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 푸쿽 배낭여행 ]

THE GIRL, COMES FROM FAIRY TALE





바람과 고양이의 온도

익숙한 뜨거움은 외로움을 덜어낸다






도움받을데나 의지할데가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뻣뻣하게 만들어버린다

남에게 아쉬운소리를 할 이유도없고 환심을 사기위해 구차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인가, 대나무밭에서는 언제나 외로운 바람소리가 난다


언젠가 필리핀에서 본 대나무는 

상당히 오동통하게 살이오르고 주변식물들과 덩굴과 이끼와 폭포가 밀림처럼 엉켜지내던데

지까짓게 아무리 반듯하고 크게크게 올라가도 주변의 무게를 덜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곳에서는 외로운 바람소리가 나지는 않았다

  

엉키지않고 혼자 외롭고 호젓한쪽이 되건, 

엉키고 설켜서 원치않는 무게를 지고있는 쪽이 되건

스스로 선택해서 그자리에 뿌리내린것은 아닌데

어떤것이 더 좋은환경일지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바다만을 찾아다녔다


고의적으로 그런 행동을 한것은 아니고,

어쩌다보니 고르는 여행지가 항상 물가였을 뿐이다


어쨌건 집을 떠나 어느곳엔가 돈을 들이면서 머무는 행위를 하면서

꾸준히 몇년간 물가를 고른다는것은, 

내 잠재의식 속에 물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것일까.







오늘 역시도 정처없이 걷는것 같지만, 

사실 유명하다는 관광포인트는 피하되 목적없는 산책은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걷기중이다


집에있는 고양이는 잘 지내고있는것일까


만약 다음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서로 가장 좋았던 곳의 나무가 되거나 돌맹이가 되거나

다시 그곳의 고양이로 태어난다거나 해서 그래도 한곳에서 만나야할텐데

내 고양이는 한번도 바다를 본적이 없다


내 기억속에 좋았던 곳을, 내가 사랑하는 모든이와 내가사랑하는 모든것들이 함께 추억한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일것이다






내 고양이는 한없이 부드럽고 나약하다

평생을 나에게 의지하고 비비고 살아왔으니 

항상 교태 섞인 몸짓과 애교로 밥벌어먹고 살아온놈이다


무릎을 베고 가만히 잠든 

고양이의 송곳니가 내는 작은 뾰족한 거슬림이 자꾸만 생각난다


이곳의 햇볕과 이곳의 온도는, 고양이가 내 몸을 덮고있는것 같은 그런 기분


해변가에 앉아 온몸이 뜨끈해질때까지

실눈을 뜨고 햇빛에 몸을 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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