것에 조금 즐거워진 나는 [조금더 멋지게 찍어보라]고 주문했고 그들은 조금더 다양한 자세로 몸을 낮춰 시점을 옮겨가면서 예술혼을 불태웠는데 사실 소들은 그냥 쓰레기를 먹고있을뿐이었다





다시 차에 올라타서 농장에 도착한 그들의 관심사는 파인애플이었다.

산세베리아같은 긴 잎에 꽂혀서 나는 열매였다는것을 처음봐서인지, 후추농장 안쪽으로 들어가기전부터 한참을 파인애플 구경하는데 시간을 허비했고 닭 무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것들을 보고 또 사진을 찍어댔다


비오는 날 자꾸만 땅이 축축해져서 잠잘곳이 마땅치 않다는 회의라도 하고있는지,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치지를 않는다


 



양쪽으로 후추나무가 솟은 좁은 축축한 진흙땅을 조심조심 밟고 돌아다닌다


달걀발견!


농장게임을 현실에 옮기면 이렇게 되는거구나

후추나무 사이사이로 닭이 낳아놓은 알들이 신기하다 


이들의 나이는 다들 스물다섯을 넘겼음에도 유치원생과 다를바가없는 무지로 무장되어있다

그들은 소떼와 파인애플나무와 실제로 막 낳아놓은 달걀을 처음보아 신기하였다 :D






후추열매가 포도처럼 생겼는지 처음알았다


가끔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저 길다랗고 동그란것들이 달린것이 함께나왔는데 그냥 데코레이션이라고만 생각했더니 후추열매였다니, 고기옆에 후추알을 놓아줘도 후추인지 몰랐다는 나의 무지가 놀랍다


그렇다면 바로 고기에 곁들여 먹을만한 후추였는가?


나는 후추알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는데 [아니다]

익지않았다. 데코레이션이 맞았어. 그냥 이쁘라고 놔둔거다





내가 후추와 달걀에 빠져있는동안 일행1이 나를 불러댄다

도시바보1은 또 뭔가 멋지다고 생각한것을 발견했겠지


그는 선인장 끝에난 조그마한 꽃 하나를 가르키면서 본인이 어릴때 이집트에서 자주먹었던 열매같단다

저게 익으면 정말 맛있는데 아마도 그것일거라고. 


사실 그가 이집트에서 먹은 케밥과 선인장열매가 얼마나 맛있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는 50번도 넘게들었다

내가 이집트에 간다면 그때문이다. 그가 내 머릿속에 심어놓은 자신의 어릴적 추억들을 아마 내가 확인하러 가는것일것이다





도시바보 2가 택시아저씨를 붙잡고 [이게뭐야?]  [이건뭐야?]하고 물어댈동안 

나는 커다란 개를 피해 멀리 빙 돌아다녔다.


사방팔방에 말라비틀어진 개똥천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개똥이 아니고 캐슈넛이다

[개야 똥쟁이라고 오해해서 미안해] 


주인이 어딘가에 말려놓은 캐슈넛을 물어와서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던져놓았나

농장근처에는 캐슈넛나무한구루가 없는데 왜이렇게 열매가 널려있는지 모르겠다


인도네시아에서 먹었던 캐슈넛열매(과일)를 떠올리면서, 어쩌면 베트남에서도 위에 과일은 먹고, 아래손잡이(캐슈넛-견과류)부분은 버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진 오른쪽에 잘보면 파인애플 하나 보임


비가 줄기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택시아저씨는 급히 차로 뛰어가서 비를 피하나 했더니 몸이젖을까봐 긴 우산을 가져다주었다


후추나 한개 사볼까 했더니, 농장아주머니는 4배가 넘는 택도없는 가격을 불렀다

하하하하하. 아무리 파인애플이나 달걀이나 후추를 처음봐서 신기해하는 도시바보들이라고 세상물정을 모르지는 않는데.

정상가를 불렀으면 도시바보들은 만족감과 함께 양쪽손에 후추를 두개씩 사들고 떠났겠지만 농장주인을 향해 빈 손바닥을 흔들면서 작별인사를 고했다


참, 그리고 텐트를 빌리는것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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